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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정 Nov 14. 2019

평범함의 미학, 베이지

공대생의 이상형 


A는 남중 남고 공대 남초직장의 길을 걸은 공대생을 대표하는 남성이다. 이런 남자들에게는 대체로 얼음, 로봇, 기계와 같은 차가운 무생물을 대표하는 것들이 별명이 주어진다. 물론 그 별명도 남자가 지어준다. 


베이지색 같은 성격, 무난하고 평범한 여자를 만나고 싶어요.







지금까지 보아온 남자들은 지나가는 말이라도 평범함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자기 자신은 평범할 지라도 자기가 볼때 예쁜 여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이상형을 말할 때 외양묘사가 아닌 성격을 먼저 표현한 남자는 극히 드물다. 평범한 여성을 원한다는 말조차도 평범치가 않아서 더 눈에 띄는 A. 먼저 그를 알아보아야 무언가 말을 할 수 있겠다. 






어둡거나 차갑거나 회색조거나. 그는 역시나 따뜻함을 도통 느껴지지 않는 컬러들을 골랐다. 네이비, 그레이, 다크브라운. 네이비는 본래 전통적인, 안정감, 명성 등을 의미한다. 군복에서 유래한 컬러에서 그렇듯이 남성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쿨그레이는 차가운, 기계적인, 보수적인, 비밀스러운 등을 함의한다. 따뜻함을 상징하는 옐로나 레드 같은 컬러도 명도와 채도가 낮아져서 블랙에 가까워지면 본래의 따뜻함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다크한 브라운은 보수적이고 재미없는, 거칠고 야성적인 땅을 상징하는 컬러다. 그래서 무뚝뚝하지만 강한 성격,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그는 29세의 젊은 남자임에도 활기보다는 안정감, 이성적, 권위적, 보수적 등의 키워드를 보여주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만나서 얘기를 나눴을 때, 어른스럽고 믿음직스러웠다. 만일 내가 한 회사의 면접을 진행했다했을 때, 이친구를 떨어뜨린다는 상상은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를 주는 스타일이다. 면접이나 사회생활에서는 상당히 플러스 되는 요소이나 누군가를 처음 새로 만나서 불꽃이 튀기에는 매력이 약하다. 보수적이며 안정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익숙하고 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가능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일전에 말한 적이 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없는 것을 매력이라 느낀다고. A는 자신과 비슷한 카테고리의 여성을 이상형으로 꼽았다. 보수적, 안정적, 무난함. 그러나 신기하게도 자기 자신에게 부족한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담당하는 컬러들을 고른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저는 저랑 비슷한 사람이랑 만나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나를 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거.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나의 반쪽을 찾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연애상담의 매력이다. 결국 인간은 하나로서가 아니라 둘로서 완전해지길 원한다. 


A는 오래보아야 더 진국이다. 안정적임의 매력을 첫눈에 알아보긴 어렵다. 만일 그동안 방황하다 안정을 찾는 사람이면 모를까. 그렇다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약간의 자극이다.   





새로운 만남에 있어서는 조금 자극이 필요하다. 나는 A에게 두가지 스타일을 제안했다. 

1번 컬러팔레트는 채도가 매우 높은 비비드 블루다. 팔팔한 젊음, 신입사원 등을 묘사할 때 등장한다. 강하고 이성적이며 지적인 면모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2번 컬러팔레트는 채도가 중간인 소프트 블루이다. 부드럽고 탁한 기운의 블루는 세련되고 부드러운 젠틀맨의 컬러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리드한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표현은 이런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1,2 두 컬러팔레트를 보라. A의 컬러팔레트와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맞다. 차이는 첫번째 컬러의 채도 뿐이다. 채도가 달라졌지만 두 컬러 모두 여전히 블루임엔 틀림없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바뀐 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비비드 블루와 소프트 블루의 면모는 A에게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제일 먼저 보여지는 성격이 아닌 것뿐, A 안에 있다. 억지로 열정적인 척, 적극적인 척, 따뜻한 척 하는 것보다 내 안에서 있는 것 중에 매력적인 것을 갈고 다듬어 내놓는 것. 이것이 진정 이미지메이킹이다. 


변화는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잘 알고 적재적소에 꺼내 쓰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꾸 내 안에 없는 것을 찾고 부러워하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다시금 떠올려보길 권한다. 그것이 나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뻔한 패턴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익숙하지만 뻔한 패턴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에 사람을 끄는 매력이다. 








네이버 연애결혼 연애학개론에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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