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beautiful snake
율뽕아, 논노가(율뽕이는 할머니를 논노라고 부른다. 이유는 모르니 묻지 말아 주세요) 엄마를 가졌을 때 신기한 꿈을 꾸셨대.
논노는 수영을 전혀 못하고 물도 무서워하는데 꿈속에서 논노가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는 거야! 그렇게 물을 무서워하는 당신이 수영을 하는 자체도 너무 신기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엄청나게 크고 새하얀 고래가 나타났대.
사람들이 수군거렸어. “우와! 고래다! 하얀 고래다!”라고 말이야. 그런데, 그 고래가 논노 곁으로 오더니 논노 주변을 계속 맴돌았대. 사람들이 말했대.
저 고래 신기하다.
계속 저 여자 주변에만 있어!
그 꿈을 꾸고 논노는 엄마를 가졌단다. 새하얀 고래 꿈을 꾸고 낳아서일까. 어릴 적 엄마는 누구보다 피부가 하얀 아기였단다. 지금은 왜 그렇냐고? 너도 애 낳고 키워봐. 백옥 같은 피부가 유지가 될 수가 없..아 너는 아들이구나. 비록 네가 임신과 출산의 노화 롤러코스터를 네 몸으로 밞지는 못하더라도 세상의 풍파를 겪으면 너의 피부도 곧.. 아 여기까지만 할게.
율뽕이는 어떤 꿈을 꾸었냐고?
아마 너를 가지기 두 달 전쯤이었을 거야. 꿈에 엄마가 집을 들어왔는데 온 집안에 뱀이 가득한 거야! 나방도 무서워서 못 죽이는 엄마인데, 뱀이라니. 도심 한복판에 있는 우리 집에 뱀이라니?
뱀은 작고 가늘고, 여러 마리였어. 그리고 아주아주 예쁜 노란색의 뱀이었단다. 엄마는 모든 동물을 무서워하거든. 그런데 참 이상하지. 꿈속에서 본 뱀은 무섭지가 않고 너무 예쁜 거야. 무서워서 소리 지르고 도망을 가도 백번을 가야 맞는데, 엄마는 한참을 “뱀 색깔이 너무 예쁘다”라며 계속 노란 뱀들을 쳐다봤단다.
그런데 갑자기 뱀들이 나를 쳐다보더니 “엄마!” 하면서 엄마 품으로 확 달려들었어. 너무 놀라서 잠에서 깼고, 아직 임신을 하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알았지.
아, 이게 태몽이구나.
그리고 얼마 후 네가 엄마에게 찾아왔단다. 작고 가느다란 뱀은 딸 꿈이라는데(하지만 태몽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징후들은 아들인 케이스에 더 가까웠단다) 뱀 태몽을 꾸고 낳은 아이는 재주가 많고 영특하다는데..! 엄마는 너라는 아이가 완두콩만 하던 시절부터 그렇게 네가 궁금했단다. 얼마나 멋지고 위대한 아이가 태어날까 하면서 말이야.
태어나면 매일 볼 얼굴인데도 추가 비용을 내면서 너의 얼굴을 초음파로 보고,
뱃속에 있는 너와의 추억을 만들겠다고 비 오는 제주도에서 오들오들 떨며 사진도 찍었지.
그리고 2019년 5월 27일.
우리는 만났어.
예정일임에도 느긋하게 나올 생각이 없던 너였지만, 이제 그만 나와달라는 엄마의 부탁에 오랜 시간 애태우지 않고 나와주었지. 물론 엄마는 지옥 문턱에서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를 했던 것 같아. 지옥이 있다면 바로 그 근처 어딘가였을거야.
이젠 ‘이렇게 크고 튼실한 놈이 내 뱃속에 있었단 말인가’ 싶게 자란 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엄마는 아직도 가끔 믿기지가 않는단다.
나의 예쁘고 작은 노란 뱀이 이렇게 잘 와주었구나.
애태우지 않고, 속 한번 썩이지 않고 잘 만났구나.
아들아, 너는 엄마의 영원한 노란 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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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사진 by 딩크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