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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채색가 다림 Oct 13. 2021

네가 나의 손자였다면

생후 871일의 기록

네가 나의 아들이 아니라 손자였다면,

지금보다  너를 사랑해   있었을까?


할머니가 손주를 보는 눈빛으로 아들을 보고 싶다.

순도 100%의 사랑으로만 채워진 눈빛.


손주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세상의 근심을 찾아보기 어렵다. 필요 이상의 무거운 책임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산들바람처럼 달콤하고 가볍다.


때론 너무 많은 삶의 조각들이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을 느낀다. 조각들을 떼어내 적당한 자리를 찾아주느라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할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내가   있는 선에서 이미 최대치를 찍은  같기는 하지만,  주고 싶은데 아니   있을  같은데 일상에 치여 주지 못하는 것을 느낀다.


네가 나의 아들이 아니라 손자였다면..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예쁘다고만 해줄 수 있었을까?




2021. 10. 13.

오전에 푸닥거리 한판 하고 허한 속마음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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