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이었다. 아파트 외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술이 많은 날이고, 오늘 하루도 바쁠 예정이었다. 그런데 햇빛이 유리에 투과되어 희미하게 무지개가 보였다. 학창 시절에 프리즘으로 빛 투과 실험을 하면 보이던 바로 그 무지개. 내가 무지개를 최근에 언제 봤는지 생각해 본다.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되었고, 기억을 할 생각도 없었다. 떠올려 봐도 무지개를 봤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단순히 빛의 파장이라고 떠넘기지는 않았다. 우연찮게 발견한 무지개를 엘리베이터를 놓쳐가며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 큰 어른이 땅을 보며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 모습이 익숙하진 않나 보다. 사람들은 나에게 엘리베이터를 탈 거냐고 물었다. 타지 않을 거라며 말하고 나서 무지개를 다시 들여다본다. 직접 보는 것이 불가능한 햇빛은 유리라는 녀석을 통해 무지개 빛으로 변했다.
핑크플로이드의 명반 dark side of the moon의 앨범 표지는 프리즘이 만들어내는 무지개이다. 50년이 된 그 앨범의 표지는 시우방 한편에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핑크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는 시우가 아저씨라고 손가락으로 명명하면서 떼어버렸다. 시우방은 아들이 태어나기 전엔 기타를 치던 내 방이었으니까. 예전엔 핸드폰 케이스도 핑크플로이드의 그것이었다. 그만큼 나에게 영감도 주고 많은 시간을 허락한 밴드였다. 유명 아트디렉터가 앨범 커버를 제작했지만, 그들도 자신들의 음악을 표현하는데 무지개를 선택한 것이다.
무지개를 들여다보면서 여러 생각을 떠 올린다. 한 줄 기 빛? 오색찬란한 색? 사라져 가는 운명? 찰나의 행복? 뭐가 되었든 무지개를 내 핸드폰의 사진첩 한편에 남겼다. 무지개를 본 것이 아니라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다. 본 것이 맞고 우연히 보인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 순간 내가 그곳을 지나가면서 엘리베이터를 놓치고 또 보내면서 무지개를 인지한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무지개를 발견할 수 있구나. 나는 무지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구나. 비록 하루가 고되고 세상이 무거워도 무지개를 만들 수 있는 그런 녀석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