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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슬 Jan 02. 2018

원격의료란 무엇인가

한국의 원격의료 3부작 (1)

 최근 몇 년 사이, 보건의료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아마도 ‘원격의료’였을 것 같다. 기존 정부에서도 몇 번 논의는 되었던 사안이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유독 논란이 되었는데 필자는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우선은 정책의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시민들이 그 정책에 대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러했고, 그런 구체적 정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논쟁이 격화되다 보니 불필요하게 정치쟁점화/이념화된 형태로만 논의되었다는 점 역시도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어느 정도 논란이 진정된 지금, 차분하게 관련 사안을 파악하실 수 있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도대체 원격의료는 무엇이고, 한국에는 정말 원격의료가 꼭 필요한 것일까?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위해 글을 세 부로 나누어서 작성해보려 한다. 1부에서는 원격의료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을 드리고, 2부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그토록 강력하게 원격의료 도입을 밀어붙였는지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해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실제로 한국에서 원격의료가 도입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득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미 이런 글을 이 지점까지 읽고 계신다는 점에서, 독자께서는 보건의료계의 이슈에 대해 나름의 관심을 갖고 있는 분 이리라 예상된다. 그렇지만 평소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으셨던 분들도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전문용어는 최대한 부연 설명을 달아 작성하려 노력했다. 읽는데 들인 시간만큼은 원격의료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다.    

 


원격의료 1부 : 원격의료란 무엇인가

원격의료 2부 : 그들은 왜 원격의료를 추진했나

원격의료 3부 : 원격의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전문적으로 보이는 용어에 무척이나 취약한 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라는 단어는 IT업계 종사자들이나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은 얼리어답터들을 제외하면 의미를 잘 모르던 어려운 단어였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AR이 뭔지 알고 있다. 모르신다고? 조금 표현을 달리하면 아마 아실 테다. <포켓몬 고(Pokemon Go)>에 쓰인 기술이 바로 저 AR이다. 앞의 문장을 읽고 묘한 탄성을 지른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잠깐 찬물을 좀 끼얹겠다. 그게 대충 뭔지 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AR이 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실생활에서 접해본 빈도의 차이, 즉 익숙함의 차이로 인해 ‘증강현실’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보다는, ‘포켓몬 고 기술’이 조금 더 이해가 쉬워 보이게 된다. 사실 원격의료도 비슷하다.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1부 글을 읽고 나시면 아마 저 정도의 이해는 가지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포켓몬 고도 몬스터볼 몇 번 날리다 보면 얼추 감(?)이 잡히시지 않는가. 일단은 한 번 던져보겠다.     



원격의료(Telemedicine)라는 것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건 반의어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는데, 조금 부정확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의료기관(병원, 보건소 등)을 찾아가서 직접 의료인과 대면하면서 의료행위를 제공받는 것 외의 나머지는 다 원격의료라고 할 수 있다. 이러면 잘 이해가 안 되실 텐데,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밤에 갑자기 애가 열이 펄펄 끓어서 의사 친척에게 전화로 ‘무슨 약 먹여야 하냐’고 물어보는 것도 원격의료고, 새내기 의사가 진료를 보다가 특이한 케이스가 생겨서 경험 많은 선배 의사에게 전화로 질의를 하는 것도 원격의료다. 좀 이상하신가? 막연히 엄청 대단한 거 아니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저런 것들도 원격의료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각국마다 정의가 다르고, 학자 마다도 정의가 다르기는 하지만 원격의료의 정의에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는 아래의 세 가지이다.   

   

     (1) 의료인과 대상자가 원거리에 존재

     (2)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매개

     (3) 비(非) 대면으로 의료정보나 의료서비스를 제공    

 

열나는 아이의 부모(대상자)가 휴대전화(정보통신 기술)를 통해서 원거리에 있는 의사 친척(의료인)에게 비대면으로 무슨 약을 먹여야 하는지(의료정보)를 전달받았다. 간단하다. 이게 정말로 원격의료의 정의다. 매우 포괄적인 행위들을 통칭하는 것이고, 원격의료 허용을 하느냐 마느냐로 싸우기 이전에도 저런 일은 다들 했다. 그러면 도대체 왜 그렇게들 싸웠던 것일까? 논란의 핵심은 원격의료의 한 범주라고 할 수 있는 ‘원격진료’ 때문이다.     


 학술토론을 위한 엄밀한 정보제공이 주된 목적인 글이라면, 학자와 국가별로 구분되는 원격의료의 유형분류를 모두 소개하는 것이 맞을 테다. 그렇지만 서두에서 이미 밝혔듯, 이 글은 한국에서 원격의료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러한 점에 더해, 앞서도 밝혔듯 원격의료는 아직 새로운 분야라 학계의 통일된 유형 분류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그래서 본 글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원격의료 유형분류를 기준으로 설명을 드리겠다. 한국의 보건의료분야 전반은 강력한 정부 통제 하에 있으니까.     



 위의 표를 보시면 알겠지만, 보건복지부의 원격의료 정의는 꽤나 직관적이다. 원격의료 제공자가 의료인인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대상자가 의료인인지 혹은 환자인지에 따라 크게 두 유형으로 구분을 했다. 그리고 다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원격모니터링과 원격진료로 구분했다. 차근차근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첫 번째로 의료인-의료인간의 원격자문 부분. 앞서의 원격의료 정의 부분의 예시에도 등장했었지만, 이건 꼭 일반의와 전문의 같이 숙련도의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근대 이전에야 한 명의 의사가 모든 신체부위의 모든 질환에 대해서 얕고 넓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겠지만, 현대의학은 그 이상으로 세분화와 전문화가 이루어져서 본인이 전공한 분야가 아니라면 그 분야에 대해서 모든 것을 소상히 알고 있기는 힘들다. 물론 의사 면허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각 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은 갖췄다는 증빙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뇌수술을 산부인과 의사가 하진 않잖은가. 그래서 일부 단체에서 쉽다고 강변하는 엑스레이 판독도 전문적인 코스웍을 마친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에게 의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이런 경우가 바로 원격 자문에 해당한다. 의료인간의 협업인 셈이다.     



 두 번째는 의료인-환자간의 원격의료 중 원격 모니터링 부분. 이는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를 주된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인데, 일단은 만성 질환이 뭔지부터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특정 질병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의학적 대응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당연히 해당 질병을 완전히 치료(treatment)하는 것이고,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해당 질병을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management)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탈모는 현재까지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아서 탈모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관리 위주의 대응만 이루어지고 있지만, 회충 등의 기생충 감염의 경우는 비교적 저렴한 약물로도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치료법이 없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적인 질환을 만성질환이라고 한다. 여기는 흔히들 성인병이라고 하는 당뇨/고혈압 따위의 질병들만이 아니라, B형 간염이나 비염·아토피 같은 것들도 포함이 되는데 이 ‘관리’라는 것도 나름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겠나. 고혈압의 경우는 혈압이 기준이 될 테고, 당뇨의 경우는 혈당 수치나 당화혈색소 수치가 관리를 위한 기준에 해당될 수 있다. 이러한 생물학적 측정치들을 환자가 자가에서 측정한 다음, 그를 토대로 만성질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원격지의 의사가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이런 유형의 원격의료라 할 수 있겠다.     



 세 번째는 의료인-환자 간의 원격의료 중 원격진료 부분. 원격지의 의사가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환자를 진단하고, 그에 따라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더 붙는데, 환자의 생물학적 측정치를 전달할 수 있는 기구가 존재해야 하고, 원격지의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2부에서 더 구체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하고, 이 정도로 기본적인 정의만 소개하는 것으로 하겠다.)     



 위의 세 가지가 보건복지부가 제시하는 원격의료의 종류라고 할 수 있는데, 해외에서는 이외에도 좀 더 넓은 범위의 원격보건(tele-health) 서비스도 같이 논의되고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를 보자면 이렇다. 의사만이 아니라 약사 혹은 간호사가 원격지에서 의료 관련 상담을 해준다던가, 심리치료사가 원격지에서 심리 상담을 해준다던가, 영양사가 영양 상담을 해 준다던가 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가 실제로 미국 각지에서 제공되고 있는 중이다. 의사만이 아니라 다양한 보건의료 연관 직군이 참여하여서, 포괄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원격으로 지원하는 셈인데, 이 경우도 비슷한 부류 혹은 좀 더 포괄적인 정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부분은 3부에서 다시 소개하겠다)     



 이제 대략적인 분류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셨으니, 진짜 질문을 할 때가 왔다. 그렇다면 원격의료는 애초에 왜 도입이 논의가 되었었고, 기존의 대면진료와 비교해서 의학적 유효성 측면에서 큰 차이는 없는 걸까?     



 우선은 원격의료가 처음 도입된 배경부터 먼저 살펴보자. 우선 환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당연히 직접 의료인을 대면하고 진료를 받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지의 보건의료 시스템도 그런 대면진료를 기본으로 하여 체계화되어 있고, 현재 세계 각지의 의과대학들도 당연히 그것을 중심으로 교과구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검증된 의료서비스를 두고, 구태여 원격지의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려는 이유는 뭘까? 물론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게으름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의료취약지역의 문제 때문이다.      



 평생을 한국의 도시 지역에서 사신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한국은 국토 면적 대비 의사 수가 많은 편이라 의료접근성이 무척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OECD 기준 5위 이내) 한국의 도시 거주민이라면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건 길어봤자 15-20분 내에 동네의원에 방문을 할 수 있고, 사고가 나서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늦어도 1시간 내에는 도착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잘 이해가 안 되실 수도 있지만, 미국이나 호주 같은 곳은 동네 의원에도 2시간 이내에 도착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당장 한국의 도서·산간 지역만 하더라도 그런 곳이 있는데, 해외에서 그런 의료취약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왕복 4-5시간을 움직여야 한다면 이는 건강 유지에 정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나 이런 오지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라면, 전화로라도 대응 방법을 전수받는 것도 간절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와 같이 이례적인 경우들에 대해, 시민들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다가 도입이 논의된 것이 원격의료의 시작이다.


     

 앞서의 문제의식만을 보자면 원격의료는 굉장히 탁월한 해결 방법인 것 같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원격의료를 통해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그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유효성 검증이 필수적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를 민간분야에 자유롭게 풀어두고, 이런 번거로운 검증 절차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하고는 있다. 효과가 있든 없든 간에 본인이 돈 많이 내고 그 서비스를 받으면 되긴 하니까, 자유와 책임. 얼마나 아름다운 명제인가? 그렇지만 의료 분야는 정보비대칭성이 큰 편이라 완전시장이라고 보기가 어렵고, 한국의 경우로 한정하자면 만성질환은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분야의 질환이라 이런 유효성 검증 절차가 필수적이다. 국민들 돈을 걷어서 운영되는 사회보험 재정을 유효성도 검증되지 않은 곳에 쓸 수는 없으니까.     



 잡설이 길었다. 원격진료를 받은 환자들과, 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란 건 이해를 하셨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는 원격진료가 대면진료에 비해 유효성이 담보되었다고 볼 근거가 충분치 않다. 일부 분야(가령 정신과 질환)의 경우에는 다소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워낙 원격의료 시행의 역사가 짧은 데다 의료취약지역을 주된 대상으로 하다 보니 표본 수도 그리 크지가 않아서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 정량적으로 판단하자면, 원격의료의 유효성이 대면진료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정성적으로 고려해보면 어떨까? 그렇지만 정성적으로만 따져 봐도, 그 판단이 바뀌기는 힘들다. 의료인들이 대면진료를 하면서 사용하는 진단 전략은 크게 다섯 가지다. 문진, 시진, 청진, 촉진, 타진. 그리고 여기에 더해, 추가적인 검사를 할 수 있는 의료기기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런데 원격의료의 경우는, 그중에서 문진(질의응답)과 시진(눈으로 진찰) 정도만이 가능하고 원격지에 갖춰진 극히 제한적인 의료기기만 사용이 가능하다. 의료인들이 문진과 시진으로 모든 진단을 내릴 수 있는 화타같은 존재였다면 유효성 측면에서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경지에 이르렀다면 이미 그 사람은 의료인이 아니라 무속인이다. 종합하자면 원격진료는 대면진료에 준하는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다.      



 이제 1부의 글이 다 끝났다.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자. 원격의료는 원거리에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의료정보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들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그 종류에는 의료인간 원격의료와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가 있는데, 특히나 의료인-환자간의 원격의료의 경우는 의료취약지역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고려되었고, 제한적으로 도입되었던 것이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가 대면진료에 준하는 수준으로 유효하다고 보기는 힘들고, 확실하게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추가 연구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왜 이런 정책을, 그것도 무척이나 졸속으로 추진했던 것일까?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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