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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Oct 08. 2023

XX 선생님. 혹시 Hot bx 얼만 줄 아세요?

의료진의 무능은 병원과 환자에게 피해를 끼친다.

 매주 금요일이면 내시경실에서 한 주 동안 사용한 액세서리 목록을 엑셀로 정리해서 의료기기 업체에 메일로 전송해 준다. 액세서리의 수가를 확인하고 청구를 하는데 병원에서 청구하게 되면 확인과 물품 청구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매주 사용량을 메일로 보내서 월요일에 받는 것이다. 내시경실에서 사용하는 액세서리는 그 양도 많고 의료소모품이기 때문에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매일 내시경실에서 사용한 액세서리를 정리하면서 입력하지 않은 것은 없는지, 특히 시술을 하면서 누락된 액세서리는 없는지 확인하는 일을 한다. 각방을 맡는 간호사들이 잘 알아서 넣고 있지만 무산정(수가를 받지 못하는) 액세서리를 사용하는 일이 종종 보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대장 내시경 시술(C-EMR, polyepectomy 결장경하 점막절제술, 용종 절제술)을 했는데 생검용 forcep(포셉=겸자)가 입력되어 있다면 초반에 포셉으로 용종을 제거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후에 생검용 포셉으로 제거할 만한 크기가 아닌 용종이 나왔을 경우 이후 snare(절제용 올가미)를 사용했으며 기존에 사용했던 포셉은 수가 비용을 청구하지 못한다. 물론 용종이 아닌 다른 병변 대한 조직 검사의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용종 제거에 관한 수기료뿐 아니라 조직 검사에 대한 수기료와 포셉 또한 수가로 산정받을 수 있다.


 시술을 하지 않았는데 포셉을 두 개 사용한 경우도 있다. 한 검사당 하나의 포셉만 산정할 수 있는데 두 개를 사용한 경우는 cancer(암)에 대한 조직 검사를 했을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대장 내시경이야 A-Colon(상행결장)에서 cancer를 발견하고 조직을 생검한 뒤에 그 뒤에도 용종이 보여서 새로운 포셉을 사용했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오히려 같은 포셉을 사용하는 건 혹여나 검사 결과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피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위내시경에서 포셉을 두 개 사용한 경우다. 위와 식도 전체를 확인하고 병변에 대한 조직 검사를 시행하는데 포셉이 두 개가 입력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병변을 보고 근치적인 절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OP(수술)를 하기 위해선 negative bx(정상 점막과 병변과의 경계를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병변의 근처를 조직 검사하는 것)을 시행한다. SRC(반지 세포암)이나 병변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는 negative bx를 여러 번 하기도 하지만 cancer 부분에 대한 조직 검사는 마지막에 하기 때문에 포셉을 두 개 사용할 필요가 없다. 뒤늦게 esopahgus(식도)에 병변을 발견하고 조직 검사를 했다고 해도 조금은 아쉽긴 하다. 초반에 들어갈 때 유심히 확인하며 식도 점막을 봤더라면 포셉을 낭비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식도 조직 검사를 한 것도 아닌데 포셉이 두 개가 입력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환자를 위해서, 그리고 조직 검사의 혼동을 막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해 버리면 할 말은 없지만 결론은 검사자의 부주의로 포셉을 하나 더 사용하여 병원에 손해를 끼친 것이다.


 전날 G-ESD(내시경적 점막하 박리술)을 시행하고 난 다음날 F/U(follow up) EGD(위내시경)을 시행한 환자가 있었다. 내 방에서 시술을 한 환자분이었고 지난밤에 불편감 없이 잘 잤다 길래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잠시 짬이 생겨서 그 환자분이 들어간 검사실로 같이 들어가서 확인을 했다. 제거한 병변 부위 중간에 빨갛게 피가 고여 있어 보였고 펠로 선생님이 hot bx(지혈용 겸자)를 달라고 그 방 간호사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뒤에서 이야기했다.


[선생님 저기 물로 한번 씻어 보면 안 될까요?]


 물로 부위를 씻자 exudate(삼출액)과 함께 old clot(피딱지)가 떨어져 나갔으며 특별하게 문제 될 부위는 없었다. 병변 부위를 빠짐없이 지혈했으며 muscle이 드러난 곳도 예방적으로 clip을 했기 때문에 출혈의 소지는 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검사가 끝나고 나서 그 방 담당 간호사에게 아주 부드럽게 이야기해 주었다.


[XX 선생님. 혹시 hot bx 얼만 줄 아세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모를 수 있죠. 우리 생검용 포셉 가격은 얼만 줄 압니까?]


[아... 2만 원 정도 되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네 B사 건 단가가 만 사천 원이고요, O사는 만 육천 원입니다. 그리고 B사 hot bx는 제가 기억하기론 사만 오천 얼마였던 걸로 알고요. bleeding control(지혈술)로 수가를 받기에는 병변 부위의 출혈도 애매해서 EGD로 수가 받으면서 예방적으로 hot bx를 사용했겠죠? 환자를 위해 썼다면 할 말 없지만 저렇게 아무런 의미 없는 부위에 사용했으면 병원에 사만 오천 원의 피해만 입히는 겁니다. 선생님이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환자는 금식 시간이 길어져서 더 힘들고 우리는 몇만 원 손해 보고 검사시간은 길어지고요. 그리고 어제 EGD 하면서 forcep 두 개 쓰신 분 있죠?]


 담당 방 간호사한테 아주 부드럽게(?) 이야기했는데 오전에 검사를 진행했던 펠로 선생님이 내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하러 왔다.


[아이고, OO 선생님 미안해요. 제가 물을 안 쏘고 바로 hot bx 달라고 해서요. 그리고 그 포셉 두 개 쓴 거는 제가 cancer bx 한 다음에 뒤늦게 metaplasia(장상피화생) 발견해서요, 조직 검사하려고 새 거로 달라고 했습니다. XX 선생님 잘못 없습니다.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


 매너도 좋고 장난도 잘 치던 그 펠로 선생님이 갑자기 끼어들어서 대화가 마무리됐지만 입맛은 씁쓸하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변화도 없고 발전이 없는 선생님을 보면 그냥 나도 포기하고 싶다. 문제는 그 선생님이 끼치는 피해는 고스란히 내시경실과 병원이 함께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 정말이지...


P.S - 과거에 썼던글을 수정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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