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다쳤다.

by 돌돌이

아들이 다쳤다. 집에 있는 미끄럼틀에서 내려오다가 발등에 걸려 넘어졌는데 하필 다른 장난감에 부딪쳐 눈 두덩이가 찢어졌다. 내가 일하고 있는 병원의 응급실로 가서 치료를 받고자 했지만 베드가 없어서 응급실 밖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응급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성형외과 당직의사는 12시가 넘어서 내려오고 앞에 두 사람이 더 있어서 언제 진료를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단다. 다시 집으로 와서 병원을 부랴부랴 검색해서 동래에 있는 수의원으로 갔다. 이때가 11시 30분이었다. 졸려 하는 시우를 깨워가며 40분을 달려서 병원에 간 것이다. 아들은 눈이 많이 부어있었다.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며 아들을 재우지 않기 위해 장난도 치고 까꿍 놀이도 하며 같이 놀았다. 눈은 부어있고 상처는 벌어져 있는데 아빠를 보며 배시시 웃어주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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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시우가 다쳤을 때 너무 놀라고 미안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남편이 일하는 병원의 응급실은 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봐주지 않았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성형외과 외래를 볼 생각도 했었지만 눈 주변의 찢어진 상처를 마냥 지켜만 볼 순 없었다. 아들이 자면서 뒹굴뒹굴하며 상처가 덧날 수도 있었고 심적으로 다친 아들을 바라 보기도 힘들었다. 병원에서 포크랄을 먹이고 상처 주변에 마취를 하고 상처 부위를 꿰매는 시술을 시행했다. 나는 시우가 수술을(꿰맴)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운전을 하면서 울었다. 아내는 감정을 추슬러서 큰 동요가 없었지만, 나는 뒤늦게 시우를 생각하며 눈물을 훔쳤다. 아빠가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감. 아픈 아들이 나를 보고 웃어줄 때 느끼는 죄책감. 시우에게 세상은 나와 아내뿐일텐데 그런 세상을 지켜주지 못한 자괴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떠오르면서 운전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오히려 아내가 나를 달래며 집에 도착한 것이다. 시우에게 느끼는 감정 중 첫 번째는 미안함이었다. 물론 아들이 혼자서 놀다가 넘어졌지만, 책임은 전적으로 부모의 몫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은 많지 않다. 그런데 시우가 태어난 후로 우는 횟수가 늘었다. 나이가 들고 남성호르몬이 감소 해서일까? 그것도 한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보통 아들이 웃는 모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쨍한 감동이 올라온다. 아프고 다쳐도 아빠를 보고 웃어주는 시우. 난 그 모습을 평생 기억할 거다. 아야 아야 거리면서도 날 보며 방긋 웃어주는 아들의 모습을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시우를 꼭 끌어안으며 미안하다는 말과 괜찮다는 말을 되뇌며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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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꾸러기 시우.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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