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INNESS - Gavy NJ

가비엔제이는 나를 스물한 살의 겨울로 보낸다.

by 돌돌이

유튜브에서 노래를 듣다가 가비엔제이의 Happiness라는 노래가 나왔다. 내가 알던 얼굴과 목소리가 아니었다. 커버곡을 하는 신인 아이돌 가수인 줄 알았는데, 가비엔제이(Gavy NJ)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추억보정 효과가 있어서일까? 초기 멤버가 보여주던 그 라이브를 비교하니 아쉬웠다. 여성 SG워너비, 소몰이 창법의 대가로 가비엔제이는 인기가 많았다.



2005년에 발매된 그녀들의 1집 앨범을 잊을 수가 없다. 훈련소를 퇴소해서 1사단 15 연대 5중대 3소대로 발령받고 소대에서 처음 들었던 그 노래. 우리 중대는 청소시간마다 귀가 아플 정도로 노래를 크게 틀 수 있었다. 각 소대마다 노래를 틀었는데 우리 소대는 부가킹즈의 여행길, 틱택톡, 그리고 가비엔제이의 hapinness를 틀었다. 소대 선임의 선곡으로 청소가 시작되면 군인들은 점호까지 준비하며 맡은 구역을 열심히 청소했다. 임진강 경계부대로 들어가기 전까지 그 노래들을 매일 듣곤 했다. 2005년은 휴대폰 반입도 안되고 엠피쓰리도 가져올 수 없었다. 휴가자가 사 오는 GQ와 maxim, 멘즈헬스 잡지가 즐거움의 전부였다. 음악은 국가가 허용한 마약이라던가? 힘든 이등병 생활은 가비엔 제이가 함께해 주었다.


2005년은 내 인생에 손꼽힐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치과 치료를 받다 보니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갈굼도 당하고 부조리도 당하다 보니 살이 절로 빠졌다. 그런 힘든 시간 속에도 취침시간과 청소시간은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등병이었던 나는 걸레를 빨고 침상을 닦았다. 귀가 아플 정도로 크게 노래를 틀고 청소를 하다 보면 고민도 근심도 사라진다. 나를 갈구는 사람도 시비를 거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자신이 맡은 청소를 하고 점호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개인정비 시간이 있었지만 마음 편히 쉴 순 없었다. 불침번, 탄약고 근무 등으로 수면시간이 부족해서 쪽잠으로 보낼 때가 많았다. 그리고 행정반 앞으로 집합하라는 방송은 쉴 시간을 주지 않았다. 부대 내엔 주말에도 할 일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장 할 필요가 없는 일들이었지만, 군인의 노동력은 공짜라 생각했던 시기니까.


가비엔제이는 나를 스물한 살의 겨울로 보낸다. 벙어리장갑을 끼고 추위를 떨던 그때. 내포리에서 임진강을 쳐다보며 추위와 싸워야 했던 그 시절. 지금도 생각하니 손가락과 발가락이 아려오는구나.


Hapinness


어떻게 그대를 잊어야 하는지

가르쳐 준 적 없었잖아요

혼자서 이별을 배우는 게 내게 쉽진 않죠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나를 속이는 것만 같아도

나로선 굳이 이 방법밖엔

그댈 지울 순 없겠죠


그래야 하는데 잊어야 하는데

자꾸 내 가슴은 그댈 찾죠

나만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데

이럼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돌아와 줄까 봐 날 안아 줄까 봐

서툰 기대마저 바라는 나

용서해 줘요 못된 여자라서

이것밖에 안 되나 봐요


슬픈 내 얼굴을 애써 감추려고

행복하단 말을 외워둬요

가슴에 짓무른 멍들까지

전부 안아 줄 그라서


그래야 하는데 잊어야 하는데

자꾸 내 가슴은 그댈 찾죠

나만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데

이럼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돌아와 줄까 봐 날 안아 줄까 봐

서툰 기대마저 바라는 나

용서해 줘요 못된 여자라서

이것밖에 안 되나 봐요


알면서도

그 사람 날 보며 웃고 있죠

떠나갈 용기도 보내줄 자신도 없는 내게

지워도 봤지만 미워도 했지만


지워도 봤지만 미워도 했지만

잘 해낼 자신이 없나 봐요


눈물로 그대 기억을 다 쏟아내도

다시 차는 그리움에


어쩔 수 없나 봐 잊을 수 없나 봐

꿈에라도 그댈 놓지 않죠


용서해 줘요 못된 여자라서

이것밖엔 안 되나 봐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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