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자 가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어느 가족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예식 일이 다가오자 아버지가 고주망태가 되어 식장에 가지도 못할까 봐 이틀 전부터는 손발을 꽁꽁 묶고 집안에 가둬두었다고 했다. 상견례 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아버지, 결혼식 후 피로연에서 만취하여 온갖 추태란 추태는 다 부리고 신부를 펑펑 울게 한 아버지까지... 그곳에 수많은 우리의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들이 있었다.
아빠가 알코올중독으로 두 번째 입원을 한 무렵 나의 여동생은 오랜 기간 만나온 남자와 결혼을 결심했다.
상견례를 하고, 청첩장을 찍고, 결혼식을 위해 아빠를 퇴원시킬지 말지... 뭐 하나 쉬운 일은 없었다. 우리는 이혼 가정이라 내 결혼식 사진에도, 내 아이의 돌잔치 사진에도 온전히 나의 친정 부모님이 함께 하지 못했기에 동생의 결혼식에서는 멀쩡한(?) 가족사진을 한 장 남기고도 싶었다. 친정엄마도 딸을 위해서인지 아빠가 오신다면 그날 눈 딱 감고 같이 혼주석에 앉겠노라 말씀하셨다.
아빠의 퇴원요구가 심해질 무렵 내가 비장하게 동생의 결혼식 카드를 꺼냈을 때 아빠는 언제 결혼식을 하는 건지, 남자는 뭐 하는 사람인지? 딸의 결혼에 대해서는 궁금한 점이 없어 보였다. 그저 또 앵무새처럼 퇴원만 요구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