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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뭐야? 뭐긴 뭐야, 카레지.

by 돌돌이

[갱 오늘 저녁 뭐야?]

[뭐긴 뭐야, 카레지. 아직 많이 남았어. 난 저녁 안 먹을래.]


[오, 갱 살 빠지겠네?]


그렇다. 오늘도 전쟁의 서막은 열렸다. 아니 말 그대로 저녁을 먹지 않아서 공복 타임을 늘리는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노리는 그녀의 태도를 칭찬하고 치하하는 의미였다. 난 말 그대로 살이 빠질 거라는 뜻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아내는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오빠는 왜 이렇게 내 말을 이해 못 해? 나 점심때도 카레 먹었단 말이야. 연달아서 카레 먹고 싶겠어? 살 빠진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아니, 그러면 먹을 것이 없어서 저녁을 안 먹겠다고 이야기하면 되지, 왜 안 먹을 거라는 말만 하고 내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걸까? 점심때 카레를 먹었다는 걸 알지도 못했고, 알았다 손치더라도 카레가 많이 남아서 같이 먹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나? 그리고 궁금해서 저녁이 뭔지 물었는데 뭐긴 뭐냐며 핀잔을 주는 그녀의 대답 또한 실망스러웠다.


생각해 보니 '뭐긴 뭐야'라고 할 때 알아챘어야 했었다. 화요일은 내가 운동을 가지 않는 날이기도 했고 어제와 동일하게 카레 밖에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시켜 먹지 않을래?라는 이야기를 기다린 것 같았다. 아내랑 오후에 전화 통화를 하면서 탕수육 먹방을 봤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 탕수육 시켜 먹을래? 갱이 좋아하는 '눈 꽃' 탕수육 말이야]


[시키려면 오빠 퇴근하면서 바로 시켰어야지. 지금 시키면 언제 시우 먹이고 씻기고 우리도 먹어. 그냥 있는 거 먹을 거야. 너구리랑 같이 먹을래. 그리고 나 오징어 짬뽕 좋아하는데 오빠 때문에 너구리만 먹고 있는 거 알지?]


그녀의 공격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배달 음식을 시키기엔 늦은 시간이라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나 때문에 너구리만 먹는다고? 본인이 너구리 라면을 좋아해서 마트에서 구매 해놓고선 나 때문에 오징어 짬뽕을 먹지 못한단다.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면은 오징어 짬뽕이다. 나는 너구리 라면을 더 선호하는 편이고, 아내는 오짬과 너구리 둘 다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는 너구리를 주로 사 먹는다. 그런데 나 때문에 오징어 짬뽕을 먹지 못한다니.


오늘의 패착(?)은 점심때 카레를 먹었다는 것을 알아 채지 못했고, 탕수육 먹방을 봤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냥 시큰둥하게 지나간 것이다. 그냥 쿨하게 시켜 먹자고 하면 어디 덧나는 걸까? 아직도 어려운 여자의 마음.


P.S


내일도 카레를 먹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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