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풍경

by CHO


"땀에 전 헬멧을 벗었다. 그제야 풍경이 보였다."







어디선가 '오'라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난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서 있었다. '베이'라는 소리에 팔이 벌어졌다가 '비'라는 소리에 몸이 들렸다. 같은 동작이 같은 간격으로 세 번 반복됐다. 호흡은 가팔랐고,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동작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몸은 점점 더 분주해졌다. 오 베이비. 오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박자에서 잠시 어긋난 몸이 있었지만, 곧 다시 같은 간격에 맞춰졌다. 허리는 좌우로 트위스트됐고, 손가락은 번갈아 같은 방향의 하늘을 가리켰다.



나도 같은 방향을 보고 서 있었다.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몸을 계속 움직였다. 컨베이어 벨트의 시간은 일정했고, 주문서는 갱신되고 있었다. 낯선 풍경을 바라보다가 그 움직임이 누구의 것인지 잠시 헷갈렸다.



처음 자전거로 배달을 시작했을 땐 20km 내외를 다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점점 멀어지면서 그 다음부터는 10km 안에서만 움직이게 됐다. 언덕으로 둘러싸인 동네였다. 어느 날엔 10도 이상의 경사에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했고,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골목길이나 길이 없는 곳도 많았다. 주소는 매직으로 휘갈겨 적혀 있었고, 윗집과 아랫집이 나뉘지 않은 집도 있었다. 반경이 5km가 되었을 때는 차가운 문에 메모만 붙어 있었다. "벨 누르지 마세요. 벨 누르면 주문 취소합니다."



살갗에 빛과 공기를 마주하고 싶었다. 다들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병실에서 떠올린 풍경은, 여기에 없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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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너머 산 물 건너 물I〉은 각 회차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연작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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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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