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경국 Oct 14. 2023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나만의 아지트에서 추억에 잠기다

 과거에 자주 다니던 카페에 왔다. 이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이고 베이스 기타를 치는 주인이 운영한다. 예전에 기타 레슨을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었고 에릭클랩튼부터 블루스 기타리스트의 곡들 까지, 선곡도 나랑 맞는 곳이었다. 결혼을 하고 집을 이사하면서 거리가 멀어져서 자주 들르지 못했다. 혼자서 다시 이곳을 오니 감회가 새롭다. 커피 가격이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사람들은 없다. 카페 구조도 같고 한쪽 책장엔 책이 가득한 것도 같았다. 바뀐 것은 카페를 흐르는 노래 스타일 정도?



 책을 들고 이곳에 와서 폰만 들여다 본적도 많고, 책을 읽느라 몇 시간을 앉아 있기도 했다. 사장님의 공연이 있는 날이면 카페의 문을 열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번번이 허탕을 치고 집으로 돌아온 적도 많았다. 이곳에서 커피를 먹고 책을 보고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이 좋았다. 기타가 벽에 걸려 있고 한 시간 동안 오는 손님은 고작 한, 둘. 망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이곳은 여전히 조용하다.



  커피를 한잔 더 시키고 브런치에 글을 쓴다. 나이가 들고 돈을 벌면서 여유가 생겼다. 바닐라라테를 마시고 2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추가로 시킬 수 있는 그런 여유. 프랜차이즈나 대형카페의 아메리카노는 5000원을 넘기는 요즘.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저렴한 곳에서 맛있는 커피를 두 잔 째 마신다. 이곳은 친구나 이성들과도 온 적이 없다. 나만의 아지트(?) 개념으로 생각했었다. 술을 안 먹는 내가 친구들과 자주 가는 카페는 따로 있었고, 이곳은 혼자서 주로 오는 곳이었다.


 카페를 드나들던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꾼다.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먼저 인사를 하는 빈도 보다도 먼저 인사를 받는 일이 더 잦아졌다. 결혼을 하고 아들이 생겼고 내년에는 파란색이 잘 어울리는 친구도 태어날 예정이다. 카페에 오면서 핸드폰의 기종이 몇 번은 바뀌었으며 살도 많이 쪘다. 예전에는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슈퍼스타 신발과 파란색 로퍼를 좋아했다.(물론 두 신발은 신발장안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츄리닝을 입고 아날로그시계를 차고 차키, 카드지갑, 무선이어폰, 책을 들고 다닌다. 10년 전의 내가, 지금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이 카페는 온전히 내가 10년에 걸쳐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다.


10년 뒤의 내 모습이 궁금해진다. 10년 전의 나는 중산층이 되고 싶었다. 막연한 단어 중산층. 남들만큼 사는 게 이리도 힘들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브랜드 아파트, 중형차, 아내와 자식 둘. 신기한 건 내가 꿈꾸던 미래와 닮은 방향으로 삶이 변하고 있었다. 이제는 메디컬 센터를 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2층짜리 건물 세 개가 하나의 통로로 이어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10년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이 유지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모두가 변하고 어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내가 고민하고 시간을 채워가던 이곳은 영원했으면 좋겠다. 발전하고 변하더라도 예전의 그 열정은 잊고 싶지 않기에.

매거진의 이전글 의무교육의 총아가 보는 지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