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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밀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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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토끼 Apr 19. 2018

뉴욕 도서관에서 끄적이기

밀린 일기 #5

  집에서 걸어서 1분 바로 베이글 가게가 있다. 이사한 첫날에 '베이글'이라는 단어만 보고도 설레서 들어가서 먹어보려고 했는데, 그때 사람이 너무 많고 정신이 없어서 (게다가 현금만 받는다고 한다) 그냥 제일 쉬운 세트메뉴를 시켰었다. 그랬다가 실패했다. 진짜 개토나오는 맛이었다... 다음에 다시 와서 제대로 시켜야지 했는데 마침 버스 시간이 10분 정도 남아서 가게에 들르기로 마음먹었다. (베이글 집 옆이 바로 버스정류장이다!)


날씨가 흐려서 맨날 칙칙하게 나와... 날씨가 좋으면 역광이라 안나오고.. 예쁘게 찍어주고싶은데ㅠ_ㅠ



  딱히 유명한 곳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로컬 맛집 같다. 그 근거는 1. 아침일찍부터 베이글을 사러 들르는 차들이 늘 붐빈다. 2. 직원들이 친절하지는 않다. 3. 짧은 오픈 시간. 새벽 5시에 문을 열어서 오후 2시에 문을 닫는다. 뭐 그러하다. 저녁에 천천히 가봐야지 했던 날 가게 팸플릿을 읽어보고는 아, 아침 일찍 가야겠구나 했다. 처음엔 온리 캐시기 때문에 동전내기가 어려워서 팸플릿에 적힌 가격대로 동전을 준비해 손에 꼭 쥐어 가고 그랬다. bagle with creamcheese $2.11, 막상 가보니 총 $2.25라고 해서 당황했다. 결국 소중하게 준비했던 11센트를 못쓰고 $2와 quarter 하나를 내고 사 먹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가게 베이글 종류 x 크림치즈 종류 조합을 다 먹어보겠다고.



플레인+플레인크림치즈 조합. 기본인데 꿀맛



크림치즈 흘림...


  그리고는 버스에 올라탔는데, 아 사실 오늘의 목적은 쇼핑이었다. 한국에서 올 때 부피를 최소화하느라(그럼에도 불구하고 46kg 들고 옴..) 안 가져온 것들을 살 작정이었다. 썬구리도 좀 사구 셔츠도 몇 개 사다 놓으려고 했는데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스타벅스의 대항마라는 블루보틀을 보게 된 것이다. 블루보틀은 여러 지점이 있지만 나는 브라이언트 파크 앞에 있는 곳에 갔다. 왜냐면 버스터미널에서 그냥 쭉 7분 정도만 걸으면 되기 때문에.



이 지점 무슨 호텔 1층 로비와 연결되어있는듯 했는데 귀찮아서 그건 안찾아봄



블루보틀 한국에도 올 3월 런칭이라고 하더니 왜 깜깜무소식이죠 왜죠



  미국에 와서는 라테를 주로 시켜먹는다.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체질 때문에 한국에서는 주로 블랙커피만 마셨는데, 여기서는 우유를 마음껏 바꿀 수 있어서 이왕이면 부드러운 라테를 맛보았다. 카페 직원들은 대부분 주문을 하면 이름을 물어본다. 이름을 불러 음료가 나온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내 한국 이름이 어려운 까닭에, 쉽게 내 이름을 부르라고 그냥 막 지은 영어 가명을 사용하고 있다. 점원도 괜히 내 어려운 이름 부르지 않아도 되고 나도 다시 한번 설명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다. 아무튼 블루보틀 라테는, 신세계다. 엄청 부드럽고 스타벅스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것도 한국 스타벅스보다 낫다는 얘기다. 뉴욕 스타벅스 라테도 맛있었다!).


  블루보틀 브라이언트 파크 쪽 지점은 오래 앉아있을 장소는 아니다. 테이크아웃시켜서 바로 앞에 공원으로 슬렁슬렁 걸어갔다. 사실 나는 여행하는 사람처럼 어떤 계획을 가지고 뉴욕을 보는 게 아니어서, 일단 어디든 간 다음에 지도를 찍어서 여기가 어딘가 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라테를 들고 나와 공원에 앉아보니 여기가 브라이언트 파크였다. 공원에 회전목마도 있고 테이블도 엄청 많아서 아침에 산 베이글 하고 라테를 테이블에 앉아 자유롭게 먹었다.



공원에 있는 회전목마. 관광 온 가족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브라이언트 파크와 뉴욕 공립 도서관 뒤편




  먹으면서 지도를 보는데 앞쪽에 서점이 있길래, (쇼핑을 해야 한다는 목적은 잊은 지 오래...) 서점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뒤에 큰 건물은 무엇인가 또 찾아보다가 아니 뉴욕 공립도서관이 아닌가 ㅇ_ㅇ...? 행복하다. 나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행복해지는 것이 서점과 도서관이다. 역시 참새는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한다고 (나에게는 방앗간이 서점과 도서관, 물론 빵집도) 얼른 마저 베이글을 입에 욱여넣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도서관에 뒤편에 자리해있고, 정문은 앞쪽으로 가야 있다. 역시나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관광명소에 가까워 보였다.


도서관 정문



3층 도서실 입구


  들어가면서 가방검사를 간단하게 한다. 나는 일단 바로 3층으로 올라갔는데, 3층이 책을 빌리는 장소이자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신기한 풍경이다.  관광객들에게 공개한 무료 도서실에는 공부하는 사람과 사진 찍는 사람들이 공존한다. 반대쪽은 시민들만 조용히 이용할 수 있는 도서실이다. 그저 방문객에게도 무료로 와이파이와(뉴욕은 돈 내고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허락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 오고 싶어 졌다. 이런데서 공부하면 맨날 공부하고 싶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만 들었다. 아무래도 공부는 이제 싫으니까.


입구로 들어가면 컴퓨터 사용하는 곳을 지나



왼쪽으로 입장 (모자이크 못해드려서 죄송해요..)




  도서관을 뒤로하고 이제야 오늘의 할 일 쇼핑을 찾아 떠난다. 도서관에서 나와 왼쪽으로 걸어가면 쇼핑의 메카라는 5th ave가 나온다. Zara랑 COS를 털고, COS가 마침 50% 세일 중이었다. 70% 하는 것도 있었음. 아무래도 COS는 스웨덴 브랜드라 북유럽 느낌의 사람이 많은 듯했다.(한국사람도 많음) 내 궁예지만.. 어쨌든 그들 사이에서 나도 득템하고 평소 직구 할 때 좋아했던 Urbanoutfitters도 구경했다. 어반 아웃피터스는 아디다스나 챔피언, 스투시 등 스트릿 브랜드도 있고 다양한 옷이 있는 편집샵 같은 느낌의 매장이다.



COS


urban outfitters


  주객전도가 된 오늘의 하루를 얼른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는 또 새로운 뉴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전의 뉴욕은 되게 평화로웠는데 6시가 넘어가자 분위기가 싹 바뀐다. 어둑어둑해지니까 길거리의 네온사인도 휘황찬란해지고 관광객들도 더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시끌벅적하고 역동적이다. 코스프레 인형 탈 쓴 사람들도 많고.. 그 속에서 "Newyork hates tourists!"라고 외치는는 사람을 보았다. 그냥, 그 사람의 마음이 이해는 갔다. 나도 명동 가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왠지 모르게 미워지니까. 시끌벅적 이제 막 시작하려는 뉴욕의 밤을 뒤로한 채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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