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소
타고 다시 타서 재 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소이다.
반타고 꺼질진 대 아예 타지 말으시오
차라리 아니 타고 생나무로 있으시오
탈진 댄 재 그것조차 마저 탐이 옳소이다.
- 가곡 <사랑> 의 가사 -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글쓰기와 시를 좋아했던 고등학생 사촌 누나와 가끔 편지를 주고 받았다.
가사가 너무 아름답다고 추천해준 가곡 <사랑>의 가사.
사랑이 뭔지 몰라도 사랑할 준비가 되있다고 믿었을 사춘기의 순진한 나는 그렇게 이해했던 것 같다.
'사랑을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방통행의 터널같은 것이라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것이라고. 그 끝이 꽉 막힌 동굴같은 것이든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통하는 것이든, 중간에 되돌아 나와서는 안되는.
만약 사랑이 미적분 문제를 푸는 것이라면 미적분에 대해 공부하면 될 것이고, 100m 달리기를 10초 이내로 기록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난 밤낮으로 뜀박질을 했을 테지만 내게 사랑이란 그저 하면 되는 것이고 적당한 상대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여겼던 시절이었다. 우리가 민망할 정도로 유치했던 시절, 덧셈 뺄셈을 배우던 아이가 미적분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순간,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가 100m 출발선에 선 그 순간의 아이러니가 사랑이 숨긴 상처의 씨앗인 것이다.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사랑은 그 자체로서 그 어떤 상처도 품고 있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사랑이 뭔지 모른 채 사랑을 하기 때문에 늘 상처를 남기는 것.
누나에게 받은 편지는 별 감흥없이 책상 서랍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세월이 흘러 문득 생각나 다시 꺼내 읽어보고 노래도 찾아 들었을 때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알게 된 때 였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곡은 사랑을 할 때 열심히 하라는 격려나 충고의 노래가 아니라 싸그리 타지 못한 생나무에게 남겨진 상처에 관한 노래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