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기타 솔로 영상들을 보면서 막연히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고 이제는 다시 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핸드폰에 있는 영상을 정리하는데 내가 예전에 더듬거리며 연습하고 있는 영상이 있었다. 형편없고 박자도 틀리고 운지도 코드도 마음대로인 솔로를 보면서 가슴이 뛰었다. 2018년도 2월에 찍은 영상이었고 4년도 넘은 영상을 폰을 옮겨 가며 지우지 않고 남겨 둔 것이다. 누구에게도 보여 줄 수 없을 만큼 부족한 연습 영상을 지우지 않고 있었다는 건 그만큼 미련이 남았다는 뜻이 아닐까? 연습하던 곡은 게리 무어의 spanish guitar라는 곡이었고 그 곡의 코드나 운지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지금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코드톤이나 솔로잉을 보면 코드 진행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에 그냥 단순히 터브 악보만 보고 외워서 피킹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기타는 소리를 내주었고 소리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형편없는 연주에 집중하고 있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잠옷을 입고 연주하는 영상을 찍어서 전날이나 지난 연습의 나와 비교했을 것이다. 그 영상에서 나는 기타리스트였고 그곳에는 기타와 나뿐이었다.
뇌가 기억을 지우고 싶어서 였을까? 내 머릿속엔 영상의 곡을 연습했다는 기억이 없었다. 좋아하는 노래고 자주 듣는 게리 무어의 곡이긴 하지만 내가 영상을 녹화할 정도로 연습을 했다면 기억이 났어야 했다. 기타를 내려놓으면서 난 과거의 기억도 닫은 것이다. 이럴 수가 있나 싶으면서도 새삼 먼지가 쌓인 채 구석에 처박혀있는 앰프를 보면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육아라는 핑계로 결혼과 직장 생활이라는 변명으로 기타와 앰프 위에다가 먼지를 쌓아 왔다. 통기타와 일렉기타의 줄을 느슨하게 해놓진 않았지만 넥이 휘거나 바디의 뒤틀림은 없었다. 녀석들은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도 기타를 보고 다시 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밴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하루에 한 시간씩 1년을 해도 356시간이다. 이렇게 10년을 하면 3560시간이다. 글을 쓰는 것처럼 악기야말로 꾸준함을 요하는 것이고 반복 숙달을 필요로 한다. 밴드를 할 때는 반드시 연습을 하고 가야 했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시간씩 준비를 하고 어느 정도 숙달이 되고 나서야 합주에 참여했었다. 동일한 곡 한 곡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혼자서 같은 곡의 같은 부분을 연습할 때는 한없이 지루하고 답답했지만 함께 할 때는 그러한 지루함이 없었다. 드럼과 베이스에 내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에다가 보컬의 울림이 어울려졌을 때 느끼는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올해 3월엔 코로나 환자와 접촉해서 2주간 자가 격리를 했었다. 그 당시 내 방 한편에 기타가 있었고 그것을 보며 느낀 바를 글로 썼었다. 그때랑은 다르게 지금은 더 치고 싶다. 내방에 있는 데이비드 길모어의 젊은 시절의 사진은 여전히 날 쳐다보고 있다. 시간이 부족함을 느끼고 조바심이 난 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늦은 시작이다. 강의를 듣고 곡을 카피하기에도 시간은 많지 않다. 동생 한 명을 꼬드겨(?) 다시 한번 해보고자 한다. 악기는 처음 하는 그 동생은 베이스를 하고 싶단다. 베이스도 기타이기에 나도 같이 배우면서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무대에서 솔로잉을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