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힘이 있는 사람
1년 만에 줌으로 요가 선생님을 만나는 날. 매일 수리야나마스카람하기 챌린지에 동참했기 때문.
바닥을 쓸고 닦았다. 그리고 패티오에 앉아 굳은 몸을 푸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조금은 억지스런 의외의 눈물이
익숙한 자기연민. 뭘 그렇게 어깨에 많이 지고 있을까.
아무도 옮기라고 한적이 없는, 내가 나에게 올려 놓은 짐들.
그래도 확실한건, 캐나다에서 1년 동안 여러 일을 겪으며
나 자신을 향한 신뢰가 크게 꺾였다는 것.
이렇게 할수도 있고 저렇게 할수도 있었는데 나는 왜 이렇게 했을까?
후회에 발목을 잡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워 하고 있다는 것.
이런 상태에서, 이 무거운 짐들을 다 무사히 옮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
그래서 두렵다는 것.
정말 두렵다는 것.
캐나다 생활이 불만족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두려웠다는 것.
선생님은 여전히 유연한 단단함을 내뿜었다.
챌린지 방법 설명을 듣고 같이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엔트로피가 팽창하는 느낌에 대해 얘기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하는 일들에 떠밀려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도
주권을 찾고 싶은데 아직은 두렵다고, 말했더니, 선생님은 칼같이 답했다.
송미님은 힘이 있는 사람이에요. 두려움을 정면돌파 하세요.
이 선명한 단호함.
내가 듣고싶었던 말은 "잘 못해도 괜찮아"가 아니라 "그냥 해봐" 였나.
두려움 속으로 걸어가. 그 뒤에 못할 일이었는지 판단해도 늦지 않으니까.
지도교수를 정하는 것도, 코업으로 일을 하는 것도, 그냥 정말 단순한 서류처리를 하는 것도, 노을이를 데려올 집을 찾는 것도, 장학금을 받는 것도, 친구를 사귀는 것도, 섬을 알아가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내가 원하는 수업을 듣는 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았어서.
계속 한 발을 뺀 채로.
더 잘못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최대한 피하는 쪽을 택하면서
두려움이 사라지기 보다는 축적됐다
잘못되면, 뭐 죽나?
나 그렇게 약한 사람 아니다.
그걸 상기시켜주기 위해 챌린지를 하고 싶다.
매일, 꾸준함이 주는 힘을 통해 나에 대한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싶다
가혹하거나 처벌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힘을 기르고 싶다
해봐, 할 수 있어, 와
너 이것도 못해? 역시 못할줄 알았어, 는 다른 방식의 동기부여니까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이제 1년 됐다. 걸음걸이를 막 시작할때?
나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두려움의 뱃속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