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판타지 같은 이야기...
A/S 이야기를 쓰자고 생각했던 건 진상고객의 갑질, 수리기사 멱살 잡고 감금까지 이 기사를 읽고 나서 였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 대한 소비자의 대우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정리한 글.
"처음에는 마흔 살이 넘는 우리 직원들이 배달 일을 한다는 이유로, 20대 프랜차이즈 업체 점장들로부터 대놓고 무시당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 사람들이 한 달에 400만원, 600만원씩 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주들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바뀌기 시작하더군요.” '오토바이 심부름'이 연봉 8000만원…'열정페이' 역발상 중에서...
진상 고객 뉴스를 읽었을 때, 이 기사가 떠올랐다.
20대 점장들이 마흔살 넘은 배달직원들을 무시하다가 연봉 이야기를 듣고 태도가 바뀌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A/S 이야기 1에서 이야기했던 유상 A/S의 경험...
어쩌면 이 문제는 생각 보다 간단하게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 프리미엄 A/S 상품 출시
말만 프리미엄이 아니다. 진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A/S 상품을 출시하는 거다.
Dell의 컴플리트커버 서비스처럼 A/S가 접수되면 예상되는 부품을 모두 퀵으로 후다닥 보내주고, 그걸 확인한 기사가 방문해서 모두 고쳐주는 거다. 무조건 그 자리에서.
물론 모든 A/S 비용은 무료!!!
처음에는 시범적으로 플래그쉽 제품에만 그 서비스를 적용하는 거다.
프리미엄급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프리미엄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거다.
둘 : 가격은 비싸게.
초기에는 선택할 수 있는 상품도 1~2개 정도로 선택의 폭을 좁혀 준다.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그에 수반한 문제점들을 관리하면서 표준 모델을 만든다.
단, 가격은 비싸게 책정한다. 제품 가격의 30% 이상 50% 이하정도로 책정한다.
서비스이 가격이 서비스의 질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한국 소비자의 심리에 맞춰, 높은 가격대에서 책정한다.
기간은 2년 단위로 끊는다. 다시 구매할 수 있는 자격도 자사의 제품의 구매 포인트에 맞춰 특정 포인트가 안되면 구매할 수 있는 자격을 주지 않는다.
프리미엄 서비스는 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프리미엄 한 고객에게만 제공한다는 인상을 심어 준다.
제품에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인증 스티커를 붙여준다. 반상회 하는 아줌마들이 모여 부러워할 수 있도록....
셋 : 전문 팀을 운영한다.
기업에서 직영으로 전문팀을 운영 한다.
이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연봉과 처우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들의 연봉이 높다는 걸 노골적으로 대중에게 각인시킨다.
특정 기간 이상 이쪽 A/S를 담당한 프로페셔널이며,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재'라는 걸 어필한다.
넷 : 일반에게 상품을 개방한다.
서비스가 일정 정도 자리를 잡으면 일반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에게도 서비스를 개방한다.
물론 유료로. 가입할 수 있는 기간도 이벤트처럼 특정 기간에만 가입할 수 있도록 이벤트성으로 운영한다.
제품 구입 후 30일 이내, 매년 특정 월을 중심으로 가입 기간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다섯 : 일반 A/S 시스템의 혜택을 천천히 축소한다.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 일반 A/S의 혜택을 축소한다.
무상 A/S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축소하거나, 포터블 기기는 무조건 A/S 센터를 방문하도록 규칙을 바꾸고, 그 외 기기는 A/S기사의 방문 기간을 길게 잡는 등...
진상 고객이 등장하겠지만, 무시하면서 프리미엄 서비스의 혜택을 지속적으로 노출, 상대적 박탈감을 유도한다.
여섯 : 종국에는 A/S와 제품의 가격을 분리시킨다.
A/S의 품질에 따른 가격차를 두어 다수가 접근이 가능한 A/S 상품과, 그 상위의 서비스, 그리고 프리미엄 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또 별도로 A/S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힌 후, A/S 비용이 빠진 제품을 출시하고, 제품 구매 시에 한 달 이내에 유상 A/S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A/S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지금 같은 진상 고객은 줄어 들 수 있다.
눈치 보며 A/S를 할 필요도 없고, 고객도 A/S기사에게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판타지다. 한국 대기업은 고객 서비스에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차피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과 높은 충성도를 가진 가진 국내 시장에서 이런 서비스를 출시할 이유가 없다.
하. 지. 만. 출시만 된다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고, 진상 고객들의 폭력을 방지할 수 있다.
기업의 브랜드 프리미엄을 높일 수 있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판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