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 깍새 아니고 바버샵
한국 육군(아마 공군, 해군, 해병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은 이발에 소질(?) 있는 병사들을 차출해 (아니면 지정) 이발병으로 소위 '깍새'라고 하고 '바리깡'을 손에 쥐어주고 사병들의 머리카락을 책임진다. 바리깡의 어원은 일본식 발음인데 프랑스의 수동 이발기 제작 회사이름 (바리캉 에 마르)에서 유래되고 '바리칸'으로 불려지다가 한국에서 '바리깡'으로 변화되었다 한다.
(친절한 나무위키씨에서)
다행히도 난 군 생활동안 이발병에 의해 머리를 자른 적이 없고 캠프 내 바버샵을 이용하고 어느 정도 짬이 차면 외출이나 외박 그리고 휴가 때 동네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한 번은 친구들하고 같이 미용실을 간
적이 있는데 원장님이 친구 스타일과 내 머리 스타일을 보시고는 대학생 같아 보이는데 머리가 좀 짧은 것 같고 그렇다고 군인이라 하기에 또 길고 자유로운 스타일이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쉽게 말해 민간인 같지도 않고 군인 같지도 않은 어중간한 상태인 것이다.)
카투사들은 월 2장의 Hair cuy 쿠폰을 전역 시까지 지급받는다.
보통은 키트로 해서 비누, 휴지, 면도기 뭐 기타 등등 해서 한 달에 1회 보급품 받을 때 같이 껴준다.
그것을 가지고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장소에 (각 부대별로 하나씩은 있다.) 가면 되는데 보통 짬이 낮을 경우 사수하고 같이 가는 경우가 많고 일병 정도 지나면 터치받지 않고 갈 수 있다.
난 특별히 원하는 스타일이 없어 그냥 배럭스에서 가까운 곳에 가서 자르는 편이고 어차피 2장을 받으니 보름에 한 번씩은 꼭 갔다. 15 포병 1대대에도 바버샵이 한 군데 있는데 내가 생활하는 배럭스에서 2분 거리도 채 안 되는 정말 가까운 곳이다. 군인 머리 스타일이야 아무리 미군부대라 해도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영화에서 바리깡과 원빈....... 이건 반칙이지 ㅋㅋㅋ
현실은 이게 더 정확한 모습. 진심 500%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1. 미군들은 카투사가 가는 바버샵 보다 자신이 돈을 더 주고라도 더 좋은 미용실이냐 전문적인 바버샵을 가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대가를 지불하고 가기 때문에 비용이 비싸고 대신 결과물도 잘 나온다. 퓨리의 브래드 피트처럼 저런 머리 스타일은 심심찮게 많이 봤다.
2. 코미디언 김영철이 군생활 프로그램에서 머리 깎이는 모습인데 저 정도는 까지는 아니다.
3. 캠프가 아닌 외부에서 본인의 취향대로 자르고 오는 카투사/미군들도 많다. 나는 처음에 뭐가 그렇게 다른가? 아무런 차이를 못 느끼겠지만 유행에 민감하고 멋에 민감한 사람이면 사제가 다르다고 한다.
카투사들은 쿠폰으로 결재했지만 가끔 들어오는 미군들은 직장인이므로 당연히 자기 지갑에서 계산을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정말 스포츠머리 혹은 상고머리 스타일로 간단하게 하시는데 미군들은 투블록이나 위의 사진처럼 자르고 포마드를 바르는 모습을 보고 아, 저런 머리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군 두발 규정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내가 그렇게 했다가는 당장 선임들에 의해 삭발이 될 수도 있다.
캠프 내 바버샵의 기준은 다르다. 머리를 잘 자르는 기준이 아닌, 편안한 곳이고 (선임들이 많이 없는) 또 비교적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고, 친절한 곳이 잘하는 기준이 된다. 웃기지 않나?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나는 실용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였다. 그런데 어느 날 동기들이 와서 우리 옆 부대 503(이 부대가 얼마나 유명한지는 나주에 설명할 기회가 올 것이다.) 여자원장님이 계시는 바버샵이 있다고 했다. (캠프에는 미용실과 바버샵이 있는데 한국은 남자도 미용실에 가서 커트하는 게 보편적이었는데 여기는 남자와 여자가 머리 하는 곳이 다르다는 인식이 있는지 미용실에 남자가 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나도 호기심에 따라가서 커트한 적이 있었다. 내가 가는 곳 보다 5~7분 정도 걸어가야 했고 크기도 조금 더 컸다. 내부에 들어가는 원장님 한분 계셨고 아무래도 여자분이 하시다 보니 샵 자체가 좋은 향도 나고,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보기 좋았다. 우리 동기들이 여기 올만 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근데 좀 스타일이 바뀌어서 그런지 좀 이상했다. 함께 간 동기들은 아무 말 없었기에 나는 그냥 기분 탓인가 보다 하고 넘겼다.
사실 호기심이 앞섰다는 것보다는 후임 한 명이 내가 잘 가는 곳에서 커트하다가 가위에 귀가 찢겨 출혈도 나고 급히 부대 내 병원으로 간 사고가 발생했다. 한 동안 후임이 귀에 붕대를 감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나도 같이 겁이 나서 도저히 그곳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사고가 터지고 2~3달 지났을 때 점점 여자 원장님이 하는 바버샵의 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처음에야 분위기가 좋으니 몇 번 친구 따라 갔지만, 내 경우 갈 때마다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되고 드디어 더 이상 갈 곳이 못될 것 같다는 판단에 사건 벌어진 지 몇 달이 지날 무렵 다시 부대 내 바버샵으로 갔다. 내가 다시 오랜만에 방문하니 원장님도 나를 단번에 알아보시고 (대대 내 카투사가 50명이 채 안되니 금방 얼굴을 기억하신다.) 물어보지도 않은 후임병의 사건부터 말씀해 주신다.
그날 커트를 하다가 실수로 귀에 가위가 지나가 찢어져 상처가 나서 본인도 많이 놀라고 당황해서 바로
응급처치해 주고 바셀린 발라주고 했는데 후임이 완전 사색이 되어 도망치듯 나가서 굉장히 미안하기도 하고
많이 놀라셨다고 오랜 경력에 처음으로 사고를 낸 건데 그 친구한테는 굉장히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나도 처음 그 사고를 들었을 때 놀랐는데 당사자인 두 사람은 오죽했을까 싶다.
그 사건 뒤로 15포대 바버샵 카투사들이 503 보병 바버샵으로 많이 옮겨서 사장님도 타격이 컸다 하셨다.
하지만 나처럼 다시 돌아오는 카투사들도 많아져 원장님이 다시 힘을 얻고 대신 더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인생사 '새옹지마'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어쩔 때 휴가 때 이발하고 나서 쿠폰이 남으면 어차피 다 사용하지도 못할 거 그냥 드리기도 했고 그러면 원장님 입장에서는 그냥 수입이 생기는 것이니 그때는 다시 우리들에게 간식거리 같은 것을 챙겨 주시기도 했다.
나야 뭐 돈 없는 카투사로 쿠폰으로 꼬박꼬박 이발하지만 이미 대다수 카투사들은 사제 미용실을 절반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남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타군이 들으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군생활한 지가 30년이 지났다. 여전히 헤어컷 쿠폰으로 머리를 해결하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외부에서 머리를 많이 다듬지 않을까 유추해 본다. 자유로운 외박 때문이 아니라 나 때는 병장급여가 보너스 받아야 겨우 3만 원인데 지금은 150만 원이 넘는다 한다. 굳이 캠프 내에서 해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한다.
가끔 그 시절로 돌아가면 정말 투블록이나 짧게 자르고 포마드 한번 발라서 올백도 하고 싶어진다.