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를 하다 문득 든 고찰
어제 인스타그램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패스트푸드점에서의 목격담을 읽었다. 내용인즉슨, 할아버지 두 분이 들어오셔서 직원에게 '주문 어떻게 하는거야' 하시더란다. 직원이 나와서,
"카드결제 시 키오스크 이용해 주세요"
라고 응대하자, 곧장 "이 씨x년아 니가 주문받아" 하시더니, 라이터를 던지고, 쌍욕을 퍼부었다는 것. 접객을 모르냐, 건방지다 온갖 말을 퍼붓다 키오스크를 발로 차고 난동을 부리다 나가버리셨단다. 그 짧은 찰나 어느 부분에서 저렇게까지 폭발할 수 있을까 싶었다는 목겸담을 읽으며,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과연 이 글을 사람들은 단순히 어느 노인의 횡포로만 받아들일까.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댓글창을 열어보자 역시 안타까움과 더불어 공감이나 분노와 같은 여러 글을 접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누군가의 분노를 뒤집어쓴 알바생 역시 안타깝지만, 부쩍 보편화된 키오스크가 어려울 어르신들에 대한 공감 역시 적지 않았다.
그리고 글의 목격담과는 반대로, 도움을 요청하는 어르신을 모른 척하고 무시해버리는 퉁명스러운 아르바이트생 역시 자주 보았다는 이야기, 그래서 자신의 부모님도 가게 한 편에 잠시 앉아있다 결국 그냥 나와야했다는 댓글도 존재했다. 양쪽의 사례 모두 결코 적지 않은 듯 많은 이들의 좋아요가 눌려있었다.
젊은 세대에 속하는 내게도 빠르게 발전하는 문명을 따라가기 벅찬 순간들이 왕왕 있는데, 하물며 어르신들은 어떻겠는가. 정부와 기관들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있지만,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은 존재하고 제법 자주 목격된다. 대학생활을 하며 여러 공모전을 나가는데, 사회문제 해결과 관련된 공모전들의 주제로 '디지털 격차'가 쓰여져 있는 것이 이러한 상황을 증명하는 듯하다.
30살 먹은 가난한 늦깎이 대학생으로 살다보니 나는 제법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야간에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외에도 백화점 레스토랑 근무도 자주 나간다. 그 곳에서는 모든 주문을 태블릿을 이용하는데, 태블릿 이용은 간단하다 쳐도 메뉴나 행사 서비스 약관이 워낙 복잡해 고객들로부터 다양한 문의가 들어온다. 설명해야하는 직원들 역시 달달 외워 공부해야할 정도니 손님들은 오죽할까. 차근차근 설명하고 난 뒤에는 왜이렇게 복잡하냐는 진땀 가득한 대답이 들어온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저도 사실 머리 아파 죽겠어요.
그래도 고객에 대한 CS로 완전무장한 백화점 직원답게 어려워하거나 불평하는 내색은 비치지 않는다. 공감한다는 듯이 살짝 맞춰 웃을 뿐. 나도 내 카드사 약관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한번도 없는데, 한낱 레스토랑의 행사 약관을 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꼼꼼히 다 읽어주실까. 가끔 먼저 숙지하고 오신 고객님들도 존재하지만, 모든 함정을 제대로 알고 온 사람들은 그 중에서 또 일부에 불과하다. 고객님, 사실 그 50%는 한도가 10만원이라 5만원까지만 할인이 됩니다.
이런 일상을 살고 있다보니 편의점에서도 가끔 CS로 완전무장한 말투가 튀어나오곤 하는데, 공교롭게도 오늘 딱 그랬다. 아버지뻘 되시는 남자 손님 두분이셨는데, 카드를 만들며 카드사 행사로 쿠폰 두장을 받았다는 것. 사실 레스토랑에서도 그렇고 편의점에서도 카드사와 관련된 부분은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보니 POS에서 안되면 '카드사에 문의하세요'가 정답이긴 하다. 엉뚱한 안내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설명은 굳이 하지 않는게 맞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읽은 그 글이 아직 머릿속에서 채 잊혀지지 않은 탓일까. 아니면 본가에 계실 아버지가 생각나서 였을까. 오늘따라 나는 말이 참 많았다. 간단하게 설명드리는 내게 손님은 괜찮다면 쿠폰을 사용할 수 있게 등록하는 걸 도와달라 하셨고, 잔뜩 밀려있는 업무를 제쳐두고 난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레스토랑에서 배운대로 서비스 약관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모든 안내와 함정은 그 안에 존재한다. 방금 편의점에서 결제한 쿠폰 외 다른 하나는 쿠폰팩에 들어있었는데, 손님은 그것도 사용하고 싶어하셨다. 당연히 사용방법은 복잡했다. 쿠폰번호까지 복사가 되니 마치 쿠폰등록을 따로 해야하는 쿠폰처럼 생겼고, 이 쿠폰은 또 간편결제를 통해서만 결제가 된단다. 사실 근무하는 레스토랑에서 새로운 행사가 나와도 이렇게까지 약관을 꼼꼼하게 읽어보는 성실한 직원은 아닌데요, 제가.
하나씩 차근차근 설정을 하고, 약관을 살펴본 끝에 결국 쿠폰은 카드를 등록해둔 간편 결제 방법으로 결제 시 자동으로 결제되고, 이후 캐시백으로 자동 지급되는 쿠폰이란다. 나역시도 이 쿠폰을 이해하는데 한참이 걸렸고 지금 설명하면서도 뭐 이리 복잡하냐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다. 하지만 끝내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몇가지 남아있었고, 그건 약관에 충분히 설명되어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손님은 고마워하시며 흔쾌히 구매하셨던 음료수를 내게 선물하셨다. 어머나.
서로 연거푸 고마워하다 손님은 기분좋게 말씀하시며 편의점을 떠나셨다.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인스타그램에서 본 그 글이 자꾸만 떠올랐다. 답답함이 분노로 향했던 걸까. 반대의 경우 직원이 조금만 더 친절했다면 모두가 기분좋은 하루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후련함과 씁쓸함, 아쉬움과 감사함이 복잡하게 뒤섞여 마음을 채웠다. 외국에서는 키오스크만으로 결제해야 하는 매장없이 대부분 직원 결제와 키오스크 결제 두가지가 모두 가능하다는 글도 보였다. 우리에겐 어떤 방식으로든 더 나아질 여지가 있는데 왜 그러지 않는걸까.
고작 어플 사용, 쿠폰 등록, 키오스크 결제와 같은 디지털 격차에 대한 사례일 뿐이지만 크게 보자면 이런 마음씀씀이를 적용시킬 일은 세상에 차고 넘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끊임없이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 무수한 처음은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이 더뎌지는 나이듦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나역시도 그러할 것이다.
모두가 편리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처음이라면, 사용자의 마음까지도 편리하고 편안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내 부모님일 수도, 미래의 내가 될 수 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일한다면 퉁명한 아르바이트생도, 무례한 손님도 없는 세상일 수 있을까. 퇴근하고 달리는 자전거에서 내내 이런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