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
'흰 색 코란도만 보면 그 사람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어요. 근데 이젠 흰 색 코란도를 봐도 그 선배가 떠오르지 않아요.' 라고 말하며 나를 쳐다보던 그 사람에게 말했다. '나도 어떤 사물로 치환되서 당신에게 나를 떠올리게 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나 역시 그 치환된 사물로도 떠오르지 않을 거라고...' 그녀는 아니라고,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 말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우습게도 나는 흰 색 코란도만 보면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그 사람이 그 선배를 떠올리던 그 흰 색 코란도네...하고.
우리는 한심스러울 만큼 사랑에 무지해서 사랑이면 뭐든지 다 될 수 있을 것처럼, 언제까지나 다이아몬드처럼 상처하나 나지 않을 것처럼 사랑에 대해 말하고 행동하지만 사실 우린 한발짝도 떼기 힘들다. 꽃은 언제나 너무 빨리 시들고 타다 남은 동강은 재가 될 때까지 긴 시간동안 상처의 흔적을 지닌 채 썩어가니까...
나는 이제와 클레오 레인의 그녀를 사랑했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그녀를 사랑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가슴찢어지던 밤 내가 쏟아낸 이별의식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한번도 그녀의 눈을 보며 혹은 껴안은 채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던 내가 그 아팠던 밤, 타다만 동강들을 모아 눈물로 태울 때 비로소 나는 그녀를 사랑했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