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라이름이 솔로몬 군도
전 세계 국가 이름 중 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된 곳이 두 국가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중동에 위치한 이스라엘과 남태평양에 위치한 솔로몬 군도이다. (혹은 솔로몬 제도라고 불린다.) 이스라엘 이름은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의 뜻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스라엘의 역사가 전쟁(지금도 ing) 그 자체의 역사이다.
반면, 솔로몬은 지혜의 왕이다. 다윗의 아들이자 성전을 건축하고 당대의 모든 부귀영화까지 누린 왕이다. 나라를 지혜로 다스려 최강국으로 만들었고, 최대의 영토도 확보한 왕이기도 하며 가장 큰 업적은 무엇보다 최초로 성전을 건축한 것이다. 지혜의 성경인 '잠언'의 저자이기도 하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자신이 기독교와 상관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feat, 어렸을 적 학원 이름에 웬만하면 앞에 '솔로몬'이 많이 들어갔었다. 그만큼 솔로몬이 지혜의 왕인 것을 알기에 솔로몬 영어학원, 솔로몬 수학학원, 솔로몬 보습학원 등 특히 배우는 곳인 학원에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심지어 솔로몬 OO은행도 있으니...)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는 한 걸까? 솔로몬 군도 사람들은 대부분 유순하고 안면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것이 날씨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인지? 선천적 태생이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 낙천적이고 밝고 긍정적인 면을 많이 관찰하게 된다.
그들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행복을 논할 때 그것의 기준은 무엇인가? 흔히 통계적으로 보면 OECD국가 중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가 어디인지 찾아보았다. 구글링을 하니 2024년 1위가 핀란드이고 참고로 우리나라는 57위이다. 이는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 한다. 솔로몬 군도에는 순위가 매겨지지 않았다. 아마 통계 자체가 이 나라는 무의미할 것이다. 인구 80만도 안되고 2004년 내가 있을 당시는 50만 명 수준의 나라였다. 행복지수 판단 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 자체가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것만큼 더 중요한 게 무엇이 있을까 싶다.
내가 본 솔로몬 군도 사람들 대부분은 신발 대신 슬리퍼를 신고 있고, 또 맨발로 다니는 사람도 많다. 옷도 해어지거나 찢어지거나 꿰매고, 색이 바래고 목이 늘어진 티셔츠를 입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편리한 교통수단도 없으며, 시원한 물 한잔 마시기도 어렵고, 전기는 수시로 정전되어 불편한 점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자체 방송국도 없고 (라디오 방송만 있다.) 좀 있는 사람들은 위성 TV를 달긴 하지만 이웃 나라 호주나 뉴질랜드의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스마트폰? 스마트 패드? Netflix? Youtube? 이런 거 하나도 없어도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이 존경스럽고 배울만 한 점이 많다.
당시 나는 30대 초반으로 한참 혈기 왕성한 때였지만, 삶의 가치와 기준은 출세와 성공에 대한 강한 욕구가 뇌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내 기준에서는 도저히 행복과는 달라 보이는 환경인데 이들은 매일 미소를 띠고 힘든 일이 있거나 걱정이 될 만한 일들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때로는 업무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도 긍정적일 때가 많아 그럴 때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부딪히기도 했다. 아무래도 나는 회사에서 결과를 내야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한데 내 방식이 좀 더 유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웃고 여전히 긍정적이며 여전히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준이 아닌 날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나와 이웃이 함께 있어 감사하며,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어 행복하며, 먹을 것이 부족하고 잠자는 자리가 불편해도 그것이 행복을 빼앗아 가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내 눈에는 온통 불편하고, 불쾌하고, 부족한 것들만 보이는데, 그들은 모든 것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자족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외부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변질되는데 그것은 만사가 다 똑같은 상황이다.)
#2. 피진어를 익혀라
Pijin은 솔로몬 군도 및 파퓨아 뉴기니 등에서 영어 기반으로 파생된 언어이다.
솔로몬 군도는 공식용어가 영어이기도 하지만 현지인들은 피진을 사용한다. 앞에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것은 별도의 문법 체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어 교재처럼 책으로 나온 것도 없다. 선배들이 조금씩 조금씩 정리해 놓은 노트 필기가 전부이고 또 단어 하나가 여러 가지 뜻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아 대화의 분위기와 시간에 맞게 사용해야 이해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처럼 네*버에 물어볼 수 도 없고 또, 당시 검색을 한다고 한들 자료가 미비해서 잘 나오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회사 업무를 위해 현지인을 관리하고 감독하고 지시를 내리려면 언어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나마 배우기가 쉽고, 영어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을 참고하고 몇 번 들으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언어라는 것이 맘대로 확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므로 꾸준하게 노력하고 현지인과 계속 얘기를 주고받으며 공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호니아라에 도착해서 내가 근무할 C섬에 가기 전까지 며칠 여유가 있는데 현장 가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준비를 하려 했다. 이동수단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이고(나중에 지겹도록 많이 탄다.) 또 하나는 배로 이동하는 것인데 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주로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한다.(요금도 저렴하고 짐을 많이 실어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배를 더 선호한다.)
솔로몬 군도는 크게 6개의 큰 섬과 90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나라이다 보니 '군도', '제도'라는 표현을 쓴다.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은 주로 비행기를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우리나라 저가 항공사를 생각하면 안 된다. 프로펠러가 있는 12인승 정도 되는 아주 작은 비행기이다. 그래서 좌석에 앉으면 모든 승객이 볼 수 있고 파일럿도 문으로 가려진 게 아니라 열린 공간으로 바로 볼 수 있다. (사진이 다 날아간 게 참 아쉽다......)
C섬은 호니아라가 있는 과달카날에서 제일 북쪽으로 떨어진 곳이고 중간에 기조섬(누사투페 공항)에 경유해서 (승객들도 내리고, 유류도 보충하고) 가야 하기 때문에 좌석확보가 치열하고 일주일에 몇 회 안되니 시간 맞추기도 힘들 뿐 아니라 변수가 많아 (날씨, 비행기 정비, 기타 등등) 원하는 시간에 갈 수 없다.
나 역시 호니라아 도착해서 가기로 했던 날 보다 며칠 더 연기되어 호니아라에서 더 대기했지만 매일 새롭게 변화하는 상황에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걱정한들 해결될게 아니라는 걸 깨달으니 그때서야 조금 마음이 풀린다. 사무실 직원들과는 영어 반, 피진어 반 그렇게 소통을 하면서 말을 될 수 있으면 천천히 해달라고 계속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한국인들을 많이 경험하여 간단한 한국어, 쉬운 피진어(?), 손짓 발짓 하며 업무에 최대한 지장이 없도록 도와주고 있어 같은 편(?)이라 마음이 든든했다.
회사에서 솔로몬군도에 운전할 수 있는 면허증을 발급받기 전까지는 운전도 하지 못해 현지 직원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같은 동료의 도움을 받아 숙소로 이동을 해야 했다. 어디서든 마찬가지이지만 외국에서 사업을 할 때는 그 나라 법을 잘 지키고, 불법적인 요소들이 없어야 사업을 지속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그러면에서 더욱 FM으로 법규를 지키고 또 불법적인 요소가 없이 모든 것을 클리어하게 처리하는 것은 내 양심에도 맞고 거리낌 없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며 절차와 방법을 충실히 따르고자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제일 먼저 묻는 것이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이것인데 여기서도 이게 제일 중요하다. 식사는 '까까이' 라고 하면 식사했는지? 식사할 건지? 식사 같이 하자, 등 여러 의미를 하나로 표현한다. 아침에 직원들 보면 '굿 모닝 아유 까까이?' 라고 인사하면 직원들도 '굿 모닝 보스(boss)' 화답한다.
미국에서는 Sir를 붙이지만 영국에서는 Boss로 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솔로몬 군도도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고 1978년 독립을 하였다. 지금은 영연방 국가로 입헌 군주국이지만 영국 찰스 3세가 솔로몬 군도의 왕이다.
예를 들어 boss blong mi(or me) ~ 이 표현은 뭔가 부탁할 일이 있거나, 상사에게 보고할 때 쓰이는 관용어구로 생각하면 된다. 'blog ->belong 으로 ' 나의 보스여 (내가 속한 보스에게) ~~ ' 이렇게 말한다.
Tok -> Talk이다.
hemi~~ (음...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kasim ~(근처에~)
canoe -> 카누 (배)
kam -> come
---> Hemi mi tok tok blong to U, Canoe kasim kam.
(내가 보스에게 말하는데 카누가 근처에 왔어요)
그렇게 계속 솔로몬 군도에 도착해서 피진어도 정신없이 배우기 시작하기 며칠 후 드디어 C섬으로 출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