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임신 30주,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분이다.
준비할 것도, 생각할 것도 많고
벌여놓은 일들도 정리해야 하는데
무엇하나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문득 울적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시간, 또 두 시간-
더 이상 우울한 기분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나를 도닥이며 이야기했다.
"쉬어가는게 지금 내가 할일이야"하고.
빨갛게 노랗게 물드는 단풍을 바라보는 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
기분 좋은 음악을 듣다 꾸벅꾸벅 조는 일이 내 일이라 생각하니
오늘 참 제대로 일했구나, 싶다.
이렇게 조금씩 편안해지는 것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