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로 읽는 디자이너의 진화 1.0
2013년 여름, 샌프란시스코의 한 젊은 개발자가 여자친구를 위해 패션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만들고 있었다. 중국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민 간 아이반 자오(Ivan Zhao)는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손에 놨던 재능 있는 개발자였지만, 프로그래밍을 모르는 창의적인 사람들을 위해 다섯 개의 웹사이트를 각각 만들어야 했다. 그 경험 속에서 그는 깨달았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로그래밍을 할 수 없지만, 자신들만의 도구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렇게 노션의 씨앗이 심어졌다.
초대 공동창업자 시몬 라스트(Simon Last)와 함께 노션을 시작한 아이반은 당대의 유명한 컴퓨터 과학자 테드 넬슨(Ted Nelson)의 하이퍼텍스트 개념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생각을 위한 도구'라는 비전 속에서, 그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작업 공간을 자유롭게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2014년 첫 제품 '코드 작성 앱'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자금도 떨어져 가고, 직원들을 해고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 절망의 순간, 아이반과 시몬은 도쿄로 떠났다. 2015년 교토에서 그들은 제품을 완전히 재구성했다. 절제와 간결함을 추구하는 '중용'의 철학 속에서, 노션의 진정한 기틀이 다져졌다.
2016년 8월, 노션 1.0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모든 업무를 하나로(All-in-one workspace)'라는 슬로건 아래, 노트(Note), 작업 관리, 데이터베이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녹여냈다. 제품 헌트(Product Hunt)에서 즉시 인정받아 '당신 게임 칭호'를 얻었다. 2년 뒤 2018년 3월, 데이터베이스 기능이 추가된 노션 2.0이 나왔다. 안드로이드와 아이오에스(iOS) 앱도 순차적으로 출시되었다. 작은 팀이 만들어낸 제품이 서서히 세상을 감싸기 시작했다. 2020년, 전 지구적 재난이 오히려 노션의 운명을 바꿨다. 팬데믹이 개인과 기업의 원격 근무 문화를 앞당기자, 노션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4월 5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가 20억 달러에 달했다. 개인 사용자를 위해 완전 무료화 정책을 발표한 아이반의 결정은 전략적이었고, 동시에 철학적이었다. 같은 해 8월, 노션은 한국어를 지원하는 첫 비영어권 버전을 내놓았다. 한국은 순식간에 전 세계 두 번째 사용자 기반이 되었다.
2021년 10월, 또 다른 대규모 펀딩 라운드가 도래했다. 2억 7천 5백만 달러를 모아 기업 가치는 100억 달러에 도달했고, 사용자 수는 2천만 명을 넘었다. 2023년, 노션은 인공지능(AI)을 품었다. 노션 에이(Notion AI)는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문에 답하고, 콘텐츠를 생성하고, 복잡한 작업을 자동화했다. 2024년 초 노션 캘린더(Notion Calendar)가 별도 앱으로 출시되었고, 노션 웹사이트(Notion Websites) 기능으로는 누구나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2024년 9월, 노션 사용자가 1억 명을 돌파했다. 불과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개발자의 작은 필요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전 지구의 1억 명을 매료시킨 것이다. 노션의 여정은 단순한 스타트업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프로그래밍을 모르는 사람도 자신만의 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민주화의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디지털 시대, 생각을 담아내는 가장 아름다운 도구로서, 노션은 오늘도 누군가의 창의성을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