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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Oct 07. 2021

혼밥의 끝판왕! 나홀로, 고기뷔페

혼밥러인 개인주의자들이 고기뷔페를 입장하며 고개숙이지 않은 그 순간까지

아흔다섯번째 에피소드이다.


요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밤까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밖을 나오니 하늘이 캄캄하다. 코로나로 인해 10시 마감인 시점에서 배가 꼬로록 거린다. 갑자기 무한리필이 되는 고기가 고팠다. '갈까? 말까?' 혼자 세상 심각하게 고민한다. 가장 큰 이유는 혼밥의 끝판왕! 나홀로, 고기뷔페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말했듯, 나는 철저한 개인주의자다. 사람과 다같이 어울려 밥먹는 건 내가 정말 가깝다고 생각하는 극소수를 제외하곤 솔직히 불편하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여잡은 동아줄마냥 내 인간관계를 영속시키기 위한 의무적인 면도 되레 있다. 그것보다는 혼자가 훨씬 좋다. 에어팟을 끼고 유튜브를 보며 혼밥을 하는 장면은 내게 안도감과 함께, 나만의 시간에 온전히 담기는 실루엣이다. 혼밥을 넘어, 혼자 심야영화보기, 혼자 PC 게임하기, 혼자 등산가기, 혼자 볼링까지 "혼O"계를 섭렵하다시피 모든 것을 거리낌없이 하곤 한다. 딱! 한가지! 나홀로, 고기뷔페는 나조차 쉽지 않다. 일단 가게에서 냉대가 심하다. 오늘도 한군데를 가 들어가려고 했더니 주인아주머니가 막아선다. "1인은 안 받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서러운 말이 없다. 1인 출금금지라니. '포기할까?' 잠시 나약한 생각을 하다가 또 하나의 무한리필집을 발견하고 태연한듯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이번엔 성공이다.' 고기뷔페에서 고기를 가져와 굽는 동안 미묘한 시선을 볼 수 있다. 대부분 그룹, 회식 등이 주를 이루는 곳이기에 '1인 식사'를 하기 위해 고기를 뒤짚고 있는 나를 보며 애처롭거나 살짝 사회부적응자라고 보는 시선을 느낀다. 하지만, 내 눈빛은 오로지 고기에 있다. 익은 고기를 쌈에 싸서 입에 먹는 모습만! 상상한다. 식당 출입구를 통과해서 자리를 확보한 뒤 고기를 먹기 위한 세팅을 하는 과정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남들의 시선 따위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 시대의 낭만 혼밥러이자 개인주의자다.


한국사회에서 나와 같은 '개인주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식당에는 '혼밥러'들을 위한 별도의 코너가 마련되어있고 카페는 아예 잘게 잘게 섹터를 나눠 1인 공부 공간을 확보해놓았다. 시장은 그렇게 소비자의 수요 그리고 새로운 욕구에 맞춰 변화한다. 그래야 도태되지 않고 소비자의 꾸준한 욕구 실현을 충족시켜 성장과 생존이 가능하다. 혼밥러들이 많아짐에 따라 혼자 밥먹는 문화가 뭔가.. 이상하고 사회성이 결여된 듯한 시선은 다소 누그러졌다. 주어진 개인적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하지만, 고기뷔페는 아직 그 장벽이 높기만 하다. 혼밥러인 개인주의자들이 고기뷔페를 입장하며 고개숙이지 않은 그 순간까지! 혼밥러의 대표 주자인 내가 당당하게 고개를 빳빳히 들고 입장하고 주위 시선보단 고기의 맛을 음미하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개인들은 자유, 그리고 낭만이 살아숨 쉴 수 있는 개인주의자들의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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