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설득하지 못한다
정말 조심하는데도 리더다 보니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어리석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짓입니다.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처럼 말이 곧 영업 수단인 업종도 꽤 있지만 보통은 설득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자기는 설득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개는 이미 납득하고 있는 상태에서 말이 전해졌을 겁니다.
저도 말을 못 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말로 이견자(異見者)를설득해서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견자가 아니라 반대자라면 더 그렇습니다. 반대자를 설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의견에 반대가 있으면 더 논의하지 않습니다. 계속 설득하면 오히려 반대하는 논리가 더 강해지는 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솝 우화에도 나옵니다. 나그네 옷을 벗기려고 강풍을 날리면 나그네는 옷깃을 더 여밉니다. 이 우화는 오랜 경험을 반영했습니다.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르쳐서 될 일이면 가르치지 않아도 됩니다. 설득하고 가르쳐서 된 거라고 착각하지만 설득하고 가르치기 전에 이미 그렇게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말로 설득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남 말을 원래 안 듣기 때문입니다. 좋은 말, 충고, 훈계 모두 안 듣습니다. 심지어 도와준다고 해도 싫어합니다. 그래서 도움조차, 받을 준비가 되어 있기 전에는 주지 말라고 합니다. 조언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다 소용없습니다.
설득하기 어려운 또 한 가지 이유는 설득하는 사람 생각 자체가 완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시간이 가면 보충되고 발전합니다. 보충되고 발전한다는 건 늘 완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완전하지 않은 걸로 설득하려니 될 리가 없습니다.
최근에 정말 줄기차게 제가 생각하는 tqoon.jp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언으로 전체에게 전하고, 전언을 소재로 주요 간부들에게 말로 설명하고, tqoon.jp 운영팀에게도 전하고 있습니다. 역시 어렵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 자신도 tqoon.jp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줄기는 압니다. 그렇지만 상세까지 뚜렷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tqoon.jp 줄기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좀 상세해졌을 뿐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여러 사람이 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는 줄기가 바뀌었으니까라며 어느 정도 동의했습니다. 저로서는 참 뜬금없습니다. 그런데 줄기가 바뀐 게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저로서는 줄기가 바뀌었든 이해를 새로 했든 tqoon.jp를 하는데 동의했으니 다행일 뿐입니다.
전하는 사람도 부실하고, 말이라는 도구도 부실하고, 듣는 사람도 부실합니다. 그러니 말로 설득한다는 건 참 어불성설입니다. 설득한 것처럼 보일 뿐이고, 사실은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는 설득이 뭔지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설득하지 않고 설득하기
저는 억지로 설득하지 않습니다. 일할 사람들이 같이 진행할 수 있을 때 시작하고, 조직 전체에는 자세히 설명만 합니다. 저는 할 수 있는 여건을 확실히 만들어 놓고 나서 일을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설득할 필요가 없게 해놓고 일하는 겁니다.
회사를 사업부별로 운영했는데 누군가 빡빡 우겨서 직능별로 바꾼 적이 있습니다. 하게 뒀습니다. 3~4년 지나서 사업부 별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건 하지 말라고 해서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또 직능 별로 한다고 꼭 틀린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저는 사업부별로 되돌릴 때까지 그냥 기다렸습니다. 제가 사업부 제도로 바꾸자고 제안했을 때는 이미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대인 영업에서 지역 책임제 영업으로 바꾸는데 대략 5년 이상 걸렸습니다. 설득이 안 됩니다. 대인 영업제 한계가 드러날 때까지 놔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환경이 무르익은 거지 설득한 게 아닙니다.
물론 제가 CEO니까 지시하고 명령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기니까 그냥 놔둘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어떤 걸 하려고 할 때는 오래전부터 이야기합니다. 전언으로 내년에 할 걸 이야기합니다. 미국에 서비스를 열 거다, 혹은 남미에 서비스를 열 거라고 꾸준히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생소하면 거부합니다. 익숙하면 받아들입니다. 한참 뒷일을 말하면 당장 일이 아니니까 전혀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계속 이야기하면 익숙해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전언으로, SNS로 틈틈이 이야기해서 익숙해지게 해줍니다.
일을 할 사람들에게는 그전에 충분히 설명해두고 받아들일 환경을 만들어 둡니다. 그래서 그 일을 할 사람들이 충분히 받아들였을 때 일을 시작합니다. 그 일을 할 사람들이 준비가 안 되면 시작도 하지 않습니다.
제가 회의할 때 이미 다 설득하고 동의를 얻은 다음에 안건을 내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방법입니다. 전쟁은 준비에서 이미 성패가 갈립니다. 안건도 준비 때 이미 가부가 결정됩니다. 설득도 이미 하기 전에다 동의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게 진짜 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생소하면 일단 거부합니다. 저 역시 새로운 안이 덜컥 나오면 일단 거부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생각하기 싫은 겁니다. 그리고 익숙한 것을 버리는 괴로움을 견디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하기 싫습니다. 저는 이런 걸 알기 때문에 회의에서 갑자기 안건 내는 걸 매우 싫어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꾸준히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서서히 그 이야기에 젖어 들어서 나중에는 마치 그 의견이 자기 의견이었던 것처럼 생각합니다. 이걸 저는 ‘설득하지 않고 설득하기’라고 합니다.
제가 전언으로 하는 일이 이겁니다. 저는 전언을 통해 티쿤이 내년에 할 일, 또는 앞으로 할 일을 꾸준히 이야기합니다. 세뇌시키다시피 되풀이합니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사전에 충분히 이해하게 하고, 논쟁하지 않아도 되게 합니다.
제가 리더들에게 자기 계획을 이야기하라고 신신당부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리더는 자기 계획을 밝혀야 합니다. 앞으로 할 일, 내년에 할 일, 그걸 위해 당장 할 일을 꾸준히 되풀이해서 설명해야 합니다. 그게 리더가 일하는 방법입니다. 리더는 무리가 나갈 길을 밝히고, 무리로 하여금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한 번으로 끝내는 게 아니고 되풀이하고, 여러 방식으로 전해야 합니다.
자기 부하뿐 아니라 관계된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에 있는 구성원들에게도 리더의 구상과 비전을 알려야 합니다. 직위가 높을수록 그 구상과 비전을 더 자주, 더 정확히 밝혀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구상과 목표입니다. 구상과 목표가 없으면 설득할 것도 없습니다. 구상과 목표가 있으면 설득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그러니까 전언이든, 간부교실 교재든, 짧은 글이든 안 쓸 수가 없습니다. 조직만 해도 한-일-중-싱-러에 뻗어 있고, 이용사가 있고, 가망 이용사가 있고, 앞으로 우리 이용사가 될 사업체가 천지에 널려 있습니다. 그리고 설득해야 할 관이 있고, 투자자도 있습니다. 이 모두를 설득해야 합니다.
설득하려면 정리해야 하고, 꾸준히 해야 하고, 되풀이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사실은 글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티쿤처럼 조직이 한-일-중-싱-인에 퍼져 있으면 글로 정리하지 않고는 꾸준히 설득할 방법도 없습니다.
자기 직속 부하들이나 설득하는 건 구멍가게 운영입니다. 글로벌 사업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부지런히 알리고 전해야 합니다. 설득하는 게 아니라 알리는 게 우선입니다.
평소에 관계를 돈독히 하기
반대자, 이견자를 설득하는 것은 염소를 물가로 끌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거의 불가능합니다.
‘인도에는 한국 옷을못 팝니다, 인도는 일본과 다릅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합니까? 십몇 년 전에도 경험했습니다. ‘한국 택배박스를 일본에 어떻게 팝니까? 그 무거운 걸 어떻게 배달합니까? 창고를 열어서 갖다 두고 팔면 당장 비용이 늘어 가격 경쟁력도 없어질 겁니다. 또 일본에 사람 두고는 안 됩니다’ 고 말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저와 개발자 빼고 다였습니다. 지금이야 한국 명함을 일본에 파는 게 쉬워 보입니다. 그런데 그때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습니다. 티쿤이 성과를 보여준 지금도 한국 명함 업체 중 해외로 나간 사람이 1%도 안 됩니다. 어떻게 설득합니까? 불가능합니다.
안 된다는 이유도 정말 다양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거래처를 잘 안 바꾼다, 일본 사람들은 품질을 따지는데 한국에서는 그 품질을 못 맞춘다는 건 기본이었습니다. 거기에다가 배송 기간을 못 맞출 거라는 예언(?)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합니까? 못 합니다.
인도 사람은 유럽 체형이다, 인도 사람 패션 취향을 모른다, 배송 기간이 너무 걸린다 등 인도에 옷을 못 팔 이유가 수백 가지인데 이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합니까? 절대 불가능합니다.
리더로서는 강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열심히 설득하는 과정만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치로 설득하기보다 열심히 설득하는 모양을 가지고 동의를 이끌어낼 뿐입니다.
가장 좋은 설득 방법은 오래전부터 이야기하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다음은 평소에 신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믿어주고, 지지하고, 지원하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입니다. 비판, 비난, 지적, 훈계로는 사람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이 역시 이솝 우화에 바람과 햇빛이 했던 나그네 옷 벗기기에서 충분히 잘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비판, 비난, 지적, 훈계 대신 신뢰, 지지, 지원, 칭찬, 격려를 방법으로 쓰는 것은 사람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못마땅한 사람을 사랑하는 게 어렵습니다. 저는 거의 못합니다. 노력하지만 한계가 너무 많습니다.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가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늘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매우 어렵습니다. 이걸 해내면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 거고, 못해내면 그저 그런 지도자가 되는 겁니다.
물론 관계는 쌍방입니다. 부모에게 제일 큰 근심거리는 자라지 않는 아이입니다. 늘 다섯 살에 머무는 아이는 부모에게 큰 근심거리입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 들면 성장해야 합니다. 성장해서 리더십을 가져야 합니다.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실력이 부족한 간부, 성장하지 않는 간부는 회사의 근심거리입니다.
리더는 구성원을 성장시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지만, 부하는 스스로 성장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이게 어긋나면 관계가 깨집니다.
이 과정에서 리더는 이를 악물고 인내하고, 기회를 주고, 견뎌야 합니다. 비난과 비판과 지적으로는 사람을 바꿀 수 없습니다. 이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우리도 겪는 일입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지휘서신 써라, 생각나눔 써라 하고 간곡히 부탁합니다. 때로는 지시하고 명령합니다. 그런데도 안 씁니다. 써도 내용이 없습니다. 제가 쓰라는 건 그저 지휘서신이나 생각나눔이 아닙니다. 제발 소통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일주일 내내 A4 한 장 분량 쓰고는 끝입니다. 이렇게 할 이야기가 없는 걸까요? 저는 지휘서신 쓰는 법이라는 간부 교재까지 만들어서 요령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신신당부합니다. 그래도 안합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여기서 제가 쓸 수 있는 방법은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거겠지 하고 기다립니다. 언젠가는 이해하겠지 하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쓰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어나는 걸 기뻐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일체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더 억지로 쓴다고 뭐가 나오겠습니까?
여러 간부들은 쓰는 게 좋다는 건 알지만 어렵다고 합니다. 전들 어쩌겠습니까? 이걸 안 하면 지금보다 조직은 더 소통이 안되니까 요청할 수밖에 없지만 지휘서신, 생각나눔 안 쓴다고 처벌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저나 잘하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저 나나 잘해서 티쿤을 자기 삶의 중심으로 삼는 사람, 제 철학과 사상을 따라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늘어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티쿤에서는 제 철학과 사상을 따라주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이 한 사람이 티쿤을 살립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나면 엄청난 성과니까 꾸준히 할 뿐입니다. 꾸준히 하면 당연히 성과도 나옵니다.
기다리는 것도 정말 힘듭니다. 도저히 제가 받아들이기 힘든 간부가 있었습니다. 몇 년을 놀다시피 하는 걸 지켜보면서 스스로 자리잡기를 기다렸습니다. 자리도 주고, 일감도 줬습니다. 그 간부는 책임감은 있지만 기질 자체가 집중을 못합니다. 일에 애착이 크지 않습니다. 책임감은 있지만 집중하지 못한다는 게 이율배반입니다만 실제로 아주 자주 있습니다. 책임감은 크지만 능력이 못 따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 다른 간부들조차 더 있게 하는 건 서로 고통이라고 할 정도가 되어서야 나가게 했습니다. 솔직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기다리고 믿어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고, 평소에 지지하고, 지원하고, 격려하고, 칭찬해서 신뢰를 쌓는 게 설득하는 지름길입니다.
목표가 있으면 설득하게 된다
설득을 말합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할 비전과 목표를 갖는 것입니다. 설득할 목표와 비전이 뚜렷한가? 이게 없으면 설득할 일도 없습니다. 비전과 목표가 높고 뚜렷하면 열심히 설득하게 됩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꾸준히 설득할 게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굳이 설득할 게없고 설득할 게 없어도 불편하지 않으면 스스로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목표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