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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May 22. 2022

나는 사람이 싫다 - 두번째

강박증인가? 싫을 정도로 사소한 것을 기억하는 나 자신

156번째 에피소드이다.


직전에 '나는 사람이 싫다.'라는 글을 게재한 후 독자에게 연락이 와 많은 공감이 간다고 말해주셨다. 사람이 싫은 많은 분들에게 몇가지 더 언급하고 싶어 직전 에피소드를 '첫번째'로 이번 에피소드를 '두번째'로 명명해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요새는 극단적으로 사람이 싫어 대화를 기피한다. 가령,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할 경우가 많은데 기사님과 소통하고 길을 상세히 가르쳐드려야 하는 경우가 피곤하다. 카카오택시로 타는 곳, 내리는 곳을 정확히 표시하고 자동결제시스템으로 카드도 내밀지 않고 에어팟을 끼고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 그대로 내리는 그 과정에 익숙해져버렸다. 전화가 오면 우선 스트레스다. 누군가가 나를 급하게 찾는다는 건 피하고 싶은 일이다. 당장 처리해야하는 과정이 아니라면 무조건 '카톡(또는 문자)으로 텍스트 정리해서 부탁드립니다.'라고 정중히 안내한다. 최근에 하나 생긴 버릇은 카카오톡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 피곤해 V 표시로 내용숙지를 했고 인지했으므로 더이상 의미없는 대화는 안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무언의 단절을 요청한다.


'왜 이럴까'

나 역시 모르겠다. 퇴근 후에는 집으로 튀어오기 일 수이다. 직전 에피소드에도 언급했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계속 날 찾는다. 뭔가 철벽치고 다가가기 어려운 선 같은 것이 느껴져서 되레 더 혹한다는~ 변태같은? 이야기도 일부 들었으나 그런 매니아층은 소수 있겠으나 절대적이진 않을 것이다. 좀 더 고민을 해보니 네겐 '강박증'같은 습관이 있다. 이것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 꼭 하루 마무리를 당일 만난 분(또는 유선으로 연락한 분) 모두에게 문자로 회신을 보내는 것이다. 정말 단 한명도 빠지면 안된다. 새로 만난 사람, 기존에 봤던 사람들 모두 포함해서 그날 있었던 일들로 단순히 한문장의 의례적인 문자가 아닌 세세하게 '오늘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고, 몰랐던 소식을 알게 되었고, 내가 해주기로 한 건 이것이었고 그걸 언제까지 해주겠다고' 라는 식의 마치 간이 회의록 스타일의 문자이다. 이것을 모두 처리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다. 만약에 정말 부득이하게 늦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 문자를 정리해야 할 경우가 발생하면 '예약'문자로 다음날 아침9시에 모두 발송되도록 조치하고 잠자리에 든다. 분명 이건 '강박증'이다.


다만, 이것의 장점은 있다. 우선 '리멤버' 등 명함 저장용 앱을 쓰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름/소속/직책/전화번호/이메일 등을 모두 손수 입력하고 문자까지 보내기에 머리 속에 누구보다 깊숙이 각인된다. 특히 그 상황을 기억하다보니 사람 이름을 잘 외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걸 저장하고 보내는 과정에서 계속 되뇌이다보니 그냥 그 자체가 기억이 날 뿐이다. 아마, 그런 형태의 문자를 받은 사람이라면 나를 호의적으로 볼 확률은 높을 것이다. 꼼꼼히 간이 회의록같이 보내는 내가 얼마나 살갗다고 느낄까?


하지만, 요새 난 사람이 모인 자리를 더욱더 피하고 있다.

모르겠다. 사람이 본래 싫었는데 이제는 더 싫어지고 선거운동이 이루어지는 시기니 길가다가 선거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면 슥~ 다른 골목으로 피해서 걸어간다. 그냥 사람이 말 거는 자체가 피곤하고 불편하다. '왜 이럴까' 내 이중적인 모습에 가끔은 혼란스럽기도 하다. 막상하면 누구보다 잘하는데 그게 너무 싫다니.


앞으로 내가 살아갈 미래에서 내 능력을 어떻게 쓰면서, 내 행복을 또 어떻게 찾아야 할까? 어떤 가치에 지향점을 두어야 내가 이 세상에 온 쓰임새를 온전히 다 쓰고 생을 마칠 수 있을까? 난 정말 불완전한 사람이다. 이런 날 믿고 지원해줄 동지그룹이 있다면 그 단점을 극복하고 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커피 한잔의 여유

국회와 사회적기업, 스타트업CEO, 변호사(로스쿨준비생)


소개      

김인호입니다. 20대에는 사회적기업가로 살았습니다. 30대에는 국회비서관, 컨텐츠분야 스타트업 시니어, 사회적경제 전문 변호사로 살려고 합니다. 그리고 40대에는 제 생각을 펼치며 사회를 설득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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