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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T 그 자체야

by 돌돌이

[인터넷에서 봤는데,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수명이 더 짧데]

[오 그럼 아들 키우는 아빠의 수명도 더 짧겠네? 걱정 마 원래 남자가 먼저 죽으니 걱정하지 마]

이렇게 우리의 말다툼은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아내의 말을 한 번 더 읊어(?) 주고 공감해 주면 끝이었건만... 아들을 돌보는 아내가 고생하고 있다고 한 번 토닥여주고 안아주면 즐거운 저녁시간이 될 터였다. 하지만 이성적이고 개인적인 나에게 그녀의 이야기는 정보 전달로 다가왔고 나름의 해석을 거쳐서 아내에게 전달되었다.

[왜 오빠는 공감을 못해줘? 아내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다고 해주면 어디 덧나? 진짜 오빠는 그냥 T 그 자체야.]

[T가 뭔데? mbti는 컨디션 따라, 처해진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 알지? 그걸로 무언가를 고정된 시각으로 보면 안 돼.]

[내가 이래서 T라고 한 거야. 지금 내가 한말은 전혀 공감해 주지 못하고 mbti가 어쨌니 하는 이야기만 하잖아.]

더 이상 이야기해도 내가 털릴 것이 뻔했다. 부랴부랴 사과를 하고 일단락 지었다. 아내가 이야기 한 내용을 생각하고 나름 한 차원 더 나아간(?) 이야기를 하는데 아내는 공감을 하지 못한다고 혼낸다. 생각해 보면 아내의 이야기를 한 번 더 생각하고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는 사람을 공감해 주지 못하는 건 와이프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나를 공감해 주지 못하면서 왜 나에게 공감을 요구하는 거지? 그리고 본인의 이야기는 공감받기를 바라고 원하면서 내가 하는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치부할 때도 많다.

ESFP와 ENTJ엔 멀고도 먼 간극이 있다. 외향성을 제외하곤 전혀 맞지 않는 mbti. 내가 매번 상상을 하고 있지도 않은 일을 생각할 때마다 아내는 답답해한다. 생각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양자역학을 들어 설명을 해도 아내는 전혀 믿지 않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중요한 사람에게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만을 두고 왈가왈부하며 논의하는 것은 시간 낭비란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내와 책을 좋아하는 나. 짬뽕을 좋아하는 아내와 짜장면을 좋아하는 나. 서로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해 보면 열에 아홉은 다르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게 취향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지만 우리는 같은 공간과 시간을 함께 한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내의 취향을 더 잘 알게 된다. 난 물냉면을 좋아하지만 아내에 맞춰서 비빔냉면을 주문한다. 난 아무거나 먹어도 되니까, 와이프가 좋아하는 걸 시키면 같이 먹을 수 있다. 아내는 내가 자신에게 맞춰서 행동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티를 내지 않지만 아내가 나를 믿고 의지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서로가 함께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고 싶다.

P.S
그냥 내가 선호하는 것들을 반대로 선택하면, 그녀가 원하는 것에 들어맞는다. 취향이 확실히 다르니, 상대의 취향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장점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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