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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May 08. 2023

기념일에 무감각한 나, 문제인가요?

내 생일조차 크게 신경쓰지 않은 무감각함으로 주변 인간관계 겨우 챙기기

239번째 에피소드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달력 빼곡히 많은 기념일들이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쉴새 없다. 주변에 있는 나와 관계된 이들을 챙기는 것이 가끔은 버겁다. 연휴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누나네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연휴계획이 틀어져 잠시 멘탈이 나가있던 나였기에, 어린이날에 제때 귀여운 조카들의 선물을 못 챙겼다. 첫째 조카의 '서운하다'는 문자 한통에 불호령이 떨어져 누나에게 전화해 극적인? 타협을 이뤘고 조카에게 넉넉히 먹고도 남을 치킨, 피자 세트를 조공 바치는 걸로 섭섭한 마음을 달랠 수 있는지 조카의 최종 컨펌을 기다리고 있다. "인생은 결국 타이밍이다." 선물을 주고도 욕 먹는 경우가 딱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집에 왔더니 아버지, 어머니가 나를 한참 뚫어지게 쳐다본다. 나도 서른다섯까지 살아온 짬밥이 있었기에 "아! 어버이날 저녁 같이 먹으려고 했어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라며 임기응변을 실현한다. 한끼의 저녁으로 끝나면 당분간 내 삶이 피곤해지기에, 저녁식사 장소에서 두툭히 용돈을 준비해서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곧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대학, 대학원까지 많은 이들이 내게 가르침을 주셨고 인생의 스승도 있기에 고마운 마음을 표해야 한다. 100점 짜리는 전혀 못하겠고, 딱 70점 언저리는 꾸역꾸역 겨우 맞추면서 해내고 있다.


나는 사실 기념일에 무감각하다. 그렇다고 그들에 대한 고마움이 없는 건 아니다. 되레 평소에 항상 감사함을 표시하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건 내 생일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 아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생일에 대한 감흥과 이상향이 전혀 없다. 그저 잠자다가 눈뜬 하루에 불과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줬으면 하는 바람은 정말 1도 없다. 그런 눈치 아닌 눈치를 준 적도 단언코 없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대구에서 기업활동을 하면서 나와 함께 이사 직책을 맡고 있던 동료에게 내 생일날 연락을 했다. "회의소집" 사무실에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갑자기 동료가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내 대답은 "아직 할 말이 정말 많이 남았으니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였고 1시간 이상을 더 회의했다. 거의 나 혼자 열변을 토하는 회의였는데 동료의 얼굴이 다 썩어가고 있었다. 속으로 '업무 때문인가?'란 걱정은 있었지만, 회의를 멈출 생각은 없었다. 얼추 다 끝나고 이제서야 이동하자고 했다. 너무 열변을 토했기에 그 동료에게 미안해 내가 밥을 사겠다고 했다. 배고프니깐 비싼 거 먹자고 했다. 근데 야인시대 김두한의 4달러 마냥, 계속 북성로 석쇠불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아, 더 비싼거 먹자며 연신 외쳐대는 날 붙잡고 데려간 장소엔 나를, 그리고 생일축하 파티를 위해 기다리고 동료들이 있었다. 진짜, 눈치가 없어도! 그렇게 눈치가 없었다! 그만큼 난 내 생일에도 심각하게 무감각하다.


물론, 내가 삶을 나쁘게 살아오지 않아 생일 때가 되면 1년을 써도 못 쓸만큼 카카오톡 선물이 쏟아져 온다. 정말 놀랄 정도로 많이 전달된다. 고맙다. 너무 고맙지만, 또 그걸 주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하다거나 마음이 외롭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눈 뜬 하루에 불과하다. 기념일을 챙기는 건 항상 70점이면 족하다. 진짜 겨우 해낸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기념일을 기깔나게 잘 챙기는 사람을 보면 존경에 마지 않는다. 내가 잘 못하는 걸 멋지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 경외감과 함께 찬양을 기꺼이 하고자 하는 열의가 생길 정도다. 5월도 벌써 중순을 향해 나가고 있다. 고마운 이들에게 마음을 느끼는 것 이외에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시기다.


내가 좀 미숙하다. 혹여나 그렇더라도 이해를 좀 해달라. 겨우 해내고 있는 나 자신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난 당신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끼고 사랑(또는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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