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마트에 들러 큰 사이즈 우유 한통을 집어 드는데 옆 칸에 훈제오리가 손짓을 한다. 그날 저녁은 간만에 훈제오리였다.
"애개.. 한 팩 가지고 누구 코에 붙여"
아니나 다를까, 위에 기별도 안 간 건이는 내일 아침도 오리를 먹겠다고 생떼를 부렸다.
다음날 아점으로 훈제오리가 나왔다.
그 사이 아내가 코스코에서 장을 보고 온 것이다.
접시에 수북이 쌓인 오리 슬라이스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건아, 어제저녁 오리랑 오늘 아침 오리랑 뭐가 더 맛있니?"
"어제"
"너 혹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아니?"
건이는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처음 사과 한 개를 먹을 때보다 두 번째 사과를 먹을 때 맛이 떨어지지. 세 번째 사과는 두 번째 사과보다 못하고. 이런 식으로 소비를 하나씩 늘려갈 때마다 만족도 즉 효용이 감소한다는 경제학 법칙이야."
"자, 그럼 여기서 도전 퀴즈! 오늘 오리가 어제 먹은 오리보다 맛이 없는 이유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때문일 거라는 아빠의 주장을 반박해보겠니?"
건이가 고민하고 있는데 큰딸 수인이가 대답한다. "건이가 오늘 속이 좀 안 좋다고 했어"
"오케이 그건 충분히 논리적인 반박이야.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때문이 아니라 오늘 속이 안 좋아서 어제가 더 맛있다고 느낄 수 있지"
이어서 건이가 말했다.
"어제 사온 오리는 이마트 오리였잖아"
"딩동댕! 같은 상품이 아니었다는 것도 이유가 되네. 우와~ 너네들 제법인데."
도전 퀴즈쇼가 끝났다고 생각하던 순간,
"잠깐!" 막내 원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어제 오리가 더 바싹하게 구워졌어."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기립박수.
"그렇지! 구워진 상태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
원이의 유쾌한 마지막 한방은 이 대단한 경제학의 법칙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르면 아이가 하나 더 생길 때마다 효용이 감소해야 마땅한데 우리집에선 전혀 그럴 기미가 없다. By grace 아이 하나가 태어날 때마다 웃음도 행복도 배가 되었다. 나중 난 아이가 먼저 난 애들보다 객관적으로 더 예쁘거나 똑똑해서가 아니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거스르는 이 오묘한 생명의 원리는 오직 선물 같은 너라는 존재를 벗어나 설명할 길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