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by 돌돌이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는 3년 이상의 징역 및 무기징역형, 상해가 있을 경우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형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규정속도 시속 30km를 초과하거나, 전방 주시 등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거나 다치는 경우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보자.
시속 20km로 운행하고 있는 운전자가 갑자기 뛰어드는 아이를 보고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에 살짝 부딪혀 넘어지면서 무릎이 까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걸까?

분명히 운전자는 서행을 하고 있었고 전방을 제대로 보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법 발효 전에는 부모와 이야기를 하거나 보험처리가 가능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훌륭한 법 구조상, 내가 안전운전 의무를 제대로 했음을 밝혀내야 한다. 블랙박스에 잠깐 다른 곳을 보거나 옆좌석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소리가 녹음이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핸드폰을 봤다면? 블랙박스가 작동하지 않았는데 상해를 입은 부모가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았었다며 경찰서에서 이야기하면 어떻게 될까?

대법원 판결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라는 애매모호한 말은 운전자를 궁지로 몰아넣기 충분하다. 우선 상해가 있었기 때문에 최소 500만 원 벌금형이다.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법에 나와 있는 대로 최소 500만 원 최대 3000만 원을 내거나 1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살짝 다쳐도 난 그냥 범죄자가 되는 거다. 대한민국에서는 13세 미만의 아이는 면죄부가 적용되어 학교 근처 도로에선 맘대로 날뛰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혹여나 그 아이분의 무릎이라도 까지거나 살짝 멍이라도 드는 날엔 국가 근간이 흔들린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무튼, 그냥 50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최소 500만 원. 그리고 민사 소송은 별개로 다시 시작!

국민과의 대화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 영정사진을 든 피해자 부모가 눈물을 흘리며 구구절절 이야기를 했다. 수많은 인터뷰에서 아이는 좌우확인후 횡단보도를 건넜다며 이야기한 부모의 말이 무색하게 블랙박스 영상에선 아이가 튀어 나왔다. 아이를 치고 3미터를 더 운전했다며 부모는 주장했지만 운전자는 급 브레이크를 밟았고 멈췄다. 구속된 운전자는 영상분석결과 23킬로의 속도로 주행 중이었다고 한다. 나도 순발력엔 자신 있지만 교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아서 완벽하게 멈출 자신은 없다.

헌법보다 앞서는 국민정서법이라는 것이 이 법을 통과시켰지만 아이가 스쿨존에서 발목이라도 삐거나, 멍이라도 들거나, 껍질이라도 까지면 내 인생은 종 치는 거다. 억울하다고 해서, 벌금 몇백만 원, 몇천만 원을 아끼기 위해 법원을 들락거리며 변호사를 선임해서 싸워봤자 나에게 남는 건 피폐해진 마음과 경제적 손실일 거다.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지도를 하고 아이들에게 교통안전교육을 한 번 더 시키면 안 되나? 운전자의 의무도 의무지만, 보행자의 의무 또한 필요한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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