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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교실 14] 인문학을 공부해야


결국은 설득하기

지난주에 아이오와 주립대학에 재료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이○○ 교수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제 후배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서병진 차장과 절친이었습니다. 서병진 차장이 전상(電商)에깊이 관심을 가지다가 티쿤글로벌을 알게 되어 이교수에게 티쿤글로벌을 얘기했더니 이교수가 티쿤글로벌 CEO를 잘 안다고 얘기하고 저와 서 차장을 연결해주었습니다. 모두 우연입니다. 이교수는 사회에서 저와 만날 때도 비범한 관점을 아주 자주 드러내서 저도 경외하는 후배입니다. 이교수는 한국에 있을 때 효성그룹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한국 기업 문화를 견디지 못한 것도 한 이유가 되어서 미국에 재유학을 갔고 갖은 노력 끝에 지금 아이오와 주립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한국 기업에서 근무를 했고, 미국에서도 근무를 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해주고 싶은 말이 참 많습니다.


그날 서병진 차장과 셋이 만났는데 이교수는 저녁 먹는 내내 인문학 공부와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대학에서는 인문학쪽 교수들 월급은 공대쪽 교수들 월급의 반이고, 공대쪽 교수들은 대학에 속한 소사장처럼 연구 프로젝트를 따는 게 곧 실적이라고 했습니다. 이교수는 올해 임용되었는데 이후 5년 간, 그러니까 합쳐서 총 6년 간 연구 프로젝트를 따서 돈을 벌어와야 종신 교수가 된다고 합니다. 이교수는 미국 공대교수는 돈 벌어오지 못하면 그냥 잘린다고 합니다.


이교수는 교수가 기업에 프로젝트를 제안하려면 설득을 해야 하는데, 설득은 무조건 글로 하는 거라는 겁니다. 그리고 글을 쓰려면 논리가 갖춰져야 하고, 논리를 갖추려면 인문학 공부를 안 하고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 대학들이 고전 읽기를 엄청나게 강조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이교수는 미국 기업들은 글쓰기를 못하는 사람은 임원으로 임용조차 안 한다고 했습니다.


서병진 차장은 건축을 전공했는데 건축 역시 문자로 기술한 기반을 가지고 하는 거라고 거들었습니다.


저는 이교수에게 SNS로한국 사회에 기여하라고 권했습니다. 한국에서 기업에 근무했고, 미국 꽤 유명한 주립대학 정교수로 재직중인 사람 이야기는 한국에 크게 도움이 되니까 하라고 했습니다. 이교수는 안 그래도 통로만 있다면 얘기하고 싶었다며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이교수 시각이 워낙 비범하니 실제로 글을 쓰면 저도 수시로 소개할 작정입니다. 이교수는 제가 지금 소개한 말을 많이 할 겁니다. 이교수 의견에 저도 서 차장도 크게 공감했습니다.


결국 일은 설득하는 겁니다. 어떤 방식이든 결국은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 게 일입니다. 물건을 사게 하고, 불만을 누그러뜨리게 하고, 제안을 받아들이게 하고, 투자하게 하는 게 일입니다. 설득하려면 조리 있게 글을 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설득하기 위해 설득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회의하는 방법, 대화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최근에 조직 내외 회의에서 좀 안다는 사람들조차 성안 하고, 동의하고, 처리하는 순서 자체를 모르는 걸 보면서 화가 나고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안을 반대해야 할 때 어떤 순서로 하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많았습니다. 의견이 충돌될 때, 의견이 다를 때, 보충할 때 등등 처리하는 순서가 다 다른데 그것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아니 그런 걸 모르면 차근차근 알려줘야지 화를 내면 됩니까 할지 모르지만, 나이가 마흔 넘은 회사원이나 간부가 알고 보니 구구단도, 한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회사라면 업무에 필요한 기본 엑셀도 모르는 사람은 채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회사가 구구단이나 한글 쓰기나 엑셀을 가르쳐주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마흔 넘으면 회의하는 법, 안건을 처리하는 법은 구구단이나 한글 쓰기처럼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계약서 쓰는 법, 계약서를 수정하는 절차 등도 다 마찬가지 실무입니다. 간부들이 이런 실무조차 모른다면 구구단 못 외우는 것하고 다를 게 전혀 없습니다.


간부조차 몇 달이 가도록 안을 들고 왔다 갔다 하기만 할 뿐 전혀 매듭을 짓지 못합니다. 혹은 회의에 올리고 반려되고, 재입안하고, 또 반려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에 비하면 티쿤은 정말 잘합니다. 티쿤글로벌은 조직 운영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회의하는 법도 가르 칩니다. 정식 회의 용어를 쓰고, 정통 회의법에 따라 회의를 진행합니다. 이런 티쿤글로벌 간부조차 막상 회의를 하면 성안을 못하고, 동의, 반대 처리를 못합니다. 이게 한국 기업 수준인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외국이라고 더 나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실무들은 조금 깊이 생각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런데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논리 구성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논리 구성력이 부족한 것은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고,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은 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고, 그중에서도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흔이 되도록 제대로 공부를 안 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깊이 생각하는 훈련을 안 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잔재주만 발달하고 생각하는 능력은 정체되었다는 뜻입니다.


인문학은 세계와 사람을 이해하는 수단입니다. 나와 세계, 나와 너를 이해해야 안을 만들 수 있고, 안을 가지고 설득할 수 있습니다. 경청할 수 있는 능력과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사람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핵심과 부차, A-A’가 A-B와 어떻게 다른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대화할 수 있습니다. 공부가 안 되어 있는 사람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자기가 하는 말이 왜 틀렸는지 조차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지적을 해도 왜 그런 지적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말하자면 다섯 살짜리 아이하고 이야기하는 셈이 됩니다. 심지어는 나이가 마흔이 넘어도 CEO가 논리 전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장이 다른 것은 상관없습니다. 주장이 달라도 다른 중에 이치가 있다면 토론해서 고쳐줄 수 있습니다. 이치를 따질 줄 아는데도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주장의 근거가 다르기 때문이고, 근거가 되는 팩트만 바꿔주면 스스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리가 없는 사람은 토론 자체가 안 됩니다. 토론하다 보면 ‘당신 말이 맞네’ 할 줄 아는 사람이 있고, ‘뭐가 문제라는 거지?’ 하고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치를 따질 줄 아는 사람과 그걸 못하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제안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보고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40대 밑 직원이면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40대가 넘어서도 보고서 형식을 지적당하면 심각합니다. 40대가 아니라 30대 중반 이후 직장인이 보고서, 계약서 형식조차 맞추지 못하고 지적당하면 일하기 어렵습니다. 논리력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학습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것 참조하고,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 들어가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다 알 수 있습니다.


티쿤글로벌에서는 어떤 직무, 어떤 직종도 그냥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현대 사회는 다 그렇습니다. 흔히 육체노동하는 부서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현대모든 노동은 지식노동입니다. 생각해야 잘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 생각할 줄 아는 사람 수만큼 회사는 빨리 발전합니다.


사흘이면 성안하고 통과시킬 일을 석 달을 붙잡고 있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뭘 하자는 걸까요? 석 달간 헛일을 한다는 뜻입니다. 상급으로 갈수록 이런 문제가 생기면 조직은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사흘에 할 일을 석 달하면 회사에 큰 폐를 끼치는 것입니다.


정말 공부해야 합니다.

회사 다닌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생각하는 능력이나 논리 구사력이 발전하지 않고 계속 지적받으면 회사의 짐입니다. 사회 수준 전체가 낮아서 그렇게 된 영향도 있고 채용한 초기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해가 가고 달이 가면 발전해야 합니다.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고 있으면 성장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몫입니다.


저는 여러분보다 훨씬 더 노력합니다. 어떤 분은 저더러, 그 나이에도 성장하는 걸 보면 놀랍다고 말합니다. 저도 제가 계속, 그리고 조직 안팎 누구보다 더 성장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제가 스스로 성장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저는 성장하지 않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성장하지 않는 사람들은 위험합니다. 저는 티쿤글로벌 CEO입니다. 저는 성장하려면 해야 하는 일을 충분히 일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성장하는 사람을 우대해야 하고, 성장하지 않는 사람을 조직에서 배제시켜야 합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저는 사람을 존중합니다. 존중하기 때문에 제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을 공개하고, 제가 경험한 학습 방법도 알려주고, 또 생각나눔이며 지휘서신을 쓰라고 강요하고, 공부하라고 강요합니다. 제가 그저 일이나 시켜 먹겠다면 잔소리만 하겠지만 저는 제 주변 사람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기 바라니까 제 가진 걸 다 나누려고 애씁니다.


저 정도면 세계 어느 기업 CEO가 하는 것에 크게 뒤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나머지는 각자 몫입니다. 회사에 더해달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급여는 아무래도 부족합니다. 급여가 부족해서, 투잡은 금지입니다만,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몰래 투잡 하느라 시간이 없어 공부를 안 한다면 모르겠습니다만 투잡 하는 것도 아닌데 공부 안 하는 거면 심각합니다. 회사는 여러분에게 충분히 시간을 주고 있습니다. 잔업 안 해도 되게 했고, 휴가도 충분히 주고 있습니다. 주 5일 근무제는 철저히 지켰습니다. 공부할 여건이 안 되는 상태는 아닙니다. 시간면에서 회사가 더해줄 것은 없습니다. 이 정도면 세계 그 어떤 회사에 비교해도 충분히 줍니다.


이런 여건에서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나도 크게 발전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대우하면 안 됩니다. 대우하는 게 부당합니다.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도 계속 그 자리에 머물면 사실은 퇴보하는 것입니다.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吳) 나라의 장군 여몽(呂蒙)은 박식한 사람으로, 주유(周瑜)의 뒤를 이어 도독이 되었고, 반장(潘璋)을 시켜 촉(蜀)의 관우(關羽)를 죽이고 형주를 되찾아 온 사람이다. 그는 집안이 가난하여 어려서부터 오로지 무술 공부에만 힘을 쏟았을 뿐, 글공부는 한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손권(孫權)이 여몽과 장흠(蔣欽)에게 공부를 하라고 권면하는 말을 하자 학문을 닦기 시작하여 학자를 능가하는 수준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주유가 죽은 후, 주유를 대신하여 도독이 된 노숙(魯肅)이 육구(陸口)로 가는 길에 여몽의 군영을 지나게 되었다. 노숙은 마음속으로 여전히 여몽을 경시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노숙을 설득했다. “여장군의 공명이 나날이 빛나고 있으니 마음대로 대하면 안 됩니다. 가서 보는 게 좋겠습니다.” 노숙은 여몽을 찾아갔다. 술자리가 한창일 때 여몽이 노숙에게 말했다. “당신은 중임을 받아 관우와 이웃하게 되었는데 어떤 계략으로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까?” 노숙은 엉겁결에 대답했다. “때에 임하여 적당한 방법을 택할 것이오.” 여몽이 말했다. “지금 동쪽(吳)과 서쪽(蜀)은 한 집안이지만, 관우는 사실 곰이나 호랑이 같은 사람입니다. 계획을 어찌 미리 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리고 노숙을 위해 다섯 가지 계책을 그렸다. 노숙은 이때에 자리를 넘어가 여몽에게 가까이 가서 그의 등을 치며 말했다. “나는 이제껏 그대가 무술만 아는 줄 알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그대의 학문이 뛰어난 것이 이미 옛날 오 지역의 시골 구석에 있던 아몽(阿蒙)이 아니구려.” 여몽이 말했다. “선비는 모름지기 여러 날을 떨어져 있다가 만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江表傳曰, 肅拊蒙背曰, 吾謂大弟但有武略耳, 至於今者, 學識英博, 非復吳下阿蒙. 蒙曰, 士別三日, 卽更刮目相待.)」

‘여러 날을 떨어져 있다가 만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정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새겨 들어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공부는 단 하루만 해도 당장 달라집니다. 십 년 공부해야 이룬다는 것은 큰 이론입니다. 하루 공부하면 하루만큼 달라진 게 드러나고, 사흘 공부하면 사흘 공부한 만큼 달라집니다. 그게 10년 쌓이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됩니다.


당장 하루, 애를 써서 생각나눔을 쓰고, 지휘서신을 써보기 바랍니다. 그냥 맨날 쓰는 생각나눔이나 지휘서신 말고, 깊이 생각하는 글을 써보기 바랍니다. 딱 하루만 제대로 써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됩니다. 쓰는 단어 자체가 달라집니다. 당장 주변으로부터 갑자기 웬일이냐는 칭찬을 받습니다. 간부도 지나가다가 잘 썼던데 하고 한 마디 던집니다.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습니다. 자기를 존중하게 됩니다. 해당 주제에 할 말이 생깁니다. 주변으로부터도 인정받고,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인정받습니다. 이러면서 발전하고 달라집니다.


이렇게 인정받아야 하고 승진해야 합니다. 남으로부터 인정은 둘째고 자기 스스로 자기를 인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남 눈치 안 보고, 소신껏 일할 수 있기 바랍니다.


일을 못하면 남 눈치 안 볼 재간이 없습니다. 단언하건대 사람은 결코 강하지 못합니다. 지적을 몇 번만 받으면 견디지 못합니다. 대신 인정받으면 기가 삽니다. 인정받으려면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는 하루라도 제대로 하면 그만큼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지식이 쌓이고 그 주제에 끼어들 수 있습니다. 그만큼 엄청나게 성장합니다. 물론 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공부는 끝나야 써먹는 게 아니고, 하면서 써먹는다는 점입니다.


공부 안 하고 건성으로 시간 보내면 마흔 넘기 전에 회사 그만둬야 합니다. 또 다녀도 안 됩니다. 회사에 폐를 끼치는 겁니다. 서른다섯 때 그 사람이나 마흔 때 그 사람이나 똑같은데 회사가 뭐 하려고 마흔 된 사람을 계속 고용합니까? 마흔 되면 또 나이 들었으니 월급만 더 달라고 할 텐데요. 서른다섯인 사람을 고용해도 할 수 있는 일을 마흔인 사람이 하면 회사가 월급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집니다. 나이를 먹으면 지혜도 늘어나야 하지만 실무 능력도 그에 맞게 커져야 합니다. 마흔 넘었는데 실무 처리 때문에 계속 지적당하면 지적당하는 사람도 기분 나쁘지만 회사는 더 기분이 안 좋습니다. 지적당하는 사람은 기분만 나쁘지만 회사는 안 줘도 될 돈을 주는 겁니다. 기분 나쁜 것은 없어지지만 돈 없어지는 것은 아주 큰 타격입니다.


두고 보면 알겠지만 티쿤글로벌은 앞으로 성장하지 않는 사람은 계속 교체하게 됩니다. 물론 전제는 회사가 스스로 성장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여유를 주지 않고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범죄입니다. 공부하라고 독려하려면 시간을 줘야 합니다. 티쿤은 그 점에서는 잘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시간을 줬는데도 공부하지 않는 사람을 계속 고용하는 CEO는 무책임합니다.


저는 공부합니다. 공부를 하기 때문에 상대가 공부하는지 안 하는지 압니다. 고수는 하수를 알아봅니다. 대화해보면 그대로 압니다. 발전하는지 머물러 있는지, 어느 정도 속도로 발전하는지 정확하게 압니다. 바둑 9단은 상대 바둑이 몇 단인지 압니다. 축구 지도자는 선수가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지 알아봅니다. 저도 누가 얼마나 성장하는지 정도는 거의 정확하게 압니다. 그 사람이 공부하고 있는지 아니면 공부하는 흉내만 내는지도 거의 압니다. 그것도 모르고 제가 CEO 하면 정말 무능합니다. 일일부독서(一日不讀書)면 구중생형극(口中生荊棘)이라고 했습니다. 하루 공부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난다는 말입니다. 저 자신도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를 압니다.


티쿤글로벌은 간부에게 고급 글쓰기 능력을 요구합니다. 생각나눔을 써야 하고, 지휘서신을 써야 합니다. 글을 보면 그 사람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시인이 시를 보고 좋은 시인지, 나쁜 시인지 모를 리 없습니다. 화가가 그림을 보고 좋은 그림인지 나쁜 그림인지 모를 리 없습니다. 피카소 그림 보고 어떤 평론가가 소가 꼬리로 그렸나 했다지만 그건 평론가가 그 상위를 볼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개 상급은 하급을 알아봅니다. 제 수준이면 대체로 생각나눔과 지휘서신을 통해 생각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발전하고 있는지, 이전에 머무르고 있는지도 정확하게 압니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일관되고, 뚜렷하지 않고는 글을 쓸 수가 없고, 쓴들 내용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수준이 낮으면 자기 쓴 글이 왜 문제인지조차 모릅니다. 방향을 제시하라, 자기 이야기를 하라는 게 무슨 말인지도 모릅니다. 그냥 누구나 하는 보고를 지휘서신이라고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왜 문제인지 이야기해줘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런 사람과는 이야기하기 너무 어렵고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꾸준히 공부하기 바랍니다. 책 읽고 글 쓰기 바랍니다. 회사 안에서 독서토론회를 만들기 바랍니다. 하루하루가 쌓여 10년이 되고 20년이 됩니다. 5년만 지나도 쌓인 차이가 넘을 수 없는 차이가 됩니다. 마흔 넘으면 수준 차가 생깁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꾸준히 책 읽고 글 써서 정리한 사람하고 그냥 인터넷으로 얻은 지식으로 버티는 사람하고 차이가 안 나면 그게 불공평합니다.


이치를 아는 사람은 핵심과 부차를 구분할 줄 압니다. 그리고 A와 A’ 관계를 압니다. 이게 논리입니다. 주장을 펴는 방법을 알고, 논리를 전개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이게 안 되고는 설득할 수없습니다. 얕은 지식으로는 오래 버틸 수가 없습니다.


부디 공부하는 모임에 참가하기 바랍니다. 앞으로 세상은 인문 지식을 더 대접할 겁니다. 철학, 정치학, 역사, 특히 문학, 논리학, 수사학, 경제학 두루두루 꾸준히 공부하십시오. 회사 안에서도 꼭 독서토론회를 만들어서 공부하십시오. 혼자는 못합니다.


저도 회사 안에 독서토론회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 토론회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라는 12권짜리 책을 읽었습니다. 한국에는 대망(大望)으로 제목이 붙었습니다. 단언하건대 사십 대 이하에서 이 책을 읽은 사람은 1%가 안 될 겁니다.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12권짜리 책을 그때 직원 몇과 같이 읽었습니다. 한국 직원들은 토지, 장길산, 혼불, 태백산맥 다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책을 안 읽은 상태에서는 그냥 지금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말할 수 있을 뿐 더 얘기할 게 없습니다. 이런 기초가 없는데 논리학이며, 정치학이며, 역사며 철학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인문학을 토대로 하는 상품론, 가격론, 마케팅론을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지금도 저는 할 수만 있으면 독서토론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때 경영전략회의에 통과시켜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도 일이 너무 많아서 못합니다. 대신 간부들이 그런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운영실이 독서하는 걸 체크하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회사에서 ‘너 책 뭐 읽었는지 기록해’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황당하지 않습니까? 그런 지도자를 만난 걸 큰 복으로 여기기 바랍니다. 어떤 지도자가 회사에서 책 읽는 걸 강요해주겠습니까? 그렇게 강요해주는 지도자가 진짜 조직원을 사랑하는 겁니다. 그 지도자는 추천할 책이 뚜렷하다는 겁니다. 독서의 힘을 확신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지도자와 있어야 실력이 늡니다. 이게 플랫폼 운영실의 힘입니다. 플랫폼 운영실 지도자들이 정말 잘하는 겁니다. 저는 이런 걸 하는 게 진짜 간부라고 생각합니다. 맨날 얘기 들어준다, 술 마신다 하면서 놀아주는 사람이 간부가 아니고, 차라리 이렇게 독서카드 만들게 하고, 독서후기 쓰게 하고, 독서하는지 체크하는 사람이 진짜 간부입니다. 자신 없으면 이렇게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미친 짓입니다. 그런데 이게 옳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살기 바랍니다

인문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독서토론회를 만들거나 혹은 외부 독서토론회에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매주 전언 쓰기라는 저만의 학습회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바깥에 안 갑니다. 저 정도면 혼자 공부해도 됩니다. 젊은 여러분은 스스로 공부하든 독서토론회든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열심히 사십시오. 열심히 사는 것은 실천하는 겁니다. 이론과 실천을 겸비하는 게 공부입니다. 머리에는 많은 게 있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공부된 게 아닙니다. 실천할 때 지식이 이론이 됩니다.


머리만 크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도 공부된 사람이 아니고, 행동만 하고 이론이 없는 사람도 공부된 사람이 아닙니다. 이론은 실천을 통해서만 검증되고, 실천은 이론을 바탕으로 해야 결실을 맺습니다.


늘 하던 것만 하는 사람은 결코 실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고 간부나 임원이 되면 ‘내가 한 것’, ‘내가 이룬 것’이 분명해야 합니다. ‘내가 한 것’이라고 뚜렷이 내세울 게 없으면 답답해집니다. 내가 이룬 것과 부하가 이룬 거 사이에 별 차이가 없어도 답답한 일입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합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합니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해야 합니다. 회사원은 한 일로 말해야 합니다. 남들이 하는 방법으로 조금 더한 것은 임원이 할 일이 아닙니다. 자기만의 색깔,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일을 해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기만의 철학, 사상, 관점, 생각이 뚜렷해야 합니다. 그게 안 되고는 이름만 임원이지 임원이 아닙니다. 누구나 다 그렇게 될 수는 없다고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면 어쨌든 발전합니다. 그렇게 하고도 발전하지 않는 사람은 회사 다니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물론 있을 수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을 뽑은 간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사람을 잘못 뽑은 겁니다. 발전할 수 없는 사람을 뽑으면 채용자가 크게 책임져야 합니다. 대개는 노력하면 발전합니다. 저는티쿤에서 정말 많이 봤습니다. 공부하면서 성장하는 사람을 참 많이 봤습니다. 제 기쁨입니다. 계속 성장하는 구성원을 보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평직원도 마찬가지지만 간부나 임원이면 그 직위에 걸맞은 자격을 스스로 갖춰야 합니다. 자기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간부 안 하고, 임원 안 하면 그런 자기류(自己流)를 가지라고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열심히 사는 것 자체도 매우 훌륭한 공부입니다. 국가대표 야구 선수가 유명한 김 모 교수에게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김 모 교수가, ‘야구 열심히 하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일면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진지하게 야구하면 그것도 훌륭한 공부입니다. 진지하게 야구하면 감독이나 코치로부터 계속 야구 이론을 듣게 됩니다. 이론도 갖추게 됩니다. 물론 스스로 이론을 공부하는 게 최고지만 경청만으로도 엄청나게 이론을 공부할 수 있습니다.


듣는 학습보다 읽는 학습이 5배 효과가 크고, 읽는 것보다 쓰는 게 5배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열심히 하는 것도 공부하는 과정이지만 읽고 쓰라고 강조하는 것은 경청과 경험을 통한 학습보다 효과가 월등히 높기 때문입니다.

당장 모자란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도무지 발전하지 않는 것입니다. 회사 생활 3년만 하면 회사가 나가지 말라고 붙잡아야 정상입니다. 그 사람 몸에 쌓인 시간과 비결이 얼마입니까? 그런데 나간다고 해도 전혀 잡을 생각을 안 하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지금 나간다고 하면 회사에서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더 심각한 것은 회사가 막상 말은 못 하지만, 스스로 나가준다고 해줬으면 할 때입니다. 회사 또는 CEO는 냉정합니다. 냉정해서 냉정한 게 아니고 저절로 냉정해집니다. 회사에 도움되는 사람은 붙잡고, 도움 안 되는 사람은 나가줬으면 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성장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1년 되었지만 10년 된듯한 옷, 10년 되었지만 1년 된듯한 옷’이라는 광고문이 있었습니다만 사람은 괄목상대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회사는 시간을 계속 보장하겠습니다. 책 읽는 돈, 수강할 돈도 반은 드립니다. 이 제도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저도 살펴보겠습니다. 독서토론회를 만들고 또 참가하십시오. 공부할 여건을 만드십시오. 열심히 일하십시오. 열심히 생각나눔을 쓰고, 지휘서신을 쓰십니다. 당장 내년 연봉 협상할 때 회사가 ‘꼭 있어 주십시오’ 하고 발목을 붙잡게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회사가, 나간다는 말을 기다리게 하지 마십시오. 저에게 기준은 발전하고 있느냐 머물러 있느냐 딱 하나입니다. 지금은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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