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2

love story

by 차가운와인

사랑은 햇살 좋은 5월 어느 오후에 활짝 핀 꽃과 같다. 완벽하다. 햇살, 바람, 기온 모두. 그렇지만 곧 해는 져 밤이 되고 홀로 핀 꽃은 밤이슬에 젖고 색도 바랜다. 귓등을 간지럽히던 기분좋은 바람은 어느덧 살을 에이는 차디 찬 바람이 될 것이다. 꽃은 시들고 갈색으로 변해 가다 결국에는 차가운 땅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그 곳에 꽃이 피었던 것을 기억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다음에 필 꽃을 위한 자양분 정도는 될 수 있겠지.

자. 그렇다면.

어디까지를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밤이 찾아와 생기를 잃기 시작하던 순간까지를? 아니면 갈색으로 시들었을 때까지? 바닥에 떨어져 썩기 시작한 때까지?

사랑이 언제 시작되었나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실 구분할 필요도 없다. 거기에는 어떤 에너지 낭비도 없기때문이다. (그래서 대개의 연인들은 어느 때를 특별한 순간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1일이라 정해둔다. 이별 1일이라고 정하진 못하는 것은 언제부터를 이별이라 정할 수 있을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이 시작되는 지점은 씨앗이 뿌려져 그곳에 사랑이 움트는 순간부터라 해도 나쁠게 없고 2월의 아직은 찬 바람을 견디며 자리를 잡은 꽃망울부터라 해도 좋다. 그렇지만 사랑의 끝을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디라고 말해도 수긍하기 어렵다. 지고 만 꽃을 아파하고 아파하고 아파해서 눈물이 멈춘 순간 정도라면 그나마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지만 어떤 사랑은 그런 호사조차 없다. 아파하고 아파할 수 있는 기회.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사랑은 안타깝게도 그것이다. 이별의 의식이 소홀했던 지나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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