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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정 Sep 01. 2020

딩크선언

내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나는 그리 친절한 편이 못 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에도 나는 걱정보다 화부터 난다.

그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환기 되기 때문이다.

아프면 건강하지 못한 것이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한다.

내가 죽기 전에 그가 먼저 죽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런 사실이 슬프고 또 혼자 될까 두렵다.

왜 나를 혼자두게 아프냐고 화가 난다.


그렇다.

나는 심각하게 걱정이 많다.

걱정이 많기 때문에 역으로 걱정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컨트롤한다.

그 짓을 수십년 해왔으니 어느정도 패턴에는 대응이 가능하다.

나라는 사람은 아무리 새로워도 늘 할 수밖에 없는 성격적 패턴이 있으니까

그것을 유형화하여 나를 다독이면 된다.

그래서 싱글일 때 유독 남과 나를 가르고 또 나누고 갈랐다.

타인이라는 변수.

이 변수가 생기면 나는 나를 컨트롤하기 어려워진다.


사교성이 좋다. 사회성이 좋다는 말은

자신을 컨트롤하는 데에 능숙하다는 말과 같다.


어떤 변수에서도 대응이 가능하고,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나처럼 걱정을 사서하는 걱정인형의 특징은

작은 변수에 심각하게 감정이 요동친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닥치면 고장난 로봇처럼 움직인다.

때로는 자주 팀킬을 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걱정을 하지 않게하는 방향으로

스스로의 욕망을 통제해왔다.



욕망덩어리였던 20대를 뒤로하고

30대에 와서 겨우 찾은 안정.

이것은 스스로를 컨트롤하려는 노력이 이루어낸 결과다.

요동치지 않는 감정그래프가 감사하고 또 이것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나 하나라면, 나 혼자라면

어떤 결과를 내도 사실 상관이 없다.

내가 사업을 하다 실패하건,

일을 하다 망치건,

누구와 사이가 좋던 나쁘던,

온전히 나 스스로가 감당하면 된다.


그래서 비혼을 지향했다.

비혼이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남편과는 6년을 사귀고 1년의 결혼생활을 유지중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귀어오니

이제 여기까지는 감당할 자신이 조금 생겼다.

내 걱정을 덜어주는 사람이 생겨서 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그가 조금만 아파도 나는 화가 난다.

살뜰하게 아픈 사람을 보듬어주지 못한다.

나는 어쩔 수 없는 걱정인형이기에.

이젠 그가 아프면 혼자 남겨질 것이 두렵고 무섭다.


그런데 그것이 내 아이라면?

나는 걱정인형에서 걱정몬스터가 될 내 미래가 그려진다.


나 하나를 컨트롤하는데 30년 걸렸고

누군가를 내 옆에 앉히는 데에 6년이 넘게 걸렸다.

귀엽다, 사랑스럽다는 이유로

또 한명의 변수를 늘이기에 나는 너무나 나약하다.

매일밤 고양이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도 여직 키울 생각하지 못하는 겁쟁이는

아이없는 부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이가 아플 때 화를 내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기에.


걱정인형은

소중한 사람을 잃고싶지않으니까

늘리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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