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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샘추위 Nov 27. 2021

내 생애 첫 반려동물!!

-  네 이름은 김자유

나는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10년 넘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 전공이나 하는 일에 대해 말하면 열에 아홉은 "어머~ 아이들 좋아하시나 봐요."란 반응을 보인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아닌데요."하고 마음속으로 소리 없는 대답을 하곤 한다.

유아교육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취업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선택했던 진로였다.

평소에는 일이니까 내 일에 최선을 다 할 뿐이지 쉬는 날, 식당이나 공원이라도 가는 날에는 아이들이 보인다 하면 아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곤 했다.

본능적으로 주말에는 아이들 없는 곳에서 조용히 쉬고 싶었다.

사람들 앞에서는 세상 하이톤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맨의 실제 목소리는 꽤나 저음이라고 했다.

남을 웃겨야 하는 게 직업인 사람들도 평소에는 세상 과묵하고 진중한 사람인 것처럼 직업과 사람이 다름을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들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다.

아이들과 놀거리를 만들어내고 몸을 날려(?) 함께 놀아주고 장난 잘 치는 사람들... 태생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 나는 작정하지 않으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구경하는(?) 쪽에 가깝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나는 동물도 좋아하지 않는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봐도 "오! 쫌 귀엽네." 하면 끝이지 별다른 감흥은 없는 편이다.

평생을 동물이라곤 키워본 적도 없고 키우고 싶다고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일단 동물을 키우기에는 여러 가지로 손이 많이 가는데 나는 참 게으른 사람일뿐더러 무엇보다 다치고, 아프고, 생명을 다하면 떠나보내야 하는 이별의 과정이 싫다.


그런데 내 일생에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던 반려동물이 생겨버렸다. 그것도 '자라'다!!!!


지난봄 아이가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창의과학을 수강하게 되었는데 첫 수업에서 덜컥 자라 한 마리를 받아온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안 키울 사람은 일주일 후에 다시 가져오라고 하셨다지만 자기 것에 애착이 남다른 딸아이가 자기 손에 들어온 자라를 다시 돌려줄 리 만무했다.

심지어 남은 자라를 더 가져가도 된다는 선생님 말씀에 서로 가지겠다고 가위, 바위, 보 까지 했는데 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부모는 항상 자식에게 진다고 하신 어머님 말씀처럼 우리는 그렇게 얼떨결에 자라를 키우게 됐다.

아이에게 먹이 주는 것, 물 갈아주는 것, 똥 치워 주는 것.. 자라 키우는 모든 과정에 책임이 있음을 단단히 상기시키고 아프게 되면 병원에 데려가거나 혹시라도 키우다 죽게 되면 묻어주기까지 해야 함을 다짐받았다.

나와 기질적으로 비슷한 남편도 자라를 집으로 보낸 창의과학 선생님을 철천지 원수처럼 여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역시 키우는 게 아니었어!!" 하며 매일 투덜대면서도 우리 부부는 어느새 자라 키우는데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밥을 안 먹으면 어디가 아픈가 건강이 걱정됐고

수질이 나빠질까 환수를 신경

여과기 등등 어항 용품들을 검색하여 사고 사고 또 사고...

주말에는 한 주간의 피로에 절어 손 하나 까딱하지 않던 남편도 물을 갈아주고 모래를 씻고 하는 일에 순순히 앞장을 섰다.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자라 한 마리 키우는데 온 식구의 정성과 마음이 필요했다.

얼마 전 탈피인 줄만 알았던 녀석의 피부가 자꾸 벗겨져서 생애 처음으로 동물병원을 방문했었다.

거북이나 자라 같은 파충류도 피부병에 걸리고 감기나 폐렴에 걸리기도 하며 엑스레이를 찍고, 네블라이저를 처방받는다는 사실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엑스레이를 찍고 항생제를 처방받고 등등,, 했는데 병원비가 십 얼마가 나왔더라는 이야기에 사실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사람의 마음이 참... 말 못 하는 아픈 동물을 그저 보고만 있을 수가 없더라.

근처 동물병원에 전화해서 자라를 봐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채집통에 약간의 물과 함께 자라를 담아 들고  동물병원 진료실에서 수의사와 상담을 하는데... 이토록 생경한 풍경이라니...

의사는 자라는 관리 동물이니 소독을 해주고 연고를 발라주는 것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며칠을 신경 써서 일광욕을 시켜주고 소독을 해주고 연고를 발라주었더니 회복을 하고 있다.

어쨌거나 자라는 그렇게 우리의 반려동물이 됐다.


자라를 키우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가입했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파트 계단에 유기된 거북이 한 마리를 발견하여 키우게 됐노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폐업 위기의 동물원에 방치되어 깡마른 동물들을 봤을 때에는 모든 걸 체념한듯한 생기 없는 얼굴을 마주하고 마음이 숙연해질 지경이었다.

몇 년 전 방문했던 아쿠아리움의 벨루가가 7년을 수족관에 전시되어 있다가 얼마 전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에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동물원의 동물들을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게만 바라볼 수 없는 어른이 된 까닭일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내 처음이자 마지막 반려동물일 이 녀석이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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