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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샘추위 Jul 19. 2022

저는 알코올중독자의 딸입니다.

30 결혼식

알코올 중독자 가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어느 가족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예식 일이 다가오자 아버지가 고주망태가 되어 식장에 가지도 못할까 봐 이틀 전부터는 손발을 꽁꽁 묶고 집안에 가둬두었다고 했다. 상견례 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아버지, 결혼식 후 피로연에서 만취하여 온갖 추태란 추태는 다 부리고 신부를 펑펑 울게 한 아버지까지... 그곳에 수많은 우리의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들이 있었다.


아빠가 알코올중독으로 두 번째 입원을 한 무렵 나의 여동생은 오랜 기간 만나온 남자와 결혼을 결심했다.

상견례를 하고, 청첩장을 찍고, 결혼식을 위해 아빠를 퇴원시킬지 말지... 뭐 하나 쉬운 일은 없었다. 우리는 이혼 가정이라 내 결혼식 사진에도, 내 아이의 돌잔치 사진에도 온전히 나의 친정 부모님이 함께 하지 못했기에 동생의 결혼식에서는 멀쩡한(?) 가족사진을 한 장 남기고도 싶었다. 친정엄마도 딸을 위해서인지 아빠가 오신다면 그날 눈 딱 감고 같이 혼주석에 앉겠노라 말씀하셨다.


아빠의 퇴원요구가 심해질 무렵 내가 비장하게 동생의 결혼식 카드를 꺼냈을 때 아빠는 언제 결혼식을 하는 건지, 남자는 뭐 하는 사람인지? 딸의 결혼에 대해서는 궁금한 점이 없어 보였다. 그저 또 앵무새처럼 퇴원만 요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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