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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Oct 29. 2022

하프마라톤 완주 그리고 개똥철학

마라톤으로 바라본 인생의 개똥철학 3가지

192번째 에피소드이다.


10월초부터 참가 결정을 했던 마라톤 대회가 있어 완주를 하고 글을 쓰고 있다. 동호회, 개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풀코스 마라톤이 없고 하프마라톤이 가장 긴 코스로 운영되었기에 20km를 막연히 뛴다고만 생각했다. 앞선 에피소드에서 20km를, 2시간22분22초로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는데 결론적으론 훨씬 더 빠른 2시간1분20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왕 그럴거면 1시간대로 못 들어왔다는 사실과 22분은 아니라도 홍진호의 정신이 포함된 2시간2분으로 완주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사실이 교차했다. 생각보단 힘들지 않아 달리면서 '내가 이 정도 였어?'라며 스스로 놀랐다. 30km 까지는 거뜬히 완주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면서 느낀 개똥철학 몇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20km와 21km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이다. 정신없이 일하면서 기본적인 러닝운동에 의존해서 크게 준비하지 않았기에 하프마라톤이 20km라고 뛰는 순간까지 생각했다. 근데, 하프마라톤은 당연히 너무 상식적으로 21km하고 1백m였다. 42.195km를 정확히 반토막내기보단 20km라고 뒤끝이 깔끔한 거리를 하프마라톤으로 규정했으리란 잘못된 오판을 했다. 그래서 표지판으로 거리로 20km를 지났음에도 마라톤이 끝나지 않아, '다 왔다.' 이랬다가 '응?'하면서 멘붕에 빠져버렸다. 1km하고도 1백m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km 지점을 돌파하니 급격히 기운이 빠졌다. 어떤 걸 이루기 위해선 명확한 목표 설정과 그에 따른 실행전략이 확실해야 하는데 온힘을 다해 20km를 왔더니 명확한 목표 설정이 되지 않아 실행전략이 뒤틀려 버렸다. 즉, 온힘을 짜내고 분배해서 21km 1백m를 뛰어야 하는데 그 힘을 20km에 다 써버린 꼴이 돠었다. 자칫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1km 1백m를 도저히 갈 힘이 없어 Give-up 할 수도 있다. 경계해야할 지점이다.


둘째는 "무릎이 받쳐줘야 한다."이다. 코로나 때 헬스장 폐쇄로 인해 언덕이 포함된 야외 7.5km 코스를 달려본 적이 있고 매일 5km 러닝머신을 꾸준히 달렸으며 간호 10km로 목표치를 상향해서 달리곤 했었다. 즉, 20km 이상을 달려본 적이 없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달리기를 배우지 않아 가끔씩 무릎이 아파왔는데 쉬거나 스트레칭을 해주면 통증이 사라져,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실전이고 20km이상을 달려야 하는 하프마라톤인데 리스크(risk)와 직면했다. 12km 지점을 지나니 무릎에 통증이 왔다. 덜컥 겁이 나서 속도를 늦추고 최대한 통증이 안가는 자세로 계속 달렸다. 숨이 차오르거나 그러지도 않았는데 무릎 통증이 무서워 속도를 내지 못하고 계속 그렇게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러닝머신으로 한번이라도 하프마라톤 거리를 풀로 뛰어봤으면 이 문제를 미리 간접적으로라도 알 수 있었을텐데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걸 이루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과정을 온전히 다 경험해봐야지, 파트별로 핵심만 요약해서 보는 습관은 큰 일을 해내는데 있어서는 생각지도 못한 리스크(risk)에 직면할 수도 있겠단 성찰을 했다. 파트별로 핵심요약하여 빠르게 이해하는 것이 겉으로보면 효율적이나, 미련하게 보일지라도 모든 걸 겪고 해보며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젝트 완주자'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내가 미리 해보고 경험해보는 것이 최선책이고, 차선책은 그 완주경험을 두루 갖춘 사람을 발굴해서 주위 동료로 만들고 그들이 하는 리스트(risk)를 절대 흘려듣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향후 마라톤 참가에서는 무릎보호대 등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는 처치를 동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은 "절대 걸어서는 안된다."이다. 이건 사전에도 굳게 다짐했고 기어이 지켜내었다. 힘이 빠져 천천히 달리더라도 절대 걷지 않으려는 행동은 나중에 딱 결승전을 통과하고 나니 다리의 얼얼함으로 다가왔다. 만약 중산에 '잠깐 걸을까'하는 그 유혹에 빠져 걸었다면 다시는 절대 뛰고 있던 그 속도로 뛰지 못했을 것 같았다. 잠시 잠깐 속도를 늦추더라도 결승선까지 이를 꽉 물고 뛰어야 한다. 하나 확실한 건 "아무리 빨리 걷더라도 천천히 뛰는 것보다 훨씬 느리다."는 사실이다.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천천히라도 꼭 계속 뛰어야 한다. '잠깐 걸을까' 그 유혹은 인생 전반에서 끊임없이 나를 유혹한다. 유혹을 뿌리치고 목표한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 짜릿함은 '이겨내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자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욕이다. 나는 가끔 청년들에게 '작은 성공'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한다. '큰 성공'은 의외로 실력보단 운과 타고난 재능에 의해 판가름이 나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려 거기에 매달리면 인생 자체가 너무 괴롭다. 하지만 결국 '큰 성공'의 확률을 높여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작은 성공'의 횟수를 늘리는 것이다. '작은 성공'도 수많은 순간 유혹이 오고 그것과 맞서 싸워야만 획득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이다. '작은 성공'을 이루어본 사람은 그 순간의 감정을 계속 맞보고 싶어 그 유혹을 참고 이겨내 계속된 '작은 성공'을 쌓아나가고 결국 '큰 성공'과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오늘도 나는 '작은 성공' 하나를 더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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