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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

by 돌돌이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엔 여러 신호를 거친다. 같은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차 한 대를 보았다.



세피아였다.


근 10년 동안은 보지 못했던 그 차. 이모부가 처음으로 차를 사서 태워줬던 바로 그 차. 내 기억 속의 세피아는 특유의 향으로 기억한다. 과거에는 차 안에 모과를 두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뜨거운 열기에 차가 달궈지고 마감재에선 불쾌한 냄새가 났던 그때의 차량. 모과냄새와 담배가 섞였던 여름날의 차 안. 그날의 기억은 내가 평생 담배를 싫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가 타고 있지만 담배를 차 안에서 폈던 이모부와 차뒤에서 숨 막힌 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나. 밀폐된 공간에서 느끼는 담배 연기덕에 담배를 싫어하게 되었지만, 그 아픈 기억은 세피아로 전이된다. 하지만 오랜만에 본 세피아에선 과거의 기억이 나긴 했지만 공포스러운 당시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모부의 젊었을 적 모습과 어렸을 적 나만 떠오를 뿐.


30살이 넘은 세피아가 내 눈앞에 있다 보니 별생각이 떠오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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