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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sense Apr 07. 2020

넷플릭스 타이거 킹을 보고

장난감 또는 돈벌이로 이용되는 미국의 야생동물들.

애니메이션/3D 영화 라이온 킹의 감동을 파괴하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Tiger King)을 저번 주말에 보았다. 이게 같은 나라에서 만들어진 콘텐츠인가 싶을 정도로 두 작품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타이거 킹은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동물원 소유인과 이를 와해시키려는 자칭 동물권 운동가에 대한 개인사나 법적인 분쟁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미국 Greater Wynnewood Exotic Animal Park의 소유자 Joe Exotic과 Big Cat Rescue의 소유자 Carole Baskin의 상표권 소송, 청부살인 등의 갈등을 그리고 있으며 타이거 킹이라 불리는 조를 비롯해 다른 동물원 운영자들과 주변 인물들은 비정상적이며 비윤리적인 수단으로 동물원을 운영하며 이득을 챙기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캐럴은 조와 같은 동물원 운영자들이 동물권을 보장해주지 않고 학대 및 착취를 통해 그들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사업을 운영한다고 주장하고 다양한 홍보를 통해 이를 종식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녀 역시 이 과정에서 위선적인 행위로 자신의 동물보호 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자유의 나라가 만든 독특한나쁜 사람들

나는 미대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해 똘끼?! 있는 친구들이 별로 없다. 그리고 토종 한국인이라 실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외국 친구들도 많이 없기에 크레이지 한 사람들을 경험하는 것이 피부로 와 닿지 않았는데, 넷플릭스 다크 투어리스트(Dark Tourist)를 비롯해 타이거 킹을 보니 정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에는 '특이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런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의 자유 의지로 인해 벌어지는 비윤리적인 상황을 국가가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점과, 그걸 용인한 사회의 대부분의 상황이 돈을 위해 굴러간다는 점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서술되는 각 인물들의 개인사 중에는 정말 도덕성이 결여되고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많고 사기 치는 것뿐만 아니라 돈을 목적으로 남편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때문에, 제삼자의 입장에서 동물원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이상한 말과 행동들을 관찰할 수 있었고 그 색채는 아주 강렬했다.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나쁜 사람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금을 받아가며 그들을 변호하던 변호사들, 마녀 사냥하는 국가기관 공무원들, 마지막으로 사람 간의 갈등 90% 동물들의 피해 10% 정도로 보여주며 자극적인 이야기를 창작해낸 넷플릭스 관계자 같은 사람들 말이다.




타이거 킹을 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콘텐츠를 사람들의 머릿속에 뭐가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동물들이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 어떤 게 개선되야할 점인지가 아닌 착취적인 동물원 운영자들을 위한 홍보물이 되어버리거나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계산적인 움직임인지 알 길이 없다. 

남편에게서 "요새 미국에서는 이 다큐멘터리가 대박이 나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집안에 갇혀지내며 본 타이거 킹에 대해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난 보는 내내 동물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인간들의 악랄함에 화가 나고 고통받는 동물들이 걱정될 뿐이었는데, 이 다큐멘터리에서 누가 더 나쁘고 누가 덜 나쁜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더 많아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다.(영상 참조)

그리고 우연히 영국인 John Oliver의 미국 토크쇼 유튜브를 보다가 타이거 킹에 대한 트럼프 아들의 반응 인터뷰를 봤는데 정말 골 때린다. "호랑이 가격이 생각보다 안 비싸네? 호랑이 키우는 건 쿨한 거 같다."라고 말하는 수준이니 한숨도 아깝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인간들 때문에 수요가 생기고 힘없는 동물들이 고통받는 건데... 이 시리즈를 통해 이 비윤리적인 시장에 대한 정보가 오픈되고 그 수요가 더 많아질 것 같아 애석하다.




결국 불쌍한 건 동물뿐

다큐멘터리 후반에도 나오지만, 이 싸움에서 남은 것은 인간 때문에 동물들이 겪어야하는 고통뿐이며 위에 언급한대로 다큐멘터리의 의도마저 최대 뷰 달성과 이슈화를 위한 목적을 가진 자극적인 인간 중심의 스토리 라인이 주를 이뤘다. 겨우 10%남짓한 지분만이 고통받는 야생동물에 대한 것이었기에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남은 동물에 대한 동물권 보장과 복지는 누구의 몫으로 돌려야되는지 모르겠다. 분명 이 다큐멘터리에서 보이는 피해자는 동물뿐인데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과 관점을 가지고 이 콘텐츠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2020년 판데믹을 급류로 삼아 이 콘텐츠가 현재 넷플릭스 최대 뷰를 찍은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누가 더 나쁜 인간인가를 판단하는 거야 각자의 자유지만 이 영상을 보고 나도 호랑이 한 마리 키우고 싶다는 둥, 호랑이 보러 동물원에 가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제발 많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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