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주말 아침을 차려준 나

by 돌돌이

주말에 아침 일찍 운동을 하고 와서 아들과 함께 자고 있는 아내를 봤다. 입을 벌리고 팔베개를 한 채로 아내와 아들은 인기척에도 깨지 않고 꿀잠을 자고 있었다. 난 밤에는 아들을 돌보지 않고 거실에서 홀로 잠든다. 아들 시우는 격일 간격으로 새벽에 깼다가 잠들었다를 반복하는데, 덕분에 아내는 통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에도 몇 번을 끊어서 잠을 잔다. 그런 희생과 고마움 덕분에 난 개운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고 출근을 할 수 있다. 이날은 주말이고 일정도 없었기 때문에 아내를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집에 있는 재료는 김치, 베이컨, 양파, 스팸, 파가 전부였지만 기본 조미료와 다진 마늘, 매운 고추는 다행히 냉동에 상시 준비되어 있었다. 이 재료로 할 수 있는 음식은 스팸 김치찌개와 베이컨 구이(?)였다. 네이버의 인플루언서가 알려주는 대로 동일한 순서로 요리를 시작했다. 뚝배기에다가 카놀라유를 붓고 김치를 볶았는데 뚝배기는 작고 김치는 많으니 잘 볶이지 않았다. 김치가 익고 있는 동안, 스팸을 썰고 양파를 손질했는데,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동반되어야 하는 작업은 나에게는 쉽지 않을 일이었다.


김치를 볶고 나서 물 500ml를 부었는데, 뚝배기에 꽉 차서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가스레인지는 끓어오르는 국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꺼져버렸다. 두 국자를 퍼내고 다시 김치찌개를 끓이기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중간에 베이컨을 같이 구워가며 찌개의 간을 맞췄는데, 베이컨은 한쪽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생각보다 엄청 빨리 익는 베이컨의 색은 타들어간 내 마음의 색깔과 같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김치찌개는 멀쩡했다. 생에 첫 김치찌개는 이렇게 완성된 것이다. 다진 마늘과 매운 고추가 비린 맛을 잡아줘서 첫 김치찌개의 맛 치곤 썩 훌륭했다.


그날 아침 아내는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남은 김치찌개를 먹은 아내에게 이렇게 카톡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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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맛있었는지, 주말 아침 당번을 나로 정하기 위한 고도의 책략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심 기분은 좋았다. 가스레인지 청소와 까맣게 타버린 베이컨 처리의 아픔보다, 맛있게 먹어주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나도 힘이 난다. 주말 아침에 1시간을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차리면 온 가족이 행복하게 된다. 이렇게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대단 한 일이다. 요리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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