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게 관심이 없고
내가 관심 없는 사람은 날 좋아한다.
남녀관계에 있어서 이 말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말일 거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말이나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오버하거나 젠체하는 말과 행동이 자신을 더 멍청하게 보이도록 할 뿐이다. 그렇지만 내가 관심 없는 사람 앞에 선 마음이 아무렇지 않기 때문에 나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내보이게 되고 자연스러운 나 그대로가 상대에게 어필된다. 요컨대 자연스럽단 거다. 말이나 행동이.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기 위해 섰는데 앞에 해저드나 벙커가 있어도 자연스러운 내 샷 그대로를 친다면 굿샷 하겠지만 거리는 나야겠고 오비는 두렵고 그전에 망친 샷들이 머릿속을 스치면 절대 내 스윙이 나오지 않는다. 부자연스럽다.
그걸 누군가는 힘 뺀다고 얘기하는 듯하다. 거리에도 관심 없고 오비 따윈 걱정도 안되고 그전 홀에서 잘 친 드라이버 스윙 느낌 그대로. 휙! Good shot!!
티샷을 하려는데 상대의 페어웨이가 좁아 보인다. 아니 페어웨이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벙커만 있는 홀 같기도 하고 좌우 오비 간격이 10M 안인 거 같기도 하다. 혹시나 운이 좋아서 페어웨이에 랜딩 했다 쳐도 세컨드 샷이 허용되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아니 세컨드 샷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부부의 세계' 인가하는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그 드라마를 통해 많이 회자된 말
은 안다.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그래. 사랑이 죄는 아니지.
그렇지만 그 사랑을 실행하는 건 죄가 될 수 있다. 마음속에 간직하는 사랑은 실행하기 전까진 옳다. 한편 이쁘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가는 건 괜찮지만 클럽을 휘둘러선 안된다는 거다.
어차피 어설픈 스윙. 굳이 휘둘러서 오비나지 말고.
그녀가 홀컵에서 기다리다가 오비 지역까지 내려와서 같이 공 찾아줄 거란 기대 말고.
오비 난 공 찾다가 지쳐 그냥 쓸쓸히 홀아웃하지 말고...
그냥 티잉 그라운드에 서서 자연스럽게 연습 스윙 몇 번 해보고 새소리 듣고 길게 뻗은 페어웨이 바라보고 저 멀리 송전탑도 기억하고 바람 소리 한번 들어봤으면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