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애는 나의 결핍에서부터 출발한다
선생님, 연애 상담을 받고 싶습니다.
당시 연애상담을 신청해오는 사람은 대체로 여성이었다. 그날 상담을 요청해온 사람이 남성이라는 사실은 나를 매우 고무시켰다. 그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독특한 자기만의 컬러를 가진 사람이었다. 특히 이성관, 이상형이 매우 도드라지는 특징을 가졌다.
빨갛다 못해 불타오르는 레드, 칠흙같이 어두운 블랙, 관능적인 딥한 자주빛
그 어느 컬러 하나도 강하지 않은 컬러가 없었다.
왜 이 컬러들을 이상형으로 골라주셨나요?
저는 아주 강한 여성을 좋아합니다. 징징대고 치대는 여자에게는 전혀 끌리지 않아요. 여왕처럼 카리스마 있는, 소위 말해 기가 센 센 여자에게 끌립니다.
그렇다. 컬러가 이 남자 고객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상담해온 대다수의 남자들이 피할법한 컬러들을 서슴없이 골랐고, 그들이 이상형으로 꼽았던 여성의 반대에게 끌린다고 얘기하는 그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사람의 취향이 넓고 다양하다지만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자신을 상징하는 컬러로 다크한 청록, 빛 한점 보이지 않는 블랙, 차갑고 어두운 네이비를 꼽았다. 재미있게도 그는 불과 같이 화끈한 이상형과는 반대로, 아주 차갑고 냉철한 컬러들 위주로 꼽았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다른 면모를 가진 사람에게 끌린다. 그것을 알랭 드 보통은 인간의 욕구라 했다.
더 놀라운 점은 그가 어머니를 떠올리는 컬러로 꼽은 컬러들이 이상형의 컬러와 자리하나 안바뀌고 똑같았다는 것이다. 그의 여성관은 가족,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이성관이 가족에게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애가 자꾸 삐끗한다면, 내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나의 연애는 결국 나의 결핍, 나의 가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연애의 출발은 나 자신이다.
네이버 연애 결혼 연애학개론에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