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형부는 진짜 많이 닮았어]
아내의 친구를 함께 만날 때나 가족동반으로 지인들을 만날 때면 항상 듣는 이야기다. 남들이 보기엔, 우리의 외모는 흡사해 보이나 보다. 쌍꺼풀이 없는 눈, 계란형 얼굴,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작은 두상. 우리 부부는 서로 닮았다는 사실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 살면서 닮아 가는 건지 처음부터 비슷했는지는 모르겠다. 이러한 소리를 자주 듣다 보니 오히려 듣지 않으면 어색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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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를 제외하곤 우리의 모든 것들은 닮지 않았다. 우선 식성이 전혀 다르다. 식성이 달라도 우리가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은 같다. 아내가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이다. 몇 가지 음식을 이야기하고 그녀가 원하는 음식을 고르는데, 이쯤 되면 내가 고르는 것이 아니라, 아내가 고르는 것에 가깝다. 아니다. 그녀가 먹고 싶을 만할 음식을 찾아서 맞춰야 한다. 본인도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데, 그러한 그녀의 마음에 들도록 초이스 하는 것은 내 평생의 숙제이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대부분 기각당하기 때문에 서로가 만족할만한(이라 쓰고 아내가 좋아하는 이라고 읽는다.) 메뉴를 찾는 것이 퇴근 후 주요 업무다. 물론 아내가 저녁을 차려줄 때가 더 많았지만, 둘째를 임신하고 나선 사 먹는 비율이 늘었다. 오늘도 어떤 메뉴가 좋을지, 아내가 나에게 보낸 카톡을 보며 유추를 한다.
[요즘은 매운 것보다 깔끔하고 시원한 것들이 더 좋아졌어. 로또 임신하고 나서 입맛도 바뀌나 봐.]
'아, 오늘은 저녁을 준비해 놨다는 이야기가 없으니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외식을 해야겠구나. 우선 깔끔한 곰탕이나 맑은 국물의 샤브샤브 또는 칼국수를 우선 이야기해 봐야겠다.'
내가 퇴근 후에 가지는 생각은 이런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치킨이나 시켜 먹자고 답할 수도 있다. 아무 말 없이 지나갈 때도 있지만, 호르몬의 변화(?)를 겪거나 시우가 사고를 친 날엔 나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주고받은 대화로 오늘의 저녁 메뉴를 선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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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내가 족발을 먹고 싶다고 사 먹자고 하면 열에 아홉은 기각당한다. 족발을 싫어하는 아내의 의견이 항상 승리할 수밖에. 선호하지 않는 음식이 아니고 그냥 싫은 음식이라고 해버리니 설득의 여지도 없다. 그래서 족발이나 동키치킨이 먹고 싶은 날엔 장모님 댁에 가자고 조른다. 나는 가족과 함께 친정 가는 것을 선호하는 남편이다.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가지만 매주 가고 싶다고 아내에게 이야기를 하면, 지금도 충분히 많이 간다고 쏘아붙인다. 그런 내 사정을 잘 알기에, 장모님은 댁에 올 때마다 족발을 시켜주고 괴정시장에서 족발을 손수 사놓기도 한다. 그녀는 내 입맛이 아재 같다며 지청구를 놓기도 하지만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내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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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MBTI는 ESFP이다. 나는 ENTJ였는데 지금은 INTJ로 나온다. 4가지 성향 중 어느 것 하나 같은 게 없다. 우리는 성향이 전혀 맞지 않은 사람들이며, 그러한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이렇게 아내의 이야기를 매번 쓸 수 있는 것도 서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과 매일 같은 이불에서 지내고 있으니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을까? 같은 것을 보더라도 우리는 다르게 생각한다. 상상에 공상을 더해 먼 미래까지 가버리는 내 의식의 흐름을 아내는 이해하지 못한다. 아내는 눈앞의 일에 집중한다. 로또 1등을 상상하는 것도 싫단다. 1등을 하지 않았는데 왜 상상을 해야 하냐고 나에게 도리어 되묻는다. 나는 그런 그녀를 답답해하고, 아내도 이런 나를 답답해한다. 아내가 나를 더 답답해하는 정도가 크다. 나는 그럴 수 있구나 하고 넘기는 것이 많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다. 내가 하는 행동은 아내인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내가 시우랑 길에서 노래를 크게 부르거나 장난을 치며 달릴 때면 제지시킨다. 남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남편과 아이가 길에서 기차놀이를 하며 놀이터가 아닌 곳에서 뛰면서 장난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오빠가 자신의 남편이고 시우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아파트 주민들과 어린이집 엄마들은 안다고 나에게 알려준다. 내 입장에선 그들이 우리가 재밌게 노는 걸 보는 게 무슨 상관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녀는 이런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 부자가 자기 전까지 말을 계속하는 것도 힘겨워한다. 이러한 내 행동들 중에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에 대답을 꼭 해야 하고, 혹여나 내가 무언가에 집중해서 듣지 못한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애초에 내가 핸드폰을 보거나 다른 무언가를 해서 집중을 하면 나중에 이야기하거나 나에게 다시 이야기하면 되지 않나? 왜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냐며 매번 화를 내는 걸까? 사실 다른 무언가를 하면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여러 번 이야기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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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안 보며 안 돼? 책은 나중에 볼 수 있잖아? 왜 내가 이야기할 때마다 폰이랑 책을 봐?]
전제가 잘못됐다. 아내는 내가 핸드폰과 책을 볼 때 말을 건넨다. 하루 내내 보는 것도 아니고 퇴근 후에 잠시 볼뿐인데 그 타이밍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 타이밍이라는 게 내가 느끼기엔 핸드폰을 보지 않을 때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난 매번 그녀가 언제 말을 걸고 대화를 이어나갈지 퇴근 후에도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사회의 뉴스까지, 주제도 다양하지만 내 대답이 필요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녀가 느낀 감정을 내가 공감해 주길 바라는데, 전혀 공감이 가지 않을 때도 많았다. 지금은 그냥 공감해 주고 그녀의 반응을 보고 함께 욕을 하고 웃고 넘기지만, 결혼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누군가를 만나고 온날이면 상대적으로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그날의 대화량이 존재하는 그녀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나에게 말을 거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냥 듣는 사람일 뿐이다. 시우의 말을 한번 더 되묻고 대답을 하고 아내의 이야기에 또 놀라워하며 공감하는 것이다. 말이 많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가장이자 남편인 내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남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O형과 AB형. ESFP와 INTJ. 여자와 남자. 우리 사이의 간극이 이렇게도 멀고도 깊다. O형과 AB형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ESFP의 열정과 INTJ의 열정은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여자는 남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남자도 여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이해하는 척을 할 뿐이고 서로 한 발자국씩 양보를 하며 살아갈 뿐이다. 일상 속에서 함께 겪는 희로애락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아내에게 느끼는 고마움과 미안함에 대해서 솔직하게 써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