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보고 말해요

by 돌돌이

월세와 전세살이를 청산하고 36년 만에 은행과 합작 투자하여 내 명의의 집을 갖게 됐다. 은행과 공동소유긴 하지만, 명의는 엄연히 내 이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민증내 이전 주소지를 변경된 주소지로 바꾸기 위해 주민센터에 들렀다. 평일 점심시간에 나처럼 짬을 내어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민증 재발급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신분증과 증명사진을 건네고 앉아있었다. 의자에 앉은 채 상체를 아무리 세워봐도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가 시야를 완전히 막고 있었고 고개를 옆으로 갸우뚱거려도 민원을 해결해 주는 직원분을 볼 수 없었다. 주민센터 민원 업무가 센터 내 직원분들에게는 익숙하고 간단한 업무였겠지만, 민증이 발급되기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컴퓨터 뒷면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주민의 입장에선 고행의 시간이었다. 나처럼 핸드폰에 흥미가 없는 사람에겐, 무엇보다 점심때 잠시 나온 직장인은 오후 일과에 늦으면 안 되니까.


재발급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어떤 과정이 소요되는지, 재발급이 가능한 사유 등을 중간중간에 설명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발급 신청이 완료됐다는 이야기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역시나, 등기 가능 여부, 수령 일, 마지막 절차와 설명을 해 줄 때에도 직원분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덕분에 양측이 마스크를 끼고 있었고 그 중간에 컴퓨터 모니터까지 막고 있었으니 속삭이는 듯한 직원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몇 번의 되물음을 거치고 나서 센터를 나섰지만 입맛이 씁쓸했다. 컴퓨터 모니터 뒷면에서 들릴 듯 말 듯 한목소리보다 무서웠던 것은 사람 대 사람으로 대면하는 행위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민원업무는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센터를 방문할 일이 거의 없다.


대화는 눈을 보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라는 내 마인드가 직원분과 주민센터에 엄청난 거리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거리감의 끝엔 최소한이라는 기대치가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끼고 있기 때문에 기껏해야 눈밖에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대면은커녕 눈조차 보지 못한다면 세상은 너무 삭막해질 거다.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더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아이 콘택트는 필요하다. 센터의 컴퓨터 위치가 5센티는 옆으로 조정되어 대면할 수 있기를, 그것이 힘들다면 민원을 온 주민 의자의 높이가 조금은 더 높아져서 직원분의 이마라도 볼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오길 희망하며 노래 한 곡 추천드립니다.


눈을 보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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