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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Oct 09. 2023

아이스 음료가 아닌 상온 음료가 되어 있었다

 G-ESD(내시경적 점막하 박리술)이 예정되어 있는 환자의 검사 전 EGD를 시행했다. local에서 조직 검사 상에 tubular adenoma low grade가 나왔지만 중앙 병변 부위가 depression 되어 있고 크기도 3cm은 넘어 보였다. 내시경 전담 임상 교수님과 함께 보면서 cancer(암) 같다며 외래를 보고 계신 P 교수님께 상황을 설명드렸다. EUS(초음파 내시경)기계가 있는 방으로 옮겨서 초음파 내시경을 시행했고 SM layer intact라고 리딩을 남기긴 했지만 EUS를 보면 SM 층을 침범한 듯한 사진들도 있었다. 같이 검사했던 임상 교수님도 나와 같은 의견이었고 다시 한번 전화를 했지만 교수님은 병변 중간의 침윤 부위는 조직 검사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며 시술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셨다. 둘이 검사를 마무리하면서 내일 시술방에선 이 사람 때문에 고생하겠다며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검사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proximal antrum AW GC에 adenocarcinoma moderately to differentiated가 나온 환자가 있었는데 크기도 크고 모양도 무시무시하게 생겨서 이 둘만 하더라도 오전 시술은 끝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시술은 정말 힘들 것 같다며 시술방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파이팅을 외쳐주고 퇴근을 했다.


 그런데 그 두 명을 내가 있는 방에서 시술을 진행한 것이다.


 스케줄 선생님에게 최대한 불쌍하게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선생님께선 내가 좋아하는 카페의 음료를 감사와 수고의 의미로 내시경실에 올려 두셨다. 역시나 사람은 무언가를 먹고 마셔야 힘이 나나 보다. 아이스 음료를 한 모금을 마시고 시술을 시작했는데 두 번째 모금을 빨았을 땐 아이스 음료가 아닌 상온 음료가 되어 있었다. 시술방에서 고생 좀 하겠다며 히죽거렸는데 그 결과는 나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교수님은 보호자를 불러서 시술 전에 암일 수 있다는 것과 수술이 필요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시술을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은 inject이 생각보다 잘 됐었고 fibrosis가 angle 중앙에 한정적이었으며 bleeding control이 잘 됐다는 것이다. 물론 검사 중간에 혈관들이 눈에 보이고 피가 줄줄 흐르긴 했지만 검사는 잘 마무리가 되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인 1시간 30분 만에(?) 끝난 것이다. 함께 한 간호사 선생님은 시술방을 함께하며 손도 여러 번 맞췄었고 일에 대한 분담이나 준비에 있어서도 보완이 가능했기 때문에 시술 진행은 빨랐다.



 문제는 두 번째 환자였다. 위치가 어렵고 병변도 크기 때문에 시간이 올래 걸릴 거란 예상을 했지만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fat 때문에 시술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내시경 화면을 아무리 씻어도 화면이 흐렸으며 dissection을 할 때마다 fat이 튀어서 내시경 렌즈를 씻어도 씻기지가 않았다. 심안으로 내시경을 봐야 한다며 진담 섞인 농담을 건네가며 시술을 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fat이 그득했고 병변을 절제하는 순간마다 화면을 흐리게 만들었다. 원래 내시경 화면이 저렇게 뿌옇지 않고 선명한데 지방으로 인해 화면이 뿌옇게 보이는 것이다. bleeding cotrol은 다른 내시경실 임상교수님이 하셨는데 fat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이야기해 드리고 나중에 coagrasper forcep으로 fat 부분을 소작할 때 기름이 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며 이야기해 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화면을 가리며 기름이 튀는 게 느껴졌으며 기름이 지글지글 잘 올라온다며 농담을 하며 2시간이 지나서야 시술은 끝났다.


 그리고 C-ESD를 달아서 했다. 다른 교수님 환자였는데 오후에 선별 진료소에 가야 하기 때문에 점심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2시에 시작한 C-ESD는 1시 30분에 끝났다. PCM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시술은 특별한 것이 없었지만 오전에 시술을 4개를 했고 그중 3개의 ESD가 보통의 ESD 케이스 보다 힘들었다. 다른 선생님들이 와서 손을 바꿔주고 남은 일을 도와줘서 망정이지 마냥 뒷정리까지 했으면 식당 밥은 없었겠지. 이러한 하드한 스케줄을 하고 나니 온몸이 뻐근했다. 오후의 스케줄이 많지 않아서 간단한 검사를 하고 끝냈지만 오전에 무리해선지 두통이 가시지 않는다.


 기름이 자글자글 올라오는 곱창이 생각난다. 물론 오늘 봤던 장면 때문은 아니고 그냥 기름진 것이 먹고 싶다. 다이어트는 이렇게 또 물 건너간다.


P.S - 예전에 썼던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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