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남편이세요?

by 돌돌이

[온라인 남편이세요?]

다시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아내가 한 말이다. 글만 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스위트한 남편이란다. 최수종과 션도 울고 갈 정도 아내만을 생각하는 사람. 하지만 실상은 정말 그럴까? 아내는 내가 결혼 전과 후가 많이 달라진 사람이란다. 어떠한 말을 해도 화를 내지 않고 받아주던 내가, 한마디를 안 지고 정색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점점 애가 되어 간단다. 예전에도 농담과 장난을 즐기긴 했지만 지금같이 애처럼 굴진 않았단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오빠는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아들만 둘을 키우는 기분이란다. 그리고 방귀나 트림 같은 생리작용도 불만이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느낌이 없어졌다고 했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반론할 거리도 많지만, 내가 변한 것에 대해선 아내에게 사과를 한다. 그리고 변화를 가져다준 원인이 있을 터인데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 못을 박아 버리니 답답할 노릇이다. 모든 일엔 원인과 결과가 있다. 결혼을 하고 나서 바뀌었다면 일정 부분 아내에게도 책임 소지가 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변했다고만 한다. 연애할 때의 그녀와 지금의 아내는 변함이 없을까? 업무에 지쳐서 피곤해 할 때엔 그녀는 바로 집에 가서 쉬라며 인자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데이트도 중요하지만 오빠의 체력과 건강이 우선이라고 했었다. 이런 배려 깊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퇴근하고 나서 매번 누워있다며 혼내기도 하고 살도 많이 쪘다며 핀잔을 준다. 설거지가 쌓여 있으면 예전에는 그렇게 잘 도와줬다면서 다시 푸념을 한다. 결혼 초기에 내가 힘들어서 쉬고 있으면, 그녀는 군말 없이 먼저 설거지를 했었다. 그녀에게 내가 좀 있다가 설거지를 한다고 했을 때는 오빠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며 힘들었을 테니 쉬라는 말도 했었다. 요즘은 육아라는 공동 전선이 생겨서 일 수도 있지만 아내의 입에서 쉬라는 표현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아내도 변했다고 이야기를 하면,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오빠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그렇다. 자신이 변한 것은 내가 변해서이다. 이 무적 논리를 깰 방법은 없다. 사실 그냥 다독거려 주고 사과하면 끝날 일이지만, 사소한 일로 잔소리를 하고 사람을 들볶을 때엔 나도 참기가 힘들다. 내 특성상(다르게 말하면, 남자들의 전형적인 사고 구조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게 된다. 이러한 다툼과 갈등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제거하고 앞으로 있을 일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 대화의 논점이 된다. 사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정답도 아니고 해결책도 아니다. 자신이 힘들고 답답하다는 것을 공감해 달라는 것이다. 분명 머리는 알고 있는데 내 입은 가시 돋친 말을 뱉는다. 그에 걸맞은 끝없는 잔소리에 결국 나도 같이 쏘아붙이게 된다.

[아니, 변했다며 나에게 죄의식을 심어주지 마. 애초에 나를 예전처럼 대해주면 되잖아. 더 존중해 주고 아껴주고. 오빠답게 남편답게 걸맞은 대접을 해주면 나도 바뀐다니까? 직책이,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는 거 몰라?]

[그래서 오빠는 꼰대 소리 듣는 거야. 내가 이런 잔소리를 안 하게 만들면 되잖아. 그리고 예전에는 내가 조금만 아프다고 해도 달려와서 밴드도 붙여주고 걱정해 줬는데, 지금은 그냥 거들떠도 안 보잖아.]

이렇게 다시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이 뻗어나간다. 물론 내가 사과를 하고 아내의 감정이 풀리면서 끝나긴 하지만, 그녀의 밑도 끝도 없는 생떼를 마냥 참지만은 않는다. 수십 년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아들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낳고 길러가는 과정에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우리 부부가 이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상대가 나를 위해 맞춰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나를 위해서 양보하고 배려하는 그녀의 노고를 알아줘야 이 싸움은 끝이 날 테니까.

P.S

9살 많은 내가 맞춰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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