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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튼튼한 토마토 Mar 24. 2021

찬밥과 따뜻한 밥이 있다면 따뜻한 밥을 먹자

두 명 이상의 가족 구성원이 같이 밥을 먹을 예정인데 애매하게 찬밥 한 공기가 남아서 새롭게 밥을 해야 한다. 이럴 경우 남은 찬밥은 누가 먹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아주 명료하다. 찬밥은 잠시 치워두고 모두 새롭게 지은 따뜻한 밥을 먹으면 된다. 새롭게 밥을 지은 시점에서는 아무도 찬밥을 먹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남은 찬밥을 버리는 건 아니다. 찬밥은 지금 먹으나 다음 끼니에 먹나 냉동실에 얼려두고 일주일 뒤에 먹나 찬밥이다. 그러니 찬밥이 필요할 때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으면 된다. (예를 들면 라면을 먹을 때 라던가) 하지만 금방 지은 맛있는 밥은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찬밥이 된다. 그러니 찬밥은 잠시 치워두고 다 함께 금방 한 따근 따끈한 밥을 즐기는 게 이득이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로 하는 찬밥 배분 정책은 옳지 못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찬밥이 조금 남아있으면 남아있는 찬밥을 다 먹고 나서야 새로 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찬밥을 먹는 사람이 내가 되었건 아니면 다른 사람이 되었건 말이다. (하지만 1인 가구라면 새롭게 밥을 하지 말고 찬밥을 먼저 먹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찬밥은 언제 먹어도 찬밥이니까 새롭게 밥을 했을 때는 다 같이 새롭게 지은 밥을 먹자.' 이 말은 엄마가 나에게 해준 말이다. 엄마와 오랜만에 둘이서 집밥을 먹었는데 그날 집에 찬 밥 한 공기가 있었다. 나는 엄마가 찬밥을 먹는 게 싫어서 내가 찬밥을 먹겠다고 했다. 내가 찬밥을 먹지 않으면 엄마가 먹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다르게 엄마는 찬밥은 언제 먹어도 찬밥이니까 지금은 방금 지은 밥을 같이 먹자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방금 한 밥도 맛이 없어진다고. 나는 둘 중의 한 명은  반드시 찬밥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러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이 사소한 대화는 엄청난 깨달음을 주었다. 다 함께 갓 지은 밥을 먹을 수 있으면 한 명이 희생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의 희생도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도 없이 모두 함께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 그것 참 완벽한 한 끼가 아닐 수 없다. 고작 한 끼 찬밥을 먹는 일이 왜 희생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갓 지은 윤기 나는 밥과 이틀 지난 밥 중 뭘 먹을래 라고 물어보면 누구나 갓 지은 밥이 먹겠다고 말하겠지.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 세상 소소하게 행복한 일이 자주 있으면 좋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잔뜩 모인 찬밥으로 나중에 볶음밥을 만들면 된다. 그러니까 찬밥과 갓 지은 따끈따끈한 새 밥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따뜻한 밥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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