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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샘추위 Oct 22. 2021

나도 한다. 미라클 모닝

- 내겐 너무 어려운 아침 일찍 일어나기

복직 4개월을 남기고 마음이 바빠진다.

조금 더 편안하고 여유 있는 내 일상을 누리기 위해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목표를 정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미지근한 물 한잔 마시기/ 영양제 챙겨 먹기/ 운동하기/ 스킨로션이라도(?) 꼭 바르기/ 나를 위한 자기 계발하기/ 등등...

올해부터 쓰기 시작한 <나의 습관 기록>에는 지난 몇 개월간 'X'가 수두룩 했다.

지키지 못한 내 약속 중에서도 나를 제일 괴롭히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아침 일찍 일어나기>였다.


평소 나의 아침은 물에 젖은 솜 마냥 무거운 몸을 일으키지 못해 5분 단위로 울려대는 알람을 끄고 또 끄다가 겨우 시작된다.  아이들 아침식사, 등교 준비, 집안일에 치여 헐레벌떡 뛰어다니다가 정작 나 자신은 챙길 겨를이 없었다.

물 한잔 여유 있게 마시지 못하고 직장으로 쫓겨가기에 바쁜 아침은 출근을 해서도 뭔가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하루로 이어졌고 퇴근해 와서는 또 한 없이 피곤해서 남아있는 저녁 미션(저녁식사 준비, 설거지, 집안 정리, 아이들 숙제 봐주기...)이 한없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영혼을 갈아 넣을 만큼 알코올 중독 아빠한테 시달리고 직장에서까지 시달린 날이면 하루 종일 수분 부족으로 푸석하게 바짝 마른 몸은 작은 마찰에도 성냥처럼 화르륵 불이 붙어버릴 것만 같았다.


어느 날 무심코 거울을 보다가 누렇고 거무튀튀한 안색에 피부는 푸석하고 한 없이 굳어있는 내 얼굴 표정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렇게 생기 없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내 아이들을 대했다니... 내가 보기에도 측은한 얼굴이다.

친정엄마가 만날 때마다  좀 예쁘게 꾸미고 다니라고 하셨던 게 다 이유가 있었다.

혼자인 엄마는 속눈썹 연장을 하고 네일아트도 받고 운동도 다니고 여행 다니고 본인만 잘 건사하면 됐지만.. 나는 엄마의 전남편.. 아빠를 건사하느라, 내 가족들을 돌보느라, 내 일상을 지켜내느라, 매일 치열하게 전장에 나서는 꼬질꼬질 한 병사 같았다.


이제는 나 자신을 보살필 때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를 돌보고 챙길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그 시간을 확보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일찍 일어나 내 몸에 따뜻한 물을 한 잔 넣어주고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며 보내는 평화로운 아침이라니! 생각만 해도 벅차지 않은가?

지난 몇 개월 <아침 일찍 일어나기>는 성공한 날보다 실패한 날이 더 많았지만 내가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확신은 더 확고해졌다.


어젯밤 미라클 모닝을 꾸준히 실천 중인 유튜버의 영상을 찾아보고 알람을 다시 한번 정비했고 오늘 아침에는 알람을 다시 끄지 않고 단번에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알람이 울리면 우리는 바로 일어나지 않고 이불속에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한다는 그 유튜버의 말이 맞았다.


생각하지 말자! 그냥 일어나자!


양치하고 세수하고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보고 밝아오는 아침을 맞는 기분이 꽤 좋았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계획했던 하루를 보낼 수 있음이 감사하다.

조금 더 여유롭게 나를 챙길 수 있는 시간...

미라클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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