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마법의 순간들

플랫폼 9¾에서 시작된 마법 여행, 해리포터처럼

by Color Curator

마법 같은 출발

런던 킹스크로스역의 플랫폼 9¾.

해리포터로 유명해진 이곳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인공 해리가 호그와트로 향하던 바로 그 문턱 앞에서, 나의 여행도 시작되었다.

기차역 안은 분주했다. 검은색과 회색 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여행가방을 밀고, 카트 바퀴 소리가 돌바닥을 타고 울려 퍼졌다. 가방에서 풍기는 가죽 냄새, 커피 향, 신문 잉크 냄새가 뒤섞여 독특한 공기를 만들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배경음에 불과했을 이 모든 소리가, 오늘은 여행의 설렘과 맞물려 특별하게 느껴졌다.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설레임과 긴장감이 함께 한다. 플랫폼에서 떠난 이 기차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을 연결하는 다리이자, 나를 새로운 땅으로 데려가는 마법의 열차였다. 마치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처럼, 나는 몇 시간 뒤 도착할 에든버러를 떠올렸다.

안개 속 골목길을 따라 짙은 회색과 올리브빛 돌벽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비에 젖어 반짝이는 붉은 벽돌 지붕, 카페 창가에서 피어오르는 커피 김과 달콤한 시나몬 향까지. 도시 곳곳에서 들려오는 낡은 문짝 삐걱거림, 부서진 돌길 위를 스치는 바람, 멀리 성곽 위로 스며드는 가벼운 비 내음까지, 모든 감각이 여행의 한 장면으로 녹아 들었다.

길고 긴 여정 끝에 도착할 에든버러에서, 내가 마주할 것은 단지 성과 풍경만이 아니었다. 오래된 돌벽에 스며든 이야기, 거리의 타르탄 체크 무늬와 울긋불긋한 색감, 위스키 한 잔 속에 담긴 토양과 바람의 맛, 그 모든 순간과 나 자신이 나누는 새로운 대화까지.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 모든 마법 같은 순간들은, 바로 해리포터에 나오는 플랫폼 9¾에서의 출발이 없었다면 결코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JR 롤링의 카페, 글의 향기

에든버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은, J.K. 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하던 니콜슨스 카페다.

통유리 창가에 앉으면, 언제든 쏟아질 듯한 회색빛 하늘이 도시 위로 펼쳐진다.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롤링이 왜 이곳에서 마법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는지 자연스레 이해가 된다. 커피잔에서 올라오는 김이 서린 유리 너머로 흐린 거리가 보이고, 빗방울이 도시를 두드리는 소리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잉크처럼 스며든다.

이제 여기는 더이상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해리포터가 태어난 곳. 그처럼 수많은 이야기들이 태어나고 자라난, 은밀한 서재 같은 공간이 되었다. 고요한 창밖 풍경과 대비되는 카페 안의 따뜻한 온기에 몸을 녹이며, 나는 마치 롤링과 나란히 앉아 첫 문장을 고심하는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벽에 걸린 낡은 흑백 사진들과 책장 가득 꽂힌 책들은 그때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시간의 흐름을 잔잔히 증언한다.

창문 너머로는 안개 낀 언덕과 회색 돌벽의 성이 겹쳐 보인다. 은빛과 회색이 뒤섞인 성 위로 햇살이 번지듯 내려앉고, 그 아래 골목에는 옅은 황토색과 회색빛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나지막한 담벼락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 햇살이 돌길 위에 반짝이는 금빛을 남기며, 마치 오래된 동화 속 한 장면을 걸어 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안에서 마음 한켠으로는 백파이프의 낮고 울리는 음색이 은은하게 스며들어 여행을 동반한다.

비가 잦은 이 도시의 날씨가 오히려 창작의 영감을 북돋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회색 구름 아래 펼쳐진 소설 속 마법 세계는, 어쩌면 세상의 불확실함과 멜랑콜리를 아름다움과 용기의 이야기로 바꾸는 한 편의 연금술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이 카페에서 글의 향기를 음미하며, 내 여행의 또 다른 페이지를 조용히 넘겼다.




회색 분위기의 에든버러성

4월의 꽃샘추위가 아직 몸을 감싸던 날, 예상치 못한 눈발이 흩날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간 오리털 패딩. 너무도 다행이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에든버러성은 스코틀랜드 왕들이 느낄 법했던 아쉬움과 시간의 무게를 품은 듯, 잿빛으로 우뚝 서 있는 듯했다. 흐리고 우울한 하늘 아래, 성의 돌벽은 하루에도 사계절이 스쳐가는 날씨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묵묵히 세월을 견뎌왔다.

성 앞에 서면, 도시 전체가 거대한 회색빛 시 한 편처럼 느껴진다. 눈발이 흩날리는 순간, 고요한 슬픔의 악보가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듯했고, 바람이 성벽 틈을 스칠 때마다 오래된 비밀들이 다시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았다. 회색빛의 무게는 단순한 색이 아니다. 이 도시는 수백 년간의 전쟁과 평화, 왕과 귀족, 무명의 군인들의 속삭임이 쌓인 시간의 곳이다.

도시의 회색 조명 아래 사람들이 분주히 걸어가지만, 그들의 발걸음조차 성곽 앞에서는 작아진다. 에든버러성 앞에 펼쳐진 잔디는 무심히 서 있었지만, 내 마음에는 조용한 위로로 다가왔다. 회색빛 돌벽과 흐린 하늘 속에서, 그 짙은 초록은 잠시 내 마음을 감싸 안으며 숨쉴 공간을 주었다. 그 앞에서 나는 회색이라는 색이 단순한 회색이 아니라, 이렇게 깊고 풍부한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색임을 새삼 깨달았다.

차갑고 잔잔한 회색의 고요 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이 숨어 있었다. 돌벽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바람, 눈과 안개의 결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변화는 내 여행의 감각을 한층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회색빛 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나와 도시가 동시에 숨 쉬는 순간임을 느끼게 했다.




에든버러, 또 하나의 색

도시의 회색 분위기에 서려 있던 에든버러.
해가 저물 무렵, 하늘은 서서히 보라색으로 물든다.

에든버러 관광청이 대표색으로 내세운 ‘데이징 부쉬(Daisy Bush)’.
처음에는 의외라 생각했지만, 이 장면 앞에선 고개가 끄덕여졌다.

짙은 ‘데이징 부쉬’의 보라빛이 성 뒤편 하늘을 덮으면, 도시 전체가 고혹적인 분위기 속으로 들어간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에든버러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마법과 역사,

색과 문화가 겹겹이 쌓인 거대한 책이며,

나는 그 책의 한 장을 조심스레 넘긴 독자에 불과했다. 에든버러의 다양성을 잘나타내주는 보라색. 앞으로 보여질 에든버러의 매력이 궁금하다.






프랑스와의 인연


에든버러에서 마주한 음식은 묘하게 프랑스를 떠오르게 했다.

아마도 세월을 건너온 프랑스와 스코틀랜드의 동맹이 남긴 흔적일 것이다. 프랑스가 르네상스 시대부터 유럽의 미학과 지적 흐름을 주도했다면, 스코틀랜드는 켈트 전통과 중세 왕국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정체성을 구축했다. 두 나라는 단절된 양극이 아니라, ‘올드 얼라이언스(Old Alliance)’라는 동맹으로 연결되어 오랜 시간 문화적 교류를 이어왔다. 스코틀랜드 귀족들은 프랑스 궁정에서 언어와 예법을 배우고, 와인과 요리를 고향으로 가져왔다.

파리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한 순간의 빛과 공기의 떨림을 붙잡아 세속의 아름다움을 찬미했다면, 스코틀랜드의 전통 예술은 하이랜드의 황량한 산맥과 짙은 안개 속 호수, 백파이프의 울림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내밀한 교감을 담아낸다. 프랑스 패션이 검은색의 세련미와 파스텔의 우아함을 섬세하게 조율한다면, 스코틀랜드의 타탄 체크는 색채의 반복과 대비를 통해 씨족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하나는 시대와 계절의 색을 유행으로 만들어내고, 다른 하나는 혈통과 전통을 색 위에 영원히 새겨 놓는다.

에든버러 남쪽 언덕 아래 ‘리틀 프랑스’로 발을 들이면, 시간과 거리가 섞인 공기 속에서 프렌치 터치가 스며든다. 건물의 곡선과 창문 장식, 작은 카페 테이블 하나에도 프랑스의 우아함이 스코틀랜드 거친 바람과 조용히 맞닿는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도시는 묘한 낭만으로 물든다. 마치 격정과 세련이 동시에 흐르는 와인 한 잔처럼, 달콤하면서도 힘 있는 색과 향이 공기를 채운다.

에든버러에서 유명한 저녁 식탁에는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스티키 토피 푸딩은 축축한 날씨 속에서도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고, 바닷가에서 온 신선한 스캘럽은 바람의 향과 바다의 색을 그대로 전해준다. 프랑스식 소스와 아시아 향신료가 더해진 레스토랑의 한 접시는 또 다른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세계가 한 자리에서 뒤섞이며 작은 무대가 펼쳐진다. 음식의 풍미, 카페 창밖으로 스며드는 황혼빛, 거리를 스치는 바람의 향까지—모든 것이 도시의 색과 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왕실마일과 펍, 성과 골목, 거리 위의 타르탄 체크와 보랏빛 하늘—이 모든 것이 겹쳐진 에든버러는 마법과 현실, 역사와 문화가 끝없이 겹치는 살아 있는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의 한 장을 조심스레 넘긴 독자로서, 그 속에서 탄생한 전설과 마법의 숨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위스키, 생명의 물


나는 원래 다음 날 숙취가 적은 술을 좋아한다. 발효주보다는 증류주의 매력에 끌린다. 그 특유의 묵직함과, 입안에서 천천히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좋은 위스키 한 잔.

위스키는 에든버러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자 정체성이었다. 가장 유명한 위스키 중 하나는 글렌킨치(Glenkinchie). 1825년에 설립된 전통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 증류소로, 도심에서 약 24km 떨어진 이곳은 부드럽고 섬세한 맛의 위스키로 사랑받는다. 여행객들은 글렌킨치를 찾아 직접 위스키 제조 과정을 따라가며, 술이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순간들을 체험한다.

스카치 위스키는 단순히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술이 아니다. 바람과 강, 토양이 수십 년 동안 응축된 풍경의 맛이며, 잔을 기울일 때마다 스코틀랜드의 시간과 이야기가 스며든다. 어두운 나무벽과 부드러운 조명이 감도는 펍 안에서 증류소의 전설을 듣는 순간, 여행의 시간이 깊어진다.

골목을 걷다 보면 조용하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는 위스키 제조장이 나타난다. 회색빛 도시 속, 문을 열면 따뜻한 몰트 향이 코끝을 감싼다. 구리 증류기는 은은하게 반짝이고, 나무통마다 배어 있는 시간과 자연의 흔적은 앞으로 완성될 깊은 맛을 미리 상상하게 한다.

시음하는 순간, 부드럽고 달콤한 몰트 향이 살짝 감돌고, 이어 스모키한 향과 은은한 나무 향이 목을 타고 스며든다. 한 모금 속에 담긴 역사와 자연의 이야기가 마음 깊숙이 전해진다.

투어가 끝난 후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위스키 샘플을 시음하며, 자신만의 최애 위스키를 찾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사람들은 이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듯했다. 그렇게 조금씩 마시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술기운이 올라와있다. 그렇게 술에 취해 본 하늘은 오묘한 노을색이었다. 이렇게 위스키 한 잔은 에든버러 여행에 또 하나의 색과 향, 그리고 시간을 더해주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타르탄 체크, 직물에 새겨진 정체성


나는 원래 빨간 타르탄 체크 치마를 좋아했다. 이번 여행에서도 반드시 하나는 사리라. 이 치마는 생각보다 비쌌다. 학생인 나의 지갑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 체크무늬는 단순한 패턴이 아니었다. 화려한 색 조합 너머에는 수 세기를 이어온 스코틀랜드 가문들의 역사와 정체성이 직조되어 있었다.

한 낡은 골목에서 만난 노인은 짙은 색 타르탄 스카프로 목을 감싸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과거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그는 스코틀랜드 클랜의 후손으로, “이 무늬는 단순한 옷감이 아닌, 피와 자존심을 기록한 언어”라고 말했다. 그의 킬트 자락이 바람에 살짝 휘날릴 때, 나는 그 안에 깃든 수많은 이야기가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킬트는 스코틀랜드 남성의 전통 하의로, 각 가문을 상징하는 고유의 타르탄 패턴으로 짜여 있다. 16세기부터 각 클랜을 대표한 이 패턴은 혈통과 지역을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이었다. 그러나 18세기 중반, 제이콥파 반란의 실패 후 영국 정부는 타르탄을 금지했다. 35년간 지속된 금지령은 스코틀랜드인들의 정체성을 억누르려는 시도였지만, 19세기 빅토리아 여왕과 알버트 공이 문화를 후원하며, 타르탄과 킬트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대에 들어 타르탄 체크는 세계 패션계에서도 주목받으며, 스코틀랜드를 넘어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된다. 하지만 축제나 결혼식에서 킬트를 입은 남성들의 자태에는 여전히 조상들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에든버러의 축제에서 무희들이 휘날리는 타르탄 옷자락을 펼치며 춤출 때, 그 무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였다. 그것은 스코틀랜드인의 심장 속 깊이 박힌 뿌리와 연결된 생생한 목소리였다.

스코틀랜드의 타르탄 체크는 마치 우리 한민족의 한복처럼, 개인과 공동체의 뿌리를 확인시키는 문화적 자산이다. 그 안에는 개별 가문과 지역이 짜인 실처럼 서로 연결되어, 때로는 수백 년을 거쳐 전해지는 삶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글라스고, 산업과 예술이 숨 쉬는 도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 글라스고는 한눈에 보기에도 역동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 클라이드 강 유역에 처음 마을이 형성된 고대부터, 글라스고는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였다. 로마 제국 시대에는 켈트인과 픽트인이 거주하며 중요한 거점이 되었고, 중세에는 글라스고 대성당과 글라스고 대학교가 세워지면서 종교와 교육의 심장이 되었다.

산업혁명 시기, 글라스고는 철강과 조선, 섬유 산업의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클라이드 강의 조선소에서 타이타닉호가 만들어진 것은 이 도시의 번영과 기술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러나 산업화의 번영 뒤에는 노동자 계층의 사회적 어려움과 개혁 운동이라는 역사적 흔적도 함께 남았다.

현대의 글라스고는 산업 도시의 거친 숨결 위에 문화와 예술의 색채를 덧입혔다. 찰스 레니 매킨토시가 설계한 글라스고 예술대학교, 켈빈그로브 미술관, 고딕 양식의 글라스고 대성당은 도시 곳곳에서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리에서 들려오는 재즈와 현대 미술 전시, 사람들의 활기찬 발걸음 속에서 나는 글라스고가 단순한 산업 도시가 아니라, 전통과 혁신이 뒤섞인 살아 있는 도시임을 느낄 수 있었다.




글라스메이킹, 유리 속에 담긴 시간의 빛


글라스고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글라스메이킹’—유리 제작이라는 오래된 예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약 5000년경 시리아에서 시작된 유리 제작은 모래와 석회, 소다를 높은 온도에서 녹여 투명하거나 선명한 색을 가진 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초기 유리는 불순물이 많아 불투명했지만, 금속봉에 녹은 유리를 감거나 주형에 부어 성형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작품과 실용품이 만들어졌다.

특히 기원전 50년경 시리아에서 발명된 대롱 불기 기법은 유리 공예 역사에서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유리 용융물에 공기를 불어 넣어 속이 빈 형태를 만드는 방식으로, 로마 시대에는 장식용품, 그릇, 창유리 제작에 널리 활용되었다. 대롱 불기 덕분에 유리는 상류층 전유물에서 서민층까지 퍼지며 일상과 예술을 잇는 매개체가 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정점에 올랐다. 여러 색상의 유리를 납선으로 연결해 화려한 빛과 그림을 만들어내는 스테인드글라스는 고딕 건축의 영혼이자, 유리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근대에는 납유리와 플로트 공법이 개발되어 투명도와 생산성을 높였고, 오늘날 현대 건축과 장식용 유리의 기반이 되었다.

글라스메이킹은 단순한 기능적 재료를 넘어, 시대와 문화가 녹아든 예술이었다. 유리 속에는 고대의 열기, 산업 혁명의 번영, 예술가의 손길이 겹겹이 쌓여 있다. 글라스고를 거닐며 나는, 이 도시의 거친 역사와 화려한 문화 속에서, 유리가 빛과 색으로 살아 숨 쉬는 순간들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감각을 깨우는 에든버러


에든버러를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이 도시는 오감이 깨어나는 여행을 선물한다.

첫째, 구시가지의 지하 도시 탐험 투어이다. 희미한 촛불 아래 좁은 계단을 내려서면, 오래된 납골당과 금고, 지하 공간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벽 사이로 스며드는 냉기와 오래된 돌의 촉감, 바닥에서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도시의 어두운 역사와 민속 이야기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 유령 전설과 숨겨진 비밀 이야기가 더해지면, 오감은 완전히 깨어난다. 어둠 속에서 스며드는 긴장감과 호기심은 에든버러만의 마법이다.


둘째, 더 스카치 위스키 익스피리언스에서의 미각과 후각 체험이다. 증류 과정과 역사를 배우며 위스키 잔을 기울이면, 몰트의 달콤함과 스모키한 향, 나무통의 은은한 냄새가 코끝과 입안에 스며든다. 글렌킨치, 조니워커, 그리고 스카치 위스키 익스피리언스를 통해, 위스키 한 잔 속에 담긴 시간과 향, 그리고 이야기를 여행처럼 느낄 수 있다. 한 모금에 스코틀랜드의 바람과 강, 토양이 담긴 듯한 풍경이 느껴지고, 이 감각의 여정은 여행의 기억을 깊게 새긴다.


셋째, 왕립 식물원이다. 사계절마다 변하는 식물과 꽃들의 색, 향, 바람에 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느끼며 걷다보면, 도시 속에서도 온전히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이 된다. 봄이면 화사한 꽃들이 시야를 채우고, 여름이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과 향이 감각을 자극한다. 도시의 생생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 눈과 귀뿐만 아니라 코와 피부까지 온전히 여행에 몰입하게 된다.

이 밖에도 워킹 투어, 역사 체험, 미술관 방문 등 에든버러는 감각을 깨우는 수많은 순간을 선사한다. 도시의 돌벽과 골목, 바람과 햇빛, 그리고 사람들의 숨결이 모두 합쳐져, 에든버러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오감의 도서관처럼 느껴진다. 그 속에서 나는 매 순간 색과 소리, 향과 감각을 새롭게 기록하며 천천히 여행의 페이지를 넘긴다.



영국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에든버러.

해리 포터의 마법처럼, 내 삶 속에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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