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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정 Dec 24. 2019

사랑하면 모두 용서가 되나요?

열정으로 포장된 폭력적인 사랑의 형태

 





 한국인에게 레드는 어떤 색인가. 10에 9은 열정이라 답할 것이다. 그런 경향은 2002년 이후로 두드러진다. 레드는 대대로 공산주의를 뜻하는 색이었다. 월드컵 이전까지는 ‘빨갱이’로 일컬어지는 부정적인 뜻이 강했다. 기업의 대표얼굴이라 할 수 있는 로고에도 레드는 보기 힘든 색이었다. 2002년 월드컵은 한국인에게 레드의 좋은 기억을 심어주었다. 진보는 레드, 보수는 블루의 공식도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깨졌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정당 이름을 바꾸며 정당의 색을 레드로 정했기 때문이다. 보수가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사회에 레드가 대다수의 선호색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책 색채의 연상에서 저자는 한국인, 미국인, 독일인 각각 100명씩 총 300명을 대상으로 레드의 의미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인 100명 중 89명이 레드는 열정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미국인은 5명만이 레드는 열정이라 답했고, 독일인은 한명도 없었다. 독일인의 45명은 레드는 위험을 뜻한다고 답했고, 미국인의 27명과 독일인의 17명은 분노에 표를 주었다. 같은 색을 보고 떠올려도 문화권에 따라 생각하는 의미는 각각 다르다. 


안되는 거 어딨어? 한국인은 정말 열정적이다. 전쟁으로 초토화된 나라를 재건하는 데에 백년이 걸리지 않았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또 자유에 대한 열망은 어떠한가. 민주화를 위해 시민들은 거리에 직접 뛰어든다. 우리에게 당연하고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런 모습들은 다른 문화권에서 바라보면 매우 생소하고 놀랍다. 구애 또한 얼마나 열정적인지 모른다. 한류의 시발점인 겨울연가. 한국 드라마 속에서의 한국 남성의 절절한 구애방식이 일본 열도를 녹였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사랑한다면 약간의 강압적인 모습도 용인하는 면도 없지 않았다.  




지금은 드라마 속에서 보기 힘들지만 몇년 전까지만해도 강제키스, 스토킹, 싸움 후 물건 부수기 등의 모습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사랑하니까 강제로 키스하고(사실은 너도 좋잖아), 사랑하니까 너를 계속 쫓아다닐 거고(내가 지켜줄꺼야), 너무 사랑하니까 화가 나서 차 유리를 깨는 (그만큼 널 사랑해) 행위가 당연하게 여겨졌다. 나 역시 어릴 때 드라마 보면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강제로 벽에 밀쳐서 키스하는 장면을 보며 저것이 남자다운 것이고 멋진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진정한 사랑은 물불 안가리는 열정적인 것이라 여겼다. 

정열의 나라, 레드의 원산지 남미에서도 구애는 매우 격렬하다. 라틴인들의 열렬한 구애는 전세계에서 유명하다. 그만큼 굉장히 다혈질이면서 격정적인 성향도 가지고 있다. 남미도 우리나라처럼 치정 드라마가 매우 인기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레드는 열정, 활력, 정열 같은 긍정적인 힘의 뜻도 있지만 폭력, 피, 분노, 위험 등의 부정적인 의미도 포함돼 있다. 열정은 지나치면 폭력이 될 수 있다. 사랑의 이름으로 타인을 상처 입히거나 구속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항상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너가 맞을 짓을 했다” 외도를 했든, 거짓말을 했든 어떤 이유에서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만일 지금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고 상처의 연속이라면 그 관계는 더이상 아름다운 사랑이 아님을 깨닫길 바란다. 요즘 사람들이 이상형이나 사랑을 뜻하는 색을 고를 때 레드가 아닌 파스텔 색을 고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사랑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사람의 세계를 탐색하며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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