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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Sep 23. 2020

'욱' 성질. 그것이 문제로소이다.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게 된 두번째 이유

여덟번째 에피소드이다.


앞선 에피소드에서 밝혔듯, 나는 경북대학교에서 상위권으로 진학했다. 그리고 곧 황당한 상황을 맞이했다. 서울을 가거나, 부산에 남아있는 것이 나에겐 유리했다. 하지만 '장학금' 하나를 믿고 온 대학에서 알게 된 '국가장학금(이공계)'은 충격이었다. '국가가 장학금은 준다는 건.. 나에게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어.' 정보의 불평등의 결과물이다. 개인의 무능력과 태만으로 보기에는 컴퓨터, 핸드폰이 없는 나에게 돌리기엔 가혹했다. 난 그저, 주어진 학업을 사교육의 도움 없이 최선을 다했고 내 나름대로 우수한 성적을 냈다. 영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죄라면 죄겠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소주를 한병 원샷하고 잠들었다.


그 뒤부터 한동안 나는 대학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그리고 폭주했다. 내가 폭주한 영역은 과외였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돈이라도 많이 벌자.!' '장학생'이란 타이틀은 과외에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사업수완도 있던 모양인지 학생들 성적 올리는 건 귀신같았고 부모님들과의 상담에는 발군이었다. 돈을 정말 긁었다. 1년 딱 지나고 통장에 넉넉히 들어있는 돈을 확인하고 나는 군대에 입대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까지 4개월 간 시간이 남았다.

무엇을 할까 하다가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학생들 가르치는 것'이었다. 교육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대학교 근처 공부방을 찾았다. 경북대학교 재학생이 제 발로 찾아와 교육봉사를 한다고 해주니 대환영이었다. 사회과목을 가르쳤다. 왜 그런지 지금 생각해보면 모르겠다. '게리맨더링' 그리고 '자원분포' 등을 가르치면서 암기하는 방법에 열변을 토했다. 대부분 조손가정 청소년들이었고 사회과목 성적이 상당히 올라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와 다름없이, 공부를 가르치러 갔는데 사회복지사 분이 나를 불렀다.

"선생님. 다음주부터는 나오실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내가 놀라 물었다. "네, 왜요?" "공부방이 문을 닫아요. 앞에 있는 주차장 부지까지 해서 다 허물고 도서관을 짓게 됐어요." 복지사 분의 말을 들어보니 공부방의 크기에 비해, 아이들의 이용률이 미흡하여 그것을 허물고 주민도서관을 짓는다고 했다. 이것 저것 따져보니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겠다.' 그 뒤에 내가 한 마디 더 물었다. "그러면, 친구들은 그 기간 동안 어디가서 공부하죠? 곧 시험인데."


그 복지사 분의 한마디가 나를 사회적기업으로 이끌었다.

"모르겠어요. 어디든지 알아서 찾아가겠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곱씹어보다가 길거리에서 욕을 했다. "XX. 정말 X같은 상황이네. 말이 돼?" 아마 길을 지나가다가 나를 본 사람들은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부당함' 그 단어가 나에게 완전히 들어왔다.


어렴풋이, 내가 청소년기에 겪었던 일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한 후에나 들었던 '장학금' 정보!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묶을 수 있는 단어는 바로 '부당함'이었다.


그들이 겪는 '부당함'이 곧 나의 '부당함'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국립대학교 유휴시간 활용 공부방 운영' 국립대학교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므로 그에 지역사회를 위해 폐쇄성보다는 개방성을 갖춰야한다. 지도교수님께 허락을 받아 저녁시간에 조손가정 청소년들을 강의실로 데리고 와 공부를 가르쳤다. 그들은 장소가 옮겨졌을 뿐, 본질은 그대로였다.


난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법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제시했고 실행했다. 이것을 나는 '소셜미션'이라 부른다. 모두가 자신만이 생각하는 '부당함'이 있다. 누군가는 교육문제 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장애인문제일 수도 있고, 환경문제, 유기견문제일 수도 있다. 그것은 각자 모두 다르다. 하지만 모두가 동일한 한가지는 있다. 그 상황을 눈 앞에서 보면 '욱' 성질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거기서 끝나면 그저 '욱' 성질이겠으나 나만의 해결법으로 제시한다면 그 자체가 '소셜미션'이다. 내가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특강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말하는 레퍼토리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그 공부방은 앞으로 설명하겠으나.. 엄청나게 커지게 되었다. 선하지도 않았으며 성질만 더러운 나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체계적인 접근보다는 그저 내 눈앞에 펼쳐진 그 '부당함'을 참지 못한 '욱' 성질을 해소했다. 그 뿐이다. 더 의미부여할 것도 없다.


그리고 내가 사회적기업가가 될 것이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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