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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Oct 21. 2023

하프 마라톤 완주 후 복기

어떻게 하면 '완주'를 넘어 더 나아질 수 있는가?

259번째 에피소드이다.


전날 경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숙소에서 일찍 잠들었다. 새벽 6시, 기상알람이 나를 깨우고 푹 잤지만 언제나 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진리를 느낀 채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7시 경주시민운동장에 집결하고 8시에 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순으로 출발한다. 1여년 만에 실전 하프 마라톤을 뛰는 것이라 긴장이 되기도 했고 저번 하프 마라톤 기록을 알고 있으니, 그것보다 더 나아졌을까 현상유지일까 하는 비교 아닌 비교가 될 수 있기에 신경이 쓰였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겉옷을 챙겨왔어야했나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던 찰나에 하프 마라톤 출발신호가 떨어졌다. 결론적으로 난 작년과 거의 유사한 기록인 2시간2분51초에 완주했다.


사실 약간 아쉬웠지만, 그 이후 복기가 더 중요했다. 왜냐하면 바로 정확히 15일이 지난 후 JTBC 서울 풀코스 마라톤 신청해놨기 때문이다. 너무 디테일한 것까지의 복기일 수 있으나 그것마저도 나중에 도움이 꼭 되리라 생각한다. 첫째,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은데 "힘들진 않았다." 무슨 말이냐면 하프 마라톤을 뛰고 나서도 바로 걸어서 간식 및 메달을 받으러 가, 수령 후 또 바로 목욕탕으로 갔다가 지금까지 별다르게 자지도 않고 곧바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근데 가장 큰 문제인 이유는 힘들진 않은데 힘을 낼 동력을 찾기 힘들어 마치 좀비처럼 계속, 그저 계속 달리고 달렸다. 이건 내가 체계적인 훈련을 하지 않아, 마지막 순간에 동력을 낼 수 있는 근육을 기르는데 실패한 것 같고 또 간혹 무언가를 드시면서 달리는 분을 볼 수 있었는데 쥐어짜낼 수 있는 무언가 에너지원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둘째, 역시 "무릎"이다. 저번에는 무릎보호대를 하지 않고 완주해서 10km 반환점을 돈 시점부터 무릎통증이 왔는데 이번엔 무릎보호대를 함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미약하게 있어 문제없이 완주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또한, 무릎보호대가 생각보다 사이즈가 맞지 않은지 계속 아래로 밀려내려가 무릎을 꽉 잡아주지 못해 통증이 조금 더 느껴졌다. 재구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셋째, 이건 장점이 더 큰 것 같긴 한데 처음에 속도를 내지 않고 페이스메이커 뒤에 붙어서 바람 저항을 철저히 막고 페이스를 완전히 천천히 가져가다 10km 반환점을 돈 이후 비축한 힘으로 그나마 따라잡는 마라톤을 진행해봤다. 저번 마라톤에선 10km 이후 급격한 체력감소를 느꼈는데 기록상으로만 봐도 10km의 속도가 더 빠르다. 그래서 반환점 이후 고착화된 페이스 순위 속에서 따라잡히던 마라톤에서, 따라잡는 마라톤을 해서 최종기록상으론 큰 변화는 없지만 심리적으로는 더 나은 느낌을 향유했다. 이렇게 복기를 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풀코스를 진짜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공포감과 함께, 주어진 시간 내 개선과 보완을 어찌해야 할까하는 고민때문이다. 마라톤이 진짜 힘든 건, 너무 긴 호흡이라 어찌보면 지루하고 힘든데 혼자서 모든 걸 다 감내해야하는 인내 그 자체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2시간 남짓도 지루하고 힘든데, 풀코스는 현실적으로 4시30분 이상을 잡아야 하는데 그 지루함과 힘듦을 참아낼 인내심과 체력이 뒤받침되느냐가 갑자기 두려우면서도 큰 걱정이 되었다.


다만, 이번 마라톤에서 소기에 성과를 거둔 것이 있다. 머리띠를 샀는데, 땀이 흐르면 그렇게 눈이 따갑고 그 귀찮음은 이루말할 수 없다. 또한 전문 마라토너가 아니기에 유튜브 컨텐츠를 들으면서 뛰는데 핸드폰을 허리 복대같은 곳에 넣어 손이 편해졌으며, 장장 10시간짜리 유튜브 컨텐츠인 슈카월드 세계역사 컨텐츠를 발견해 더할나위없이 그냥 귀는 슈카월드에, 몸과 다리는 마라톤 코너에 맡길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예상치도 못했던 거였는데 작년에 비해, 경주는 코스에 오르막길이 있다는 것이다. 오르막길의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해 그걸 달리는데 2가지 유혹을 견뎌야 한다. 오르막길 코스를 보는 순간, '아.. 거기서 많이 걸을텐데 나도 저기 코스는 그냥 걸을까?'하는 1차 유혹이 있고, 그 유혹을 넘어 오르막길 코스를 내달리더라도 모든 체력을 소진하며 달리기에 끝나고 나서 '아.. 여기서 이제 힘을 다 썼다. 오르막길 끝나고 나오는 평지에서 조금 걸을까?' 하는 2차 유혹이 있다. 그 2가지 유혹을 모두 이겨내고 다시 평지에서 정상 페이스로 신속히 돌아오는데 성공했고 이건 순전히 내 굳은 의지였다. 또 마지막으로 가끔 러닝머신이 아닌 문현동 동네를 뛰며 나오는 고바위 아파트 오르막길이 한몫했다. 부산의 산은 뫼 산인데, 고바위 오르막길이 실전에서 결국 나를 만들어내었다.


복기는 끝났고 이제 내겐 다시 15일이 남았다. 올해 풀코스 완주를 무사히 할 수 있을까? 해보자! 그 까짓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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